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코끼리, 9년 새 30% 줄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사상 첫 18개국 개체수 전수조사 결과 ‘35만2271마리’
하늘 위에서 내려다본 동아프리카 보츠와나의 리니안티 초원은 평화로웠다. 한 무리의 코끼리가 물가 진흙에서 쉬는 듯 보였다. 그러나 비행기에서 내려 땅을 내디디는 순간 평온했던 풍경은 공포영화의 한 장면으로 변했다. 코끼리들은 모두 머리가 잘려나간 상태였다. 상아를 얻기 위한 밀렵꾼의 소행이었다.
데이비드 매켄지 CNN 기자는 코끼리 보호단체 ‘국경없는코끼리’ 연구진과 보츠와나 일대를 돌아본 이야기를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전했다. 그는 초원지대를 돌아본 이틀 동안에만 20마리가 넘는 코끼리가 죽어 있는 것을 목격했다.
국경없는코끼리 설립자이자 생태학자인 마이크 체이스는 “최근 2년 동안 이렇게 많은 코끼리 사체를 본 적이 없다”며 야생동물 보호구역 관리가 잘되는 보츠와나에서조차 밀렵을 막지 못한다면 희망이 없다고 한탄했다.
지난달 31일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세계자연보전총회(WCC)에서는 ‘코끼리 대(大)센서스’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2013년 12월부터 2년 넘게 사바나코끼리(아프리카코끼리)가 사는 아프리카 18개국의 개체 수를 사상 처음으로 전수조사한 것이었다.
조사결과 코끼리 수는 총 35만2271마리였다. 2007년에 비해 14만4000마리, 약 30%가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이 조사는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 폴 앨런이 돈을 모두 댔고 과학자 90명과 국경없는코끼리 등 7개 비정부기구 활동가 286명이 참여했다.
비행기 81대를 동원해 코끼리 수와 서식환경을 조사했고,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아 과학적인 데이터 수집과 평가 방법을 도입했다. 총 비행거리는 46만3000㎞에 달한다. 지구에서 달에 이르는 거리보다 긴 거리를 여행한 셈이다. 앨런은 “코끼리 수가 크게 줄었음을 과학적으로 밝혀냈으니 이제 이를 막을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식민시대 이전 아프리카에는 200만마리에 달하는 코끼리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1979년에는 130만마리로 급감했다. 밀렵은 감소하기는커녕 그 후로 더 퍼지고 있다. 중국 등 아시아에서 불법 상아 수요가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케냐, 우간다, 보츠와나, 가봉 등 4개국이 결성한 ‘자이언트클럽’은 사상 첫 ‘코끼리 정상회담’을 열어 코끼리·코뿔소 밀렵을 막는 데에 협력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의지를 보이기 위해 밀렵꾼들에게서 압류한 상아와 코뿔소 뿔들을 불태웠다. 그러나 밀렵이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게 센서스에서도 확인됐다. 이번 조사에서 코끼리의 84%는 자연보호구역 안에 살고 있고, 16%만 보호구역 밖에서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보호지역에서도 수많은 코끼리 사체가 발견됐다.
코끼리들이 밀렵을 두려워해 새끼 낳기를 꺼린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코끼리 보호단체 ‘세이브디엘리펀트’는 아프리카 정글에 사는 둥근귀코끼리를 조사한 결과, 다른 곳의 코끼리에 비해 10살 이상 늦은 나이에 첫 새끼를 낳고 출산 후 한참 지난 후에야 두 번째 새끼를 낳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밀렵에 자주 노출되는 까닭에 번식을 피하는 것으로 과학자들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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