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금동원
당신도 한때는 푸른 남자였습니다
눈빛은 뜨겁고 입매는 담백했던
가슴 깊숙이 품었던 연정만큼 모든 것을 꿈꾸었고
그때는 그거면 다 품은 거라 믿었던 시절
청춘도 사랑도 다 떠나고 남은 건 역겨운 세월 뿐
희미한 미소에 감춰둔 회한
이미 사라지고 없는 하얀 기억들
그래도 후회는 마십시오
아쉬움과 연민으로 동정 받지 마십시오
당당한 눈빛과 연두 빛 목소리에서
아름다운 한 남자의 푸른 일생을 기억합니다
결코 잊을 수 없는 남자
아버지 사랑합니다
-시집 『마음에도 살결이 있어』 ,( 월간문학출판부, 2011.)
**1934년에 태어나 2010년 돌아가신 아버지는 화장을 하여 수목장으로 모셨다. 한 그루의 청정한 소나무로 늘 우리 곁에 함께 남아계신다. 세월은 남겨진 이야기들이 기쁨이건 슬픔이건 그리움만 남기고 흘러간다. 문득 아버지와 함께 걸었던 논두렁이 아득하게, 아련하게 떠오르는 지금...
'나의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화엄의 세계/ 금동원 (0) | 2016.10.19 |
---|---|
내가 울 엄마를 닮았다면/ 금동원 (0) | 2016.05.07 |
싫다/ 금동원 (0) | 2016.04.16 |
4월/ 금동원 (0) | 2016.04.09 |
봄 청소/ 금동원 (0) | 2016.03.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