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눈' 스님이 한국불교와 인연 끊은 이유
"기복신앙으로 변질" 앞으로 해외포교에만 전념
한국일보 김혜영 입력 2016.07.29. 17:30 수정 2016.07.29. 17:57
“위계 질서ㆍ돈 밝히며 신도 고통 이해 못해”
미국인 ‘만행’ 현각 스님, 한국 불교 강하게 비판
한국에서 출가한 미국인 현각 스님이 “기복신앙이 된 한국 불교와 연을 끊겠다”는 뜻을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미국 명문 예일대와 하버드 대학원 출신으로 1992년 숭산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1996년 경남 통도사에서 비구계를 받은 그는 자전적 구도기 ‘만행: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로 유명세를 떨친 뒤 해외에 한국 불교를 알려왔다. 최근까지도 한국 사찰에서 안거(安居)를 나는 등 25년째 한국불교와 인연을 맺어왔다.
현각 스님은 27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번 8월 중순 한국을 마지막으로 공식 방문한다”며 “화계사로 가 은사 스님(숭산 스님)의 부도탑 앞에 참배하고 지방 행사에 참석한 뒤 이별을 준비할 것”이라고 썼다. 이어 “물론 환속(출가자가 속세로 돌아가는 것)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대인들이 참다운 화두선을 공부할 수 있도록 유럽, 미국 등에서 활동에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그리스에 머물고 있는 그는 또 ‘서울대 왔던 외국인 교수들, 줄줄이 떠난다’는 내용의 한 신문기사를 인용하며 “이 사람들의 마음을 100% 이해하고 동감한다. 나도 이 좁은 정신(에서) 자연스럽게 떠날 수 밖에 없다”고 적었다.
현각 스님이 이 같이 결심한 데에는 한국불교에 대한 실망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최근 페이스북에 쓴 여러 글에서 유교적 위계를 중시하는 사찰 문화, 돈과 얽혀있어 버리지 못하는 기복신앙적 요소들, 신도들의 고통에 함께하지 못하는 게으른 승려 문화 등을 언급하며 한국 불교를 비판했다. “최근 내 유럽의 상좌(제자)들에게 절대 조계종 출가를 권하지 않는다. 그 조선시대 정신에만 열린 교육에 합리주의 바탕을 자랑하는 서양사람들(특히 여성들)을 어떻게 보낼 수 있을까?” “한국 선불교를 전 세계에 전파했던 자리는 기복종교가 됐다” “왜냐하면 기복은 곧 돈, 참 슬픈 일이다” “한국 승려 문화는 (젊은 불자들의)고통을 함께하기보다 안락함을 누리고, 게으르기까지 하다” “재가불자(신자)는 살아있지만 유교적 정신에서 벗어나지 않고 너무 조용하니 못된 승려중심 불교가 고쳐지지 않는다”
특히 서울 화계사에서 운영되던 조계종 외국인행자교육원이 최근 폐쇄된 것이 현각 스님의 격분을 촉발한 한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 문제를 언급하며 “숭산 스님께서 45년 전 한국 불교를 위해 (외국인들에게)새 문을 열었는데, 최근에는 종단이 그 문을 좁히고 있어 2, 3년 사이에만 7~9명의 외국인이 환속했다” “주한 외국인 스님들은 오로지 조계종의 데커레이션이다”라고 비판했다. “과거에는 외국인 재가수행자(신자)들이 화계사 국제선원에 언제나 마음껏 머무를 수 있었지만 지금은 템플스테이 참가비를 지불해야만 한다”며 “옛날이 그립다”고 적기도 했다.
조계종이 2011년 서울 화계사에 설치해 운영해 오던 외국인행자교육원은 개원 후 연간 10~20명의 외국인 행자(예비승려)가 등록해 공부해왔지만, 올해 행자가 2명에 그치는 등 수년 째 등록인원이 줄자 해당 교육과정을 비상설로 운영하기로 하고 교육원을 사실상 폐쇄한 상태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mailto:shine@hankookilbo.com)
선의 나침반: 숭산 대선사의 가르침
-숭산 저/현각 편/허문명 역 | 김영사 | 원서 : The Compass of Zen (1997)
책 소개
진리의 안내자 숭산 대선사의 30여 년간의 설법을 제자 현각 스님이 집대성한 지혜와 깨달음의 정수! 따뜻하고 자애로우면서도 격식에 구애받지 않는 숭산 스님의 파격적인 법문은 딱딱한 불교가 아닌, 재미있고 쉬운 불교로 우리를 안내한다!
