『장정일의 악서총람』
-장정일 지음/ 책 세상/ 2015
책 소개
음악에 대한, 음악에 의한, 음악을 위한 책읽기
책을 듣다, 음악을 읽다, 인간과 사회를 사유하다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이자 독서가, 에세이스트인 장정일의 새로운 독서 일기. 이번에는 오로지 ‘음악’에 초점을 맞춰, 음악.음악가를 다루거나 직간접적으로 음악을 이야기하는 ‘악서樂書’ 174권에 대한 리뷰 116편으로 한 권의 책을 구성했다. 음악 애호가로도 잘 알려진 장정일은 팝.재즈.한국 대중가요.국악.록.블루스.클래식 등 다양한 음악 장르와, 음악 전문서.전기.비평집.소설과 시나리오 등 다양한 책의 장르를 종횡무진 넘나들며 자신만의 개성 있는 ‘총람總覽’을 구성했다. 또한 특정한 형식이나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롭고 첨예한 글쓰기로 책과 음악에 대한 자신의 사유를 풀어놓는다. 서태지, 레드 제플린, 마일스 데이비스, 바흐, 모차르트와 베토벤, 신디 로퍼, 커트 코베인, 마돈나, 마리아 칼라스, 임방울, 레너드 번스타인, 글렌 굴드 등의 삶과 음악, 그리고 그들을 다룬 책 이야기가 다채롭게 펼쳐지며, 헤르만 헤세와 밀란 쿤데라, 오에 겐자부로, 애거사 크리스티 등의 소설이 등장해 음악을 매개로 어우러지기도 한다. 나치의 음악 선전, 인종 차별과 재즈 음악의 연관 등 음악과 사회, 음악과 권력의 맥락을 짚어내는 글들도 여럿 수록되어 있다. 순정한 사랑과 첨예한 비판이 공존하는, 대체로 건조하고 때로 격정적인, ‘은밀하게’ 아름다운 장정일의 독서 일기다.
한국 문단의 내용과 형식에 파장을 일으킨 문제적 작가이면서, “읽은 책이 세상이며, 읽기의 방식이 삶의 방식”이라고 말하며 끊임없이 책을 읽고 글을 써온 개성적 독서가.서평가이기도 한 저자의 면모가 이번 책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어쩌면 “듣는 음악이 세상이며, 듣는 방식이 삶의 방식”이라고 고쳐 말할 수도 있겠다. 그만큼 음악은 인간의 본성에 깊숙이 자리한 강력하고 치명적인 ‘본능적’ 대상이며, 또한 인간과 시대와 역사와 함께 호흡해온 ‘사회적’ 대상이기도 하다. 장정일 역시 이 책에서 음악을 즐겨 듣는 ‘음악적’ 인간으로서의 쾌락과 몰입을 보여주는 한편, 음악을 듣고 음악 책을 읽으며 인간과 사회의 관계를 성찰하는 ‘사회적’ 비평가로서의 책무를 다한다. 개인의 음악 취향을 드러내는 사적인 독서 일기이자 음악의 사회적 문화적 맥락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를 함께 보여주는 것이다. 그동안 그의 책읽기를 두고 ‘사회적’ 독서와 ‘쾌락의’ 독서 사이의 줄타기라는 평가가 있었지만, 이번 책에서는 그 두 가지 길이 자연스럽게 섞이며, 읽는 이 역시 음악과 사회의 넘나듦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 그러한 경험 가운데서 우리 모두의 ‘음악 본능’과 ‘독서 본능’이 함께 깨어날 것이다.
작가 소개
어린 시절의 꿈은 '동사무소의 하급 공무원이나 하면서 아침 아홉 시에 출근하여 다섯 시면 퇴근하여 집에 돌아와 발씻고 침대에 드러누워 새벽 두 시까지 책을 읽는 것'이었다 한다. 책읽기는 그가 그토록 무서워하고 미워했던 아버지로부터의 유일한 탈출구였다.
학교를 싫어했던 그는 삼중당문고를 교과서 삼아 열심히 외국 소설을 독파했고, 군입대와 교련을 거부하는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핑계로 드디어 1977년 성서중학을 끝으로 학교와의 인연을 끊는다. 그러나 1979년 폭력범으로 소년원에 수감되면서 그는 학교와 군대의 나쁜 점만 모아놓은, 세상에서 가장 몹쓸 지옥인 교도소 생활을 경험하게 된다. 이때의 경험은 「하얀몸」을 비롯한 그의 시의 바탕이 된다.
