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다*
금동원
배가 기울어 요동치는 순간에도
구명조끼를 입은 아이들은 웃고 있었다
너무 큰 공포와 두려움을 떨쳐보려고
‘어! 이러다 우리 진짜 죽는 거 아니야‘면서
우리들의 죄를
어른이라는 이름으로 저지른
무지막지한 이 참혹의 순간을 어떻게
무엇으로 갚을 수 있을 것인가
바다는 너무 깊고 멀다
바람은 소스라치게 놀라 요동치고
하늘은 온통 통곡소리로 가득했지만
우리들의 기도와 희망을 끝낼 수 없다
기지개를 펴고 이제 막 하늘을 보기 시작했을
꿈을 꾸며 이제 막 내 딛기 시작했을 발걸음을
시끌벅적 새콤달콤 풀내 벗은 어린 나무들의
연한 살갗과 연둣빛 웃음을 포기할 수 없다
싫어도 해야 하는 이별이 싫다
쇠로 만든 갑옷처럼 무겁고 답답한
숨 막히게 처절한 슬픔의 무게
그러나 이제 우리는 이별해야한다
너무 무섭고 힘들었을 아이들을 위해서
이제 마음껏 숨 쉬며 날아가도록 놔줘야한다
새파란 하늘과 따뜻한 햇살 속으로
하얀 뭉게구름과 보드라운 바람 속으로
맑고 화창한 봄날
한 잎의 단단한 새싹으로
한 송이 영롱한 꽃으로 피어나고
한 그루 늠름한 나무로 자라나서
부끄러운 우리 곁에 늘 함께 있기로 하자
* 세월호에 희생당한 261명 단원고 학생들을 추모하며
- 『우연의 그림앞에서』,(2015, 계간문예)
나의 사진 앞에서 울지 마요.
나는 그곳에 없어요.
나는 잠들어 있지 않아요.
제발 날 위해 울지 말아요.
나는 천개의 바람.
천개의 바람이 되었죠.
저 넓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죠.
가을엔 곡식들을 비추는 따사로운 빛이 될게요.
겨울엔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는 눈이 될게요.
아침엔 종달새 되어 잠든 당신을 깨워 줄게요.
밤에는 어둠 속에 별 되어 당신을 지켜 줄게요.
나에 사진 앞에서 있는 그대.
제발 눈물을 멈춰요.
나는 그곳에 있지 않아요.
죽었다고 생각 말아요.
나는 천개의 바람.
천개의 바람이 되었죠.
저 넓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죠.
나는 천개의 바람.
천개의 바람이 되었죠.
저 넓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죠.
저 넓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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