참나를 깨닫고 중생을 교화하는 불교의 목적에서부터, 소승불교, 대승불교, 선불교로 이어지는 부처님의 가르침까지! 쉽고 재미있게, 그러나 핵심을 관통하는 숭산 스님의 말씀은 연기법과 삼법인, 사성제와 팔정도, 육바라밀행 등 불교교리의 핵심 가르침을 설명하고, 금강경, 반야심경, 법화경, 화엄경 등 경전에 담긴 불법의 세계를 경험하게 한다. 2500년간 이어온 불교의 맥을 한 권으로 꿰뚫는 ‘한국의 달마’ 숭산 대선사의 가르침!
숭산 스님
1927년 평안남도 순천에서 태어났다. 1944년 일제의 압제 아래 독립운동 단체에서 활동하다
체포되어 옥고를 치렀다. 동국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했으나, 불안한 사회를 보며 자신의 정치적 운동이나 학문으로는 세상에 도움을 줄 수 없음을
깨달았다. 참된 진리를 구하기 위해 1947년, 충남 마곡사로 출가하여 행원(行願)이라는 법명을 받았다.
1949년 예산
수덕사에서 당시 한국 불교의 대표적 선지식이었던 고봉 대선사로부터 전법게(傳法偈)와 숭산(崇山)이라는 당호(幢號)를 받아 이 법맥의 78대
조사(祖師)가 되었다. 당시 고봉스님은 ‘너의 법(法)이 세계에 크게 퍼질 것’이라고 예견했다. 1966년 일본으로 건너가 해외 포교에 앞장서
1972년 미국에 홍법원 개설을 시작으로, 32개국에 120여개 선원(Zen Center)을 설립ㆍ운영하였으며 수많은 외국인 제자들을 길러냈다.
달라이 라마, 틱낫한, 마하 거사난다와 함께 세계 4대 생불(生佛)로 추앙받았던 숭산스님은 만년까지 세계를 누비다 2004년 서울 수유리
화계사에서 입적했다.
현각스님
벽안의 스님. 1964년 미국 뉴저지 라웨이에서 태어났다. 예일 대학교에서
서양철학과 영문학을 전공한 뒤, 하버드 대학교 대학원에서 비교종교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서양의 종교와 철학에서 정신적 만족을 얻을 수 없었던
그는 1990년 대학원 재학 시절 숭산 스님의 설법을 듣고 1992년 출가했다. 1996년 양산 통도사 금강계단에서 숭산 스님을 스승으로
비구계를 받았으며, 2001년 8월 화계사에서 숭산스님으로부터 공식적으로 인가를 받았다.
1992년부터 송광사, 정혜사, 각화사,
봉암사 등 전국의 선방에서 용맹정진을 해왔다. 불교 경전의 영역 및 다수의 법문을 통해 선맥이 잘 이어지고 있는 한국 불교를 세계에 알리는 데
힘쓰고 있으며, 2009년 12월에는 미국 로스엔젤레스 카운티미술관(LACMA) 내 극장에서 불교의 원리, 한국 불교의 특징과 문화 등에 대해
소개하는 자리를 갖기도 했다.
오랜 수행을 거쳐 재미 홍보원 관음선원 주지, 현정사 주지로 활동했으며, 화계사 국제선원 선원장을
맡았다. 숭산스님의 가르침을 담은 『선의 나침반(The Compass of Zen)』『오직 모를 뿐(Only Don't
Know)』『세계일화(The Whole World is a Single Flower)』 등을 영문으로 엮었으며, 저서로 『선학의 이해』,
『선어록 산책』, 『선문 선답』, 『선문보장록』, 『선 사상론』, 『선 수행론』, 『한국선론』, 『벽암론의 세계』, 연보로 구성된『최현각
선화전집』(전 11권),『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선의 나침반』, 『내 사유의 속살들』 등이 있다.