오랜 정신적 방황을 겪은 그는 박기영을 스승으로 삼아 시를 배우기 시작하여 마침내 1984년 무크지 『언어의 세계』에 「강정 간다」외 4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한다. 이후 『시운동』동인으로 활동하면서 왕성한 시작 활동을 하였고, 1987년에는 희곡 「실내극」이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극작활동도 시작한다. 그리고 같은 해 시집 『햄버거에 대한 명상』으로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하고 연이어 시집 『길안에서의 택시잡기』를 발표하면서, 지금껏 문단에서 경험해본 적이 없던 '장정일'이라는 '불온한 문학'이 드디어 '중앙'에 입성했음을 알린다.
1988년 『세계의 문학』 봄호에 단편 「펠리칸」을 발표하면서 소설가를 겸업하기 시작한 그는 소설집 『아담이 눈뜰 때』(1990), 장편 『너에게 나를 보낸다』(1992),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1994)를 연이어 발표하고 이 소설들이 모두 같은 제목의 영화로 만들어지며 '장정일'은 드디어 우리 문화의 뚜렷한 코드 상징으로 자리잡는다.
그러나 1996년 『내게 거짓말을 해봐』를 발간한 후 그가 파리에 있는 그의 아내인 소설가 신이현을 만나러 출국한 사이, 한국에서는 외설시비가 일어나고 자신의 소설이 작품성과는 상관없이 포르노로 규정받고 있던 그해의 마지막날, 장정일은 파리에서 자진 귀국하여 당당히 자신의 작품에 대해 변론한다. 그러나 영화 <거짓말>이 무죄판결을 받은 것과 대조적으로, 법원의 최종판결은 유죄. 그리고 또 한번의 구속으로 이어진다. 당시 그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 강금실은 후에, 『장정일 화두, 혹은 코드』라는 책에서 당시의 장정일과 재판에 대한 글 <장정일을 위한 변명>을 썼다.
그 사이 한국에서의 평가와는 달리 『내게 거짓말을 해봐』는 일본에서 발간되는 등 해외에서 더 호평을 받고, 그는 스스로 대표작으로 꼽는 『중국에서 온 편지』(1999)와 자전적 소설 『보트하우스』(2000)를 펴낸다. 그의 '독자 후기'를 모은 『장정일의 독서일기』도 5권까지 펴내며 그는 지금 대구에서 평생 소원인 책읽기와 재즈듣기로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한다. "머리같이 쓸데 없는 데서는 한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노모가 바리깡으로 직접 깎아주는 빡빡 머리와 헐렁한 골덴 바지 그리고 청색 면 티 차림을 하고
목차
1. 서태지에게 바친다
《한국 대중음악사》
2. 독일에서 부쳐온 과거사 청산 문제
《망명 음악, 나치 음악》
3. 슬픈 존 레넌
《존 레논》《영원한 록의 신화 비틀스 vs 살아 있는 포크의 신화 밥 딜런》
4. 만유인력에서 벗어난 트럼펫?마일스 데이비스(1) 《마일스 데이비스》
5. 마돈나, 20세기를 쑥대밭으로 만든 여자
《슈퍼스타의 신화, 마돈나》《마돈나의 이중적 의미》
6. 알도 치콜리니를 마냥 들었다
《33과 1/3》《에펠탑의 검은 고양이》
7. 트로트, 국악을 잡아먹다
《갇힌 존재의 예술, 열린 예술》《근대성의 침략과 20세기 한국의 음악》
8. 피아노의 북쪽
《글렌 굴드?피아니즘의 황홀경》《글렌 굴드, 피아노 솔로》
9. 두 거장의 대담
《평행과 역설》
10.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
《모차르트》《모차르트?혁명의 서곡》
《모차르트 평전》《1791, 모차르트의 마지막 나날》《모차르트, 음악과 신앙의 만남》
11. 거인의 발걸음 … 65
《존 콜트레인?재즈, 인종차별, 그리고 저항》
12. 희미하게 사라지기보다 … 70
《평전 커트 코베인》《커트 코베인, 지워지지 않는 너바나의 전설》---(계속)
출판사 리뷰
“음악과 사회에 대한 에세이를 쓰고 싶다”
“한 편씩 글을 쓸 때마다 음악과 사회에 대한 에세이를 쓴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이 책의 키가 되었다는 것만은 조그맣게 적어놓고 싶다. 앞으로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지만, 음악을 들으며 음악 서적을 읽을 때, 이 원칙은 변함없는 나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이 책의 첫 글은 서태지를, 마지막 글은 걸 그룹을 다루고 있다. 둘은 음악적 인간 장정일이 즐겨 듣는 대상이 아니지만, 음악과 사회를 사유하는 비평가 장정일에게는 의미심장한 현상이다. 그는 이혜숙?손우석의 《한국 대중음악사》가 ‘세대론적 투쟁’과 ‘계보 만들기’라는 전략을 동원해 한국 대중음악사를 서태지에게 바치고 있음을 분석하면서 서태지라는 문화혁명을 논한다. 서태지 이전의 모든 음악 운동을 부정하는 저자들의 태도에는 비판을 내비치지만, 서태지를 한국 록의 적자로 만드는 데서 시작해 기성 대중가요의 전복, 사전심의철폐 운동을 비롯한 음악 외적 혁신, 그리고 개인주의 문화와 인터넷 연대 문화와의 연관성까지 언급하며 열렬히 ‘서태지 혁명’을 설명하는 책의 기조를 차근차근 짚어줌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90년대 이후 한국 대중음악의 흐름을 돌아보게 한다.
