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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세일즈맨(Forushande, 2017)

금동원(琴東媛) 2017. 6. 11. 23:07


  세일즈맨(Forushande, 2017)

  -감독:아쉬가르 파르하디(이란)

  -출연:샤하브 호세이니, 타라네 앨리두스티



  ○시놉시스


   ▶진실과 마주한다면 당신은 용서할 수 있는가?


  연극세일즈맨의 죽음을 준비 중인 젊은 부부라나에마드’. 살고 있던 건물이 붕괴될 위기에 처하자 이전 세입자의 물건들이 남아 있는 기이한 느낌의 아파트로 이사를 간다. 하지만 남편 에마드가 집을 비운 어느 날, 그들의 삶이 송두리째 바뀌는 사건이 일어나는데


   

   ○A B O U T   M O V I E (1)

   대체 그 사건은 어디에서 시작됐나죄책감과 복수, 용서의 충격적인 딜레마


   아쉬가르 파르하디 감독에 붙는 중요한 수식어 중 하나는 그가 평범한 이야기를 중요한 이야기로 바꿀 줄 아는 뛰어난 스토리텔러라는 점이다. 이민 문제에 대한 의견 차이로 선택한 부부의 별거에서 비롯된 유산과 살인죄 기소’(<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이혼과 재혼사이에 낀 세 남녀의 일상에서 발견되는 진실의 흔적들(<아무도 머물지 않았다>). 그 상황 속에서 아쉬가르 파르하디는 단순히 사건의 표피 그 자체를 바라보는 것이 아닌 인간이라는 존재의 커다란 딜레마를 집요하게 탐구한다. 두 개의 판단 사이에 끼어 어느 쪽도 결정할 수 없는 상태. 선과 악의 이분법적 선택이 아닌, 자신의 도덕적 판단에 의지해야만 하는 상태.


   항상 탐구해왔던 그 딜레마가 <세일즈맨>에서는 단 하나의 사건으로 시작된다. 남편은 아내를 집에 먼저 보내고 일을 마무리한 후 장을 본다. 집에 있던 아내는 남편과의 통화를 마친 후 샤워를 하려다가 현관 벨소리에 남편이라 착각하고 문을 열어준 후 욕실로 들어간다. 문이 열리고 누군가 들어온다. 얼마 후 남편은 계단에 떨어진 핏자국을 발견한다. 누군가 침입했고 아내는 피를 흘린 채 병원에 누워있다. 죄책감에 괴로운 남편은 수많은 생각들 사이에서 표류한다. 사실 그들은 전에 살던 건물의 붕괴 위험 때문에 극단 동료의 소개를 통해 이 곳에 임시로 오게 됐다. 건물이 붕괴되지 않았다면, 동료에게 이 집을 소개받지 않았다면, 아내를 집에 먼저 보내지 않았다면.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부인은 침묵하고 있다. 대체 왜 침묵하고 있는 것일까? 누가 집에 들어온 것일까?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고민들과 복수와 용서의 딜레마 속에서 남편은 결국 어느 것 하나를 선택하고 또 다른 사건의 시작을 연다. 그렇게 딜레마는 다시 시작되며 관객들은 남자와 같은 상황에서 동일한 질문을 받게 된다. 내가 이런 사건을 겪는다면, 진실을 마주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신작 <세일즈맨>에서 더욱 섬세하고 날카로운 방법으로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딜레마의 모든 것을 탐구하고 질문을 던지고 있는 아쉬가르 파르하디 감독. 다음은 그가 해외 매체와 나눈 영화의 내용에 관한 몇 가지 Q&A이다.

 

   Q. <세일즈맨>을 어떻게 정의하는가? 잃어버린 명예를 복수하는 것에 관한 스토리인가?


   A. 정의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해 말하는 것도 그렇다. 모든 것은 관객 자신만의 특별한 주관이나 사고방식에 달렸다. 만약 이 영화를 사회적 비평의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그 요소만 기억에 남을 것이다. 누군가는 이 영화를 도덕적 이야기로, 또는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볼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누군가에게 복수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일은 그들의 프라이버시를 침범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연극에서 세일즈맨의 아들이 엄마에게 아빠의 비밀을 밝히려는 것처럼, 영화에서 남자 또한 누군가의 명예를 짓밟으려 한다. 또한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영화는 가족 안에서 인간적 관계의 복합성과 연관 있다는 것이다.

   Q. 당신의 영화들은 평범한 두 가족의 충돌과 그로 인한 어려움을 이야기한다. 당신에게 가족이란 무엇이고, 끊임없이 이야기할 정도로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A. 인간이 맺는 가장 오래된 관계는 가족이며, 가족 관계에 관한 경험의 총합은 다른 어떤 경험보다 크다. 그러나 새로운 가족이 생길 때마다 이 경험치는 효력이 없어진다. 남자와 여자가 가족 관계를 시작하게 되면 주행 거리계가 다시 0으로 설정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나에게 가족은 몇 번이나 헤엄쳐도 항상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는 바다와도 같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는 유사점이 많지만 부부 관계는 그렇지 않다. “이 남편과 아내의 관계가 그 남편과 아내의 관계와 비슷하다라고 말할 수 없다. 비슷한 두 사람이 나란히 놓이면 그 조합은 전혀 다른 것으로 발전한다.

