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일 '탄핵 촛불' 대장정, 깨져선 안될 대기록
20차례, 누적 1658만명, 중상·사망자 0명.."매주 주말 반납 비극, 되풀이 안돼"
[머니투데이 윤준호 기자] 윤준호 기자 입력 2017.03.12 06:21
11일 열린 20차 촛불집회에 주최 측 추산 서울 65만명, 지방 5만8160명이 모였다. 총 20차례 촛불집회에 참가한 연인원은 전국 1600만명이 넘는다./ 사진제공=뉴스1
사상 초유의 사태에는 초유의 행동으로 맞섰다. 유례없는 국정농단 사태에 국민은 단군이래 최대 평화시위로 대응했다.
광화문 탄핵 촛불은 모든 시위 기록을 갈아치웠다. 최장 기간에 최다 인원을 동원했다. 집권세력의 불법을 꾸짖는 경고는 엄중했지만 질서와 절제를 잃지 않았다.
성숙한 시민의식에 경찰도 탄력적으로 대응했다. 방패와 곤봉, 물대포는 자취를 감췄고 경찰 차벽(경찰버스)에는 꽃 스티커가 뒤덮였다. 청와대 턱밑까지 파고든 행진에도 아이를 데리고 나온 부모가 위협을 느끼지 않았다.
'박근혜 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11일 20차 촛불집회에 서울 65만명, 지방 5만8160명(연인원 포함)이 모였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해 10월29일 첫 촛불집회부터 이날까지 134일간 20차례에 걸친 전국 촛불집회 누적 참가자 수는 1658만1160명을 기록했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시위 역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규모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불붙은 촛불집회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 표결일(지난해 12월9일)을 앞두고 절정에 이르렀다.
퇴진행동에 따르면 지난해 11월26일 5차 촛불집회 참가자 수는 서울 150만명·지방 40만명이다. 바로 이어 다음 달 3일 열린 6차 촛불집회에서는 서울 170만명·지방 62만명이 거리로 나왔다. 2주 만에 전국에서 총 422만명이 모인 셈이다.
누적 참가자 수는 매 집회 때마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해 12월31일 10차 촛불집회에서는 누적 참가자 수가 1000만명을 돌파했다. 첫 촛불집회가 열린 이후 64일 만이다.
정유년 새해 들어 촛불시위대 규모는 잠시 주춤했다. 하지만 날이 풀리고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이 임박하면서 거리로 나오는 인파는 또다시 늘어났다.
탄핵심판 선고일 직전 열린 19차 촛불집회까지 퇴진행동이 추산한 전국 누적 참가자 수는 1587만3000명이다. 중복 참가 여부를 따지지 않고 단순 수치로만 보면 대한민국 전체 인구(지난달 기준 약 5170만명) 중 3분의 1 가까이 된다.
4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20차례에 걸쳐 1600만명 이상이 집회에 나왔지만 연행자는 총 23명에 그쳤다. 이마저도 3차 촛불집회 때까지 발생한 인원이고 4차 집회 이후로는 단 1명의 연행자도 나오지 않았다.
경찰도 촛불집회 초반까지는 자정 이후에는 시위대 강제해산 등으로 대응했지만 횟수가 거듭되고 시위대가 불어날수록 질서 유지에만 집중했다.
법원이 시위대에게 청와대 앞 100m 행진을 허용했을 때도 경찰은 무리한 대치보다는 평화 시위와 준법 집회를 유도했다. 경찰과 시위대 사이 물리력 행사가 줄어들면서 초반 가벼운 부상자를 제외한 중상자나 사망자는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퇴진행동은 20차 촛불집회를 끝으로 '촛불 방학'에 들어간다. 세월호 참사 3주기(4월16일)를 앞둔 주말 등 필요에 따라서만 집회를 열 계획이다.
탄핵 촛불이 쌓아올린 역대 최대 인원 등 갖가지 진기록은 앞으로 깨지지 않을 전망이다. 깨져서도 안된다. 다시는 국민이 매주 주말을 반납하고 거리로 나와야 하는 비극의 역사는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 도돌이표를 막는 것 역시 우리의 몫이다. 우리가 광장에서 배운 교훈이다.
윤준호 기자 hi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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