걸 그룹 현상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겠다며 최남선의 《소년》지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한지희의 《우리 시대 대중문화와 소녀의 계보학》 독후감을 통해서는, ‘소녀’라는 기호를 억압하고 은폐하면서 남성의 욕구에 부응하는 여성의 생애 주기를 강요해온 가부장 이데올로기의 역사와 전략을 파헤친다. 그가 보기에, 소녀들이 중성이나 무성애자로 훈육되어온 과거보다 걸 그룹이 활개 치는 지금이 더 위험하다. 걸 그룹을 모범으로 삼은 소녀들은 자신의 육체와 매너를 섹시하게 가꾸면서, 여전히 중성이나 무성애자로 남아 있어야 하는 이중적 구속에 포박당하기 때문이다. “여성의 사회화 과정은 그들의 육체와 매너가 남성이 만들어놓은 주형의 주형물이 되는 것으로 완료된다.”
푸르트벵글러와 카라얀을 둘러싼 논쟁에서 한국 사회의 과거사 청산 문제 및 예술과 역사의 착종을 사유하던 저자는 이렇게 묻는다. “푸르트벵글러와 카라얀의 나치 협력 여부를 가리는 논쟁이 여전히 이역만리의 고전음악 동호회까지 난리법석으로 만들곤 하는 것도 알고 보면 독일의 과거사 청산이 그만큼 불완전했다는 반증이 아닐까?”
찰리 파커, 존 콜트레인, 마일스 데이비스, 빌리 홀리데이 등을 다룬 책들을 읽으면서는 그들의 삶과 음악에 대한 탐색을 거쳐 “재즈 음악사는 미국 흑인 잔혹사”라는 사실을 이끌어낸다. 흑인 음악인 재즈가 그것을 팔아줄 백인 흥행업자들의 취향에 맞게 희석되는 과정, 추앙과 차별을 동시에 받았던 흑인 재즈 스타들의 분열적 비극, 그리고 인종 차별적 환경과 뮤지션들의 고투 속에 재즈의 모습이 바뀌어온 역사가 미국 현대사와 재즈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세밀하게 펼쳐진다.
양효실의 《권력에 맞선 상상력, 문화운동 연대기》는 권력의 관리와 감독에 저항한 문화 운동을 예찬한 저작이다. 장정일은 이 책에 대한 리뷰 〈펑크 록, 레게, 힙합은 어떻게 저항하는가〉를 통해, 음악적 기호가 드러내는 것은 순수한 음악 취향이 아니라 인종?지역?이념?종교?성별에 따른 자기 정체성임을 지적한다. 자본주의의 기제 아래 일상과 예술이 나뉘게 되었지만, 그 이분법을 거부하면서 자본의 호출과 전유에도 저항하려고 했던 문화 운동은 중단된 적이 없다는 것이 그의 전언이다.
“신디 로퍼, 마침내 당신의 전기가 나왔군요!”
“이 책을 쓸 수 있게 해준 많은 음악가들에게 감사한다. 음악을 들으며, 음악 서적을 뒤적이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다. 이 책은 그런 행복을 누린 끝에 나온 부산물이다.”
장정일은 이 책을 신디 로퍼에게 바치고 있다. 그녀를 다룬 글의 제목은 “마침내, 당신의 전기가 나왔군요”다. 앞서 말했듯 이 책은 음악과 사회에 대한 에세이이면서, 어느 음악 마니아의 내밀한 일기이기도 하다. 자신이 사랑한 음악과 음악가들에게 바치는 장정일 식 팬레터인 셈이다.
