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의 봄
금동원
아들놈의 벼락공부에는 조바심을 치면서
좋은 대학 보내려는 찌그러진 모성이
벼락기도를 하러 오대산을 오른다
상원사 적멸보궁 앞마당엔
때늦은 봄눈이 내리고
삼월에 내리는 서설에 기쁨의 두 손 모으니
살얼음 깨고 솟아오르는 봄의 열기
하찮은 세상을 쓰다듬듯 흐르는 물소리에
비우고 내려놓은 부서진 마음
설익은 깨달음을 이삭 줍듯 주워 담아
철없는 다람쥐와 이름 모를 산새들의 모이로 던져주자
좁은 어깨에 실린 오만한 집착과 욕심은 사라지고
한걸음 한걸음씩 차오르는 벅찬 희열
작은 가슴에 품은 침묵 속의 큰 일침
이제 네 길을 따라 조용히 하산하라
오대산의 봄은 그렇게 죽비 한 방을 후려친다
-시집 『마음에도 살결이 있어』,(월간문학출판부,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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