 

   Q. 당신의 영화들에서 등장인물은 법보다는 자신의 손으로 직접 올바른 일을 하려고 한다. 사회 시스템이 신뢰할 수 없거나 더 구체적인 방식으로 해결될 필요가 있기 때문인가?


   A. 당신이 열거한 모든 것 때문일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하게 말하고 싶었던 것은 법에 관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분노하고 화가 나 있을 때 복수를 할 때까지는 편안한 감정을 느끼지 않게 되는데, 법의 손에 정의를 맡기게 되면 복수는 아주 오래 걸린다. 법을 신뢰하지 않거나 사적인 문제가 공개적으로 드러나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꽤 많다. 그들이 비로소 만족을 느낄 때는 스스로 정의를 행하고 자신의 권리를 위해 일어날 때이다.

 

   Q.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세일즈맨> 모두 등장인물들에게 감정이입을 많이 하게 되는 작품들이다.


   A. 등장인물들 모두에게 공감을 느낄 만한 지점이 있다.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에서 여자의 입장에 공감한다고 해서 남자를 반대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관객은 그를 싫어하지 않으며 그의 관점 또한 이해한다. 왜냐하면 그들이 겪는 갈등의 원인이 선과 악의 싸움이 아니기 때문이다. 선과 선의 갈등이나 불일치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이 나의 영화가 복잡하게 보이는 이유다. 선과 선 사이에서 어느 한 쪽을 선택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 A B O U T   M O V I E ( 2)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과의 평행 구조, 급변하는 시대 속 파괴되는 일상을 다룬 미스터리 복수극

 

 

  ▶ {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을 배경으로 한 이유에 대하여 }


    항상 극장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젊었을 때 연극과 관련된 일을 했었고 이는 내게 여전히 큰 의미로 남아있다. 트리트먼트를 쓰고 있을 때 많은 연극들을 생각했었다. 그러던 중 학생 때 많은 면에서 나를 흥분시켰던 [세일즈맨의 죽음]을 떠올리게 됐다. 연극과 시나리오의 주제가 마치 거울처럼 매우 비슷했다. 둘 다굴욕경멸이라는 주제를 강조한다. 그래서 극장을 배경으로 연극을 하는 등장인물에 관한 시나리오를 발전시키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변화로 특정 사회 계급의 파멸을 초래했던 시대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연극에 담겨있다는 점은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급속도로 변하는 현대화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은 망가졌다. 그런 의미에서 이 연극은 우리 나라의 현재 상황과도 강력하게 맞물린다. 현재 이란은 숨가쁜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적응 아니면 죽음이다. 연극의 핵심적 사회적 비판이 오늘날 우리 나라에는 여전히 유효한 것이다.


   ▶{ 연극과 영화의 평행 구조 }


  영화 자체는 두 개의 구조를 갖고 있다. 한 부분은 연극이고 다른 한 부분은 실제 삶이다. 처음 해보는 구조이다. 나는 이 두 파트가 평행을 이루면서 어느 시점에서는 서로 연결되기를 바랐다. 그리고 영화의 끝에서는 이들 사이의 경계가 합쳐져 하나가 되기를 원했다. 오늘날의 테헤란은 밀러가 연극의 시작에서 뉴욕을 묘사하는 것과 매우 흡사하다. 과수원과 정원 등 오래된 모든 것들을 파괴하고 새로운 건물들로 교체하면서 도시의 얼굴은 현저한 속도로 변하고 있다. 테헤란은 정신 없이 바쁘고, 무정부적이며, 비합리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영화가 실제 세일즈맨과 그의 가족을 직면해 운명을 결정하게 된다.

           


  정말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연극에서 세일즈맨을 연기하던에마드가 실제 존재하는 세일즈맨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가족 이야기를 말할 때, 집은 분명히 주된 역할을 한다. 이미 내가 이전 영화에서도 다뤘던 방식이다. 이번에도 여전히, 집과 도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극의 또 다른 관점은 가족 내 관계의 복잡성이다. 연극은 관객으로 하여금 정말 미묘한 질문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영화 속 부부의 삶은 연극과 평행을 이룬다. 무대에서 에마드와 라나는세일즈맨부인을 연기한다. 실제 삶에서 그들은 깨닫지 못하지만 매일 밤 무대에서 그를 연기하면서 그를 이해하기 위해, 또한 관객들이 그를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했던 그가 그를 마주하는 그 순간, ‘에마드’는세일즈맨의 아내에게 뭔가를 말하려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