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금동원
침묵이 생성되는 자리에는
점點들이 점점점 모여들어
셀 수 없을 만큼의 점이 되고
하나의 점이 되고 큰 점이되고
별 안의 무수한 별
별들 안에 차곡차곡 쌓여가는 별별별
은하수로 뻗어가는 길을 만들고
지금 세상은 온통 암흑천지
무수한 침묵들이 무너져내린
밤은 새로운 시작의 붕괴점
짙푸른 지구별에서 우리 다시 만나자
* 김환기의 그림<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시집 『우연의 그림 앞에서』,(계간문예, 2015)
(시작노트) 김환기(1913~1974) 화백은 무척 좋아하는 화가 중의 한 분이다. 초기의 동양적 화풍의 작품들(달과 항아리와 새들)도 좋아하지만 특별히 푸른 바탕을 배경으로 한 추상화(단색화) 작품들을 좋아한다.
<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는 김환기 화백의 친구이자 시인인 김광섭의 <저녁에>에서 영감을 얻어 그린 단색화다. 그의 이 작품(연작시리즈)을 한 번이라도 직접 감상해본 사람들은 시인 김광섭의 시와 더불어 푸른 빛이 도는 이 작품에서 느껴지는 아련하고 깊은 그리움과 여운에 큰 감동을 받을 것이다.
김환기의 작품<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는 무수하게 많은 점들로 이루어져 있는 그림이다. 화폭 위를 번져 나가는 푸른 점 하나 하나는 무수한 인연에 대한 마음을 혼신의 힘을 다해 찍어낸 화가의 눈물이자 사랑이자 그리움이다. 그것은 고스란히 하늘의 별이 되고 은하수가 되어 영원히 그리운 인연들로 다시 태어난다. 언젠가는 다시 만날 인연의 꽃으로 우주의 별로 피어난다.
침묵하는 순간, 모든 세상의 그리움과 욕망, 시름과 고통들이 사라지는 텅 빈 공간, 본래의 나의 자리로 돌아간다. 소멸의 다른 이름은 탄생이자 새로운 만남이다. 그것은 다시 차곡차곡 채워 나갈 수 있는 또 다른 인연이자 희망의 자리는 아닐까. 티끌보다 더 작은 점, 그 점들이 점점점 모여 나와 너를 이루고, 우리가 되고, 하나의 우주가 되는... 우리들은 다시 짙푸른 지구별에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날 수 있으랴.(금동원)
저녁에
저렇게 많은 별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 수록
별은 밝음 속에서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김광섭 <저녁에> 전문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232 x 172cm/개인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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