2008년 1월, 그는 신디 로퍼의 1987년 파리 제니트 극장 라이브와 조우하고 그녀에게 빠져든다. 1987년은 장정일이 첫 시집을 낸 때이다. “우리는 그때 인생의 정점에 있었다.” 그에게 각별할 수밖에 없는 신디 로퍼 전기 독후감을 통해 독자는 “내가 판 것은 섹스가 아니라 남들과 다를 수 있는 자유였다. 쫓아다니는 남자들이 없었다. 대신 우울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들이야말로 내가 노래로 달래주고 싶은 사람들이었다”라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마이클 잭슨은 신디 로퍼를 경유해 우연히 영접한 영웅이다. 작가 장정일은 마이클 잭슨의 〈Billie Jean〉 동영상을 보며 그의 춤이 전해주는 내러티브에 매료되었고(“원숭이를 흉내 내는 몸짓이 인류의 과거였다면, 문워크Moon Walk야말로 인류의 미래가 아닌가), 몇 달 후 장편소설 속 시가 필요한 부분에서 그 안무를 시적 이미지로 변용해 사용한다. “누군가가 버린 장갑, 헛 / 말을 탄 카우보이 … 맨발로 초승달의 모서리를 깎는 비보이! … 세상의 모든 보행법!”
재즈 마니아로 알려진 작가답게 재즈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마일스 데이비스 자서전을 다룬 글에서는 “1949년의 《Birth of The Cool》, 1959년의 《Kind of Blue》, 마지막으로 1970년의 《Bitches Brew》. 그의 이 세 앨범은 각기 쿨 재즈의 탄생, 모드 주법의 도입, 퓨전 재즈의 신호탄으로 기록되는 기념비적 작품들이다”처럼 음악 장르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여주기도 하고, “나는 특히 《Kind of Blue》를 좋아한다. 이 음반을 들으며 짜릿한 흥분을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인생의 여러 즐거움 가운데 하나를 놓친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Bitches Brew》는 제목만 들어도 구토가 난다”같이 자신의 취향을 투명하게 드러내기도 한다. “재즈에 심취한 이후로 바흐나 모차르트 음악을 들으며 ‘아, 참 좋은 재즈가 흐르고 있군’이라고 말하게 되었다. 클래식을 더 잘 듣게 됐다는 말이다. 하지만 어떤 음악은 영영 잃어버렸는데 그 어떤 음악의 장르를 여기 쓰는 것은 왠지 번역자에게 미안한 일이다” 같은 대목도 흥미롭다.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이라는 글에서는 모차르트 전기 등 관련서 6권을 겹쳐 읽는다. 흔히 제기되는 ‘모차르트는 천재였는가, 당대의 혁명가였는가, 독살당했는가’라는 질문에 결론을 내보고 싶어서였다고 하는데, 탐독 당시 저자의 답은 순서대로 이렇다. “그렇다. 영재 교육의 산물로서 천재였다. / 그렇지 않다. 모차르트의 혁명성은 정치적 신념이 아니라 작품이 성취한 미적 양식과, 궁정의 후원을 벗어나 독립된 직업 예술가로 정착하려 했던 성급한 시도에서 찾아야 한다. / 그렇지 않다. 과로와 전염병이 그의 죽음의 원인이었다.”
클래식 애호가들이 ‘뭐 새로운 게 없을까’ 궁리하다가 번번이 뽑아 드는, 물리지 않기로는 따라올 작곡가가 없는 이가 바흐이며, “독립적인 성부나 주제 또는 악기들을 조화롭게 결합시킨 바흐의 신기는 언제나 마르지 않는 현대적이고 감각적인 바흐 해석을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등의 서술에서는 고전음악 동호회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저자의 공력을 짐작하게 한다.
