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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동원의 우연의 그림 앞에서

세상 이야기

위안부 합의’ 그 이후

금동원(琴東媛) 2016. 12. 31. 00:36

이용수* 내 이름을 아십니까?

 

금동원

 

나는 위안부가 아닙니다

나는 조선의 딸 이용수입니다

열여섯 살 소녀였습니다

내 힘과 의지로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었을까요

차라리 두려움과 공포보다 죽음을 먼저 알았더라면

300명의 군인과 5명의 소녀를 태운 트럭은 어디론가 떠나고

대만으로 끌려가 강간당하고

죽음은 너무 멀어 몸부림치면 칠수록

전기고문과 폭행, 감금과 윤간, 짐승보다 더러운

만행을 이겨내기에 나는 너무 어렸습니다

나는 누구입니까

알고 싶지도 알 수도 없습니다

석고처럼 피떡 져 죽은 심장으로 87살의 내가 여기에 있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 47년을 숨 쉬며 죽어있는 내가 여기에 있습니다

마음의 피고름과 썩은 피는 몸 구석구석을 징그럽게 쓰다듬고

만신창이의 세월은 털어내고 휑궈내도 뽀송하게 마르지가 않습니다

나는 무엇입니까

나는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나는 어디를 보고 있습니까

먼저 떠난 원혼들의 통곡소리가 들립니다.

그들의 갈기갈기 찢겨 썩지 못한 살점들이 검은 강물 위를 둥둥 떠다닙니다.

나는 두 눈 부릅뜨고 죽어야 합니다

눈감고는 도저히 죽을 수 없는 이 원통한 설움과 참혹을

진실은 진심이여야 합니다

진심으로 진실이여야 합니다

역사는 정직 안에서 역사여야 합니다

과거는 과거사가 아니라

거짓된 진실로 눈 멀어있는 지금, 죽지 않은 현대사로 살려놓아야 합니다

나는 곧 죽습니다

그러나 나는 죽지 못합니다

결코 이렇게 죽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위안부가 아닙니다

우리는 모두 열여섯 살 꽃다운 이용수였습니다

오늘도 52명의 이용수는 마지막 유언처럼 말합니다

"미안합니다. 잘못했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무릎을 꿇고 진심을 담아 사력을 다한 사과 한마디면 됩니다.

우리들이 제발 편히 눈을 감고 죽을 수 있게 해주십시오

 

*이용수: 2015년 5월 28일 현재 생존 할머니 52명 중에 한 분이다


- 시집『우연의 그림앞에서』 (2015, 계간문예)




  부산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대치 끝에 연행·철거

  -경향신문/권기정 기자 kwon@kyunghyang.com


   지난해 한일 정부의 위안부 합의에 반발한 부산시민단체가 일본영사관 앞에 소녀상을 설치했으나 부산 동구가 설치 4시간만에 소녀상을 철거했다. 

  28일 낮 12시 30분쯤‘미래세대가 세우는 평화의 소녀상 추진위원회’가 부산 동구 초량동 정발장군 동상 앞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 수요집회를 연 뒤 인근 일본영사관 앞에 평화의 소녀상을 기습적으로 설치했다. 추진위는 미리 준비한 소녀상을 지게차로 내려 영사관 앞 인도에 가설치했다. 경찰이 소녀상 철거에 앞서 참가자들을 연행하려 하자 집회 참가자와 추진위 측 40여 명은 경찰과 대치하며 연좌농성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시위자들이 한명 씩 경찰에 연행됐다.

                              

  부산 동구는 직원들을 동원해 소녀상 주변에서 연좌농성을 벌이는 청년들을 끌어냈으며 이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면 경찰력을 요청하고, 경찰은 공무집행방해혐의를 적용해 연행했다. 13명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연행됐다. 동구는 이날 오후 4시30분쯤 청년들을 모두 끌어낸 뒤 곧바로 소녀상을 철거했다. 

  경찰은 “소녀상 철거여부는 관할 부산 동구청이 결정할 일로 경찰과 무관하다”며 “집회신고 없이 이뤄진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에 대해서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적용할 방침이며 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현행범으로 연행할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28일 오후 4시30분 부산 동구 직원들이 소녀상을 철거하고 있다./권기정 기자


  추진위는 당초 오는 31일 오후 9시 일본영사관 앞에서 소녀상 제막식을 할 예정이었다. 이들은 지난 1월부터 소녀상 건립을 위한 1인 시위를 이어왔으나 부산 동구의 반대로 설치를 하지 못하다 이날 기습 설치했다. 동구는 지난 27일 소녀상 설치를 막고 1인 시위를 시민들이 볼 수 없도록 공무수행 트럭을 인도에 세워놓았다가 비난을 사기도 했다.



