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울 엄마를 닮았다면
금동원
내가 울 엄마를 닮은 거라면
참 크고 예쁜 사람이다
쪼글쪼글 주름이 깊어질수록
아름다움이 점점 자라나는 사람이다
돋보기를 끼고도 그토록 반짝일 수 있는
총기 어린 눈빛을 가진 사람이다
많이 먹을 수 없는 예민한 위를 끌어 안고도
단아하게 말라 가는 기품을 보이는 이다
아직도 나보다는 자식과 병든 남편의 안녕을 구하는
용기 있고 따뜻한 사람이다
화가 나고 분이 나도 결국은 자신을 혼내며
조용히 제자리로 돌아가는 사람이다
끝까지 자신을 돌보며 그것이 나보다 다른이를
생각하는 배려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다
가야할 곳이 어디든 두렵지 않음을 깨닫고
들판에 버려진 들짐승의 먹이가 되어 이승의
마지막마저 베풀고 싶어하는 사람이다
얼마나 아름다운 사람인가
그러나 불행히도 나는 울엄마를 닮지 못했다
-시집『여름낙엽』, (월간문학출판부, 2008)
* 사랑하는 엄마, 이순희 여사님께 바치는 시입니다. 올해 85세이신 엄마의 건강을 기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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