“나는 오디오를 통해 인생을 배웠다”라는 글 제목은 해당 글에서 소개하는 윤광준의 《소리의 황홀》에서 빌려온 것이지만, “나는 어두컴컴한 카페에 앉아 있다가 멀리서 반짝이는 커피 추출기의 붉은 램프를 보고 오디오인 줄 알고 벌떡 일어나 구경하러 달려갔던 얼빠진 사람”이라는 고백이나, 15년 전 7평이 안 되는 작은 공간에 550만 원이나 되는 인테리어 비용을 쏟아 붓고서 줄곧 음악만 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이런 사람에게 《소리의 황홀》 같은 책은, 대학생들을 온통 ‘빨갱이’(?)로 물들였다는 80년대의 이념 서적보다 더 무섭다”라는 말을 이해하게 된다
미디어 리뷰
읽다보면 음악이, 책이 그립다
한겨레 | 한겨레 김보협 기자 | 2015-01-07
흑백으로만 구성된 표지가 소박하다. 두껍다. 게다가 ‘총람’(어떤 사물에 관한 것을 하나로 종합한 서적)이라니…. [장정일의 악서총람]을 집어든 단 하나의 이유는 지은이 장정일 때문이다.
책을 펴면, 일단 ‘신디 로퍼에게’가 눈에 띈다. 장정일은, 이제는 환갑을 훌쩍 넘겼지만 1980년대를 주름잡던 팝 가수를 다시 불러낸다. ‘마침내, 당신의 전기가 나왔군요’에서 “연대와 격려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주는 잊히지 않는 두 개의 송가를 불렀다”고 평가하면서 그의 전기 일부를 인용한다. “나는 말만 앞세우는 골빈 유명인이 되고 싶지 않았다. 기왕 입을 벌릴 거라면 행동도 뒤따르는 사람이 되고 싶다.” 골빈 유명인은 자신을 한물가버리게 만든 마돈나 아니었을까. 장정일은 로퍼가 ‘Girls Just Want To Have Fun’ ‘True Colors’ 등 여성과 성소수자를 위한 노래를 불렀음에도 한국의 게이 커뮤니티는 마돈나만 예찬한다고 꼬집는다.
이런 방식으로 [악서총람]을 따라 여행하다 보면, 음악을 읽고 그 주인공들이 살았던 세상을 듣게 된다. 클래식·팝·재즈·록·블루스·국악·한국 대중가요 등 시간과 공간, 그리고 장르를 넘나들면서 서태지, 임방울, 레드 제플린, 모차르트, 마리아 칼라스를 만날 수 있다. 음악과 예술가들에 관한 책 174권이 116편의 에세이에 담겨 있다.
장정일은 흔한 서문 대신 후기를 남기면서 ‘음악과 사회에 대한 에세이’라는 부제를 달고 싶었으나 “부제를 감당할 만큼 생각이 여문 것도 아닌데다가, 그 부제 아래 한데 묶기에는 여기 실린 글들이 들쭉날쭉 고르지 않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몸을 한껏 낮췄지만, 음악, 특히 재즈 애호가인 지은이가 음악을 들은 뒤 그 음악과 예술가를 다룬 책을 읽고 때론 비판하고 때론 공감하면서 써내려간 글들은 부제를 감당하고도 남음이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일단 음악이 그립고 지은이가 비평한 책 원본을 찾아보고 싶어진다.
[악서총람]에 번호는 없다. 하지만 그가 음악과 책을 좋아하는 만큼 후속편이 이어질 것 같다. 조용필·신중현·신해철·김광석은 물론, 레이디 가가 같은 별들을 아직 다루지 않았으니까.
(독자리뷰)행복한 책읽기
오래된 정원/2016-01-21 /원문주소 : http://blog.yes24.com/document/8398163
읽는 그 순간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책이 좋은 책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오자와 세이지씨와 음악을 이야기하다'를 읽으면서 나는 무척 행복했다.
물론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단 하마디도 기억나지 않아 내 스스로 놀랐지만
나는 그책을 읽는 동안 너무 행복해서 어쩔줄 몰랐다.
'장정일의 악서총람'도 그런 책이다.
이런 책은 메모지와 파란색 잉크가 들어 있는 만년필을 옆에 두고, 읽고 싶은 책을 메모하면서 읽어야 한다.
아 그리고 또 하나, 마법의 상자 유투브를 작동시키고...그때 그때 음악을 찾아 들으면 참으로 행복하다.
나는 클래식부터 시작해 여전히 재즈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고 있는데,이 책 때문에,아니 이 책 덕분에 마일스 데이비스의 '카인드 오브 블루'를 접하게 됐다. 순전히 이 대목 때문이다. '이 음반을 들으며 짜릿한 흥분을 느끼지 못한 사람은 인생의 여러 즐거움 가운데 하나를 놓친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구라(?) 때문에 이 노래를 듣고 '고맙다 장정일'이라고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지금 나는 이 책 400 페이지를 읽고 있는 중인데..앞으로 매일 30장씩만 읽으려고 생각중이다. 물론 유투브를 작동시키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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