  부산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 허용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30일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 앞에 소녀상이 설치되고 있다. 동구청은 철거한 지 이틀 만에 소녀상을 반환했다. ccho@yna.co.kr



   산 日영사관앞 소녀상 설치, 한일관계 '파장' 촉각(종합) 일본 반발할 듯…정부, 여론과 日압박 사이 '딜레마'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 앞에 소녀상이 설치되면서 향후 한일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쏠린다. 소녀상 설치 불허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자 부산 동구청이 입장을 급선회했지만 일본 정부가 설치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외교적 마찰도 우려된다.

  일본 당국자는 소녀상이 설치된 이날 곧바로 우리 정부에 항의의 뜻을 표하며 철거를 요구하고 나섰다.

향후 이번 사안에 대해 한일 양국의 외교 당국이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한동안 이어진 전반적인 한일관계 개선 흐름에 변곡점이 될 가능성도 커 보인다.

  2015년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합의 후에도 소녀상이 잇달아 설치되면서 이미 전국에 36개의 소녀상이 세워졌으나, 이번에는 설치 장소가 일본영사관 앞이라는 점에서 일본당국이 민감하게 반응할 여지가 큰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 종로구의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처럼 일본 정부를 겨냥한 직접적 압박이 될 수 있는 데다 나아가 일본의 반성을 촉구하는 시민사회 운동의 또 하나의 상징으로 자리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소녀상 철거' 매달리는 日(CG)
'소녀상 철거' 매달리는 日(CG)[연합뉴스TV 제공]


  지난 20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이 일본영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건립 추진에 "매우 유감이다"라고 밝힌 데 이어, 일본영사관 측도 "소녀상 절대 불가" 방침을 담은 공문을 동구청에 보내는 등 일본 측이 강경한 입장을 보여온 것도 이런 점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향후 일본이 다양한 기회를 활용해 우리 외교 당국을 압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스기야마 신스케(杉山晋輔)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이날 오후 이준규 주일 한국대사에게 "매우 유감"이라고 항의한 뒤 소녀상 철거를 요구했다.

  스기야마 사무차관은 이 대사에게 전화를 걸어 이같이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공관 접수국에 '공관 지역 보호와 품위 손상 방지 조치' 의무를 규정한 '외교관계에 관한 빈 협약'에 입각해 서울 대사관 앞 소녀상 이전을 요구했던 만큼, 앞으로 부산 소녀상에 대해서도 '영사관계에 관한 빈 협약'의 유사 조항을 거론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작년 위안부 합의에 한국 정부가 이행해야 할 일에 포함된 '소녀상 문제의 적절한 해결 노력'을 실천하라는 압박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정부는 국내 여론과 일본의 압박 사이에서 어려운 입장이 됐다.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방위상은 지난 29일 오전 7시55분께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 구 소재 야스쿠니신사를 방문했다(사진).
현직 방위상이 야스쿠니신사에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 이나다 방위상은 지난 26~27일 아베 총리의 미국 하와의 진주만 방문에 동행, 일본의 진주만 공격으로 인한 희생자들을 위령하고 귀국한 익일 야스쿠니를 방문해 방위상 자격으로 참배한 것. [AP/교도통신 =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해 위안부 합의에 대한 강한 반대 여론과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 등으로 말미암은 국정 동력 약화 상황에 소녀상에 대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일본 측 인사들의 잇따른 '문제적 언행'으로 위안부 협의와 나아가 일본 당국에 대한 국내 여론이 극도로 악화한 상황인 만큼 이번 소녀상 설치에 대한 한일 양국의 후속 조치가 예상치 못할 파급력을 낳을 수도 있다.

  이 같은 상황을 초래하기까지 일본 정부의 책임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29일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방위상이 현직 방위상으로는 처음으로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면서 양국의 관계 개선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비판이 거셌다.

  앞서 아베 총리는 지난 10월 자국 국회에서 한일 간 위안부 문제 합의에 추가해 일본 측에서 위안부 피해자에 사죄 편지를 보낼 가능성이 있느냐는 민진당 오가와 준야(小川淳也) 의원의 질의에 "털끝만큼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해 국내의 위안부 합의 반대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야권 대선주자들이 '재협상론' 내지 '파기론'을 거론함에 따라 한국 안에서 위안부 합의가 위태로운 상황임을 감안할 때 일본 정부의 성의 있는 태도가 요구되는 시점에 오히려 한국내 반일 감정에 힘을 싣는 행동을 한 셈이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외교 공관 앞이라는 점에서 일본 측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우리 외교 당국으로서도 진퇴양난의 상황"이라며 "정부의 국내 시민단체와의 진솔한 소통, 무엇보다 국익이 중심이 되는 외교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hapy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