부처님은 본성을 찾는 것이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준 최초의 인물이다.
‘우리는 태어났을 때 어디서 왔는가, 죽으면 어디로 가는가. 올바른 삶이란 과연 무엇인가.’ 많은 사람들은 ‘당신이 누구인가?’ 하는 질문을
받으면 이렇게 대답한다. 변호사, 의사, 택시 기사, 학생 혹은 누구누구의 남편, 아내, 딸, 아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우리 바깥의
모습일 뿐이다.
이제 우리 내면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그리하여 참 삶을 살아야 한다. 진정한 삶이란 바로 대자대비의 삶이다.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중생들까지도 고통으로부터 구해내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우리 자신부터 먼저 고통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본성을 찾아야
하는 이유이다.
죽기 전에 우리는 그것을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삶은 올바른 삶이 될 수 있다. 이것은 책에서 찾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공부를 많이 한 박사라도 우리 자신의 본성을 모른다면 소용이 없다. 본성을 찾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참선 수행이다.
바른 수행은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일에서부터 시작한다. ‘나는 누구인가?’라고 묻는 것이 참선 수행의 시작이자 끝이다. 이 질문을 깊이
하게 되면 모든 생각이 끊어지고 생각 이전의 상태로 돌아오게 된다. 그리하여 ‘오직 모를 뿐’을 깨달아 우리 자신을 알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본래 모습이란 바로 이러한 생각이 일어나기 전의 마음 상태를 말한다. 이런 상태라야만 우리는 우리 자신을 찾을 수 있고 다른 중생들을 고통에서
구해낼 수 있다. 그것이 바로 ‘눈뜸’이다.
이 책의 제목을 왜 ‘선의 나침반’이라고 지었는가? 부처님은 우리 인생이 ‘고해(苦海)’라고
가르쳤다. 모든 사람들은 나고 늙고 병들어 죽는다. 그리고 또 다시 태어나고, 우리의 욕망과 집착 때문에 우리는 고해에 빠지기를 반복한다.
산스크리트로 이것을 ‘삼사라(samsara, 輪回)’라고 부른다. 돌고 돌고 돈다는 뜻이다. 부처님은 우리가 이 고통의 바다를 건너기 위해
‘지혜(prajna)의 배’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 배에는 다른 배들과 마찬가지로 나침반이 필요하다. --- 저자의 말
중에서
‘오직 모를 뿐…….’
그 순간 우리 자신과 우주는 완벽하게 하나가 된다. 다른 것도 아닌 오직 ‘참선 수행’이라는
직접 경험을 통해 올바른 길과 진리를 얻게 되는 것이다. 예수님은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라고 하셨다. 불교 역시 진리로 향하는 길을
걸으며 참 나를 깨닫고 고통에 빠진 중생들을 구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것이야말로 인간으로 태어난 우리가 진정 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가
참 나를 얻을 때 우리는 우주적 존재가 된다. 우주와 나는 분리되지 않은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깨닫는다면 우리는 바로 지금 이 순간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눈앞에서 볼 수 있다. 순간순간 올바른 상황, 올바른 관계, 올바른 실천(실용, 實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불교의 목적은
‘깨달음을 얻고 모든 중생을 제도하는 것이다.(上求菩提 下化衆生)’ 그러나 이 두 가지는 분리되는 것이 아니다. 깨닫고 가르치는 것은 수레의
양쪽 바퀴와도 같은 것이다. 한쪽이 고장나면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예를 들어 당신이 깨달음을 얻는다고 하면서 사람들과의 삶을 소홀히 한다면
진리로 향하는 길은 더욱 요원해지게 된다. 한편 깨달음을 얻기 위한 피나는 수행을 하지 않는다면 또한 부처가 될 수 없다.
깨달음을 얻고
중생을 제도하는 두 가지 수레바퀴로 나아갈 때, 우리는 불국토의 나라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아무리 8만 4천 경전이나 성경을 줄줄이 왼다
하더라도 나 자신을 찾지 못한다면 중생을 제도할 수 없으며, 그 모든 이해와 지식은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다. 박사학위를 몇 개씩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정작 눈감고 죽는 순간에 그것이 무슨 도움이 된단 말인가.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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