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새』
모리스 마테를링크 글 / 허버트 포즈 그림 / 김주경 역 | 시공주니어
‘행복’은 우리 가까이 있어요.
행복이란 이름의 파랑새를 찾아 떠나는 틸틸과 미틸의 환상적인 모험.
일생 동안 신비롭고 환상적인 작품 세계를 그려 내며 독창적인 희곡들을 남긴 모리스 마테를링크. 《파랑새》는 마테를링크만의 철학이 담긴 대표작이자, 그를 대문호 반열에 올려 주고 노벨 문학상을 받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한 작품이다. 《파랑새》는 1909년 출간된 이래 수많은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연극뿐 아니라 영화, 뮤지컬, 애니메이션 등으로도 만들어졌다. 그런 까닭에 《파랑새》가 원래 ‘희곡’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국내 출간된 작품 대부분이 중역본이나, 원작을 짧게 요약하거나 동화로 고쳐 쓴 각색본이다. ‘파랑새’ 하면 보통 ‘치르치르’와 ‘미치르’라는 두 주인공 이름을 떠올리는데, 이것은 일본어로 중역된 이야기를 그대로 옮긴 데서 비롯된 것이다. 모리스 마테를링크는 벨기에 태생임에도 모든 작품을 프랑스 어로 썼으며, [네버랜드 클래식]에서 새롭게 발간한 《파랑새》는 프랑스 고전 문학을 꾸준히 번역해 온 전문 번역가가 충실히 옮긴 완역본으로, ‘희곡’ 원작 그대로의 가치와 감동을 온전히 느끼게 해 준다.
○작가 소개
글 : 모리스 마테를링크(Maurice Maeterlinck)
극작가이자 시인, 수필가인 모리스 마테를링크는 벨기에 서북부에 있는 도시 겐트에서 태어났다. 마테를링크는 겐트 대학교에서 법률을 공부했으나, 문학에 일생을 바치기로 마음먹고 프랑스에 머무르며 작품을 쓰기 시작했다. 1889년 죽음과 운명을 노래한 첫 시집 《온실》을 발표했으며, 같은 해에 발표한 첫 희곡 《말렌 공주》로 ‘새로운 셰익스피어의 등장’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작가로서의 명성을 얻는다. 이후 《침입자》, 《맹인》, 클로드 드뷔시가 오페라로 만들어 유명해진 《펠레아스와 멜리장드》 등을 썼다. 1911년 다양한 방면에 걸친 문학 활동과 작품성을 인정받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였으며, 이후 희곡은 물론 《꿀벌의 생활》, 《꽃의 지혜》, 《가난한 자들의 보물》, 《지혜와 운명》 같은 다양한 작품들을 꾸준히 발표했다. 1949년 마테를링크는 프랑스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림 : 허버트 포즈(Herbert Paus)
미국 미네소타 주의 미니애폴리스에서 태어났다. 처음에는 만화를 그리다가 일러스트레이터의 꿈을 키웠으며, 뉴욕으로 이주한 뒤에 본격적으로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했다. 뛰어난 디자인 감각을 살린 포스터를 주로 그렸으며, 눈에 띄는 선명한 색채와 결합한 잡지 표지 그림은 물론, 여러 책에 삽화를 그렸다
역자 : 김주경
이화여자대학교 불어교육학과, 연세대학교 대학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한 뒤 프랑스 리옹 제2대학교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하였다. 옮긴 책으로는 《해저 2만 리》, 《2년간의 휴가》, 《80일간의 세계 일주》, 《홍당무》, 《먹기 싫은 수프》,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난 죽지 않을 테야》, 《레 미제라블》 들이 있다.
○줄거리
초라한 오두막집에 사는 남매 틸틸과 미틸에게 어느 날 밤 요술쟁이 할머니가 찾아온다. 할머니는 자신의 아픈 딸을 위해 남매에게 파랑새를 찾아 달라고 부탁한다. 틸틸과 미틸은 할머니가 건네준 마법의 다이아몬드가 달린 모자와 함께 파랑새를 찾아 긴 여행을 시작한다. ‘추억의 나라’, ‘밤의 궁전’, ‘미래의 나라’ 등 아이들은 동화 속에서나 볼 법한 환상적인 세상을 차례로 찾아간다. 이미 세상을 떠난 할아버지, 할머니, 형제자매 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으슥한 동굴이나 무덤 앞에서 두려움에 떨기도 한다. 틸틸과 미틸은 새로운 곳에 갈 때마다 우여곡절 끝에 파랑새를 발견한다. 하지만 그곳을 떠날 때마다 파랑새는 죽어 있거나, 색깔이 변하거나, 날아가 버린다. 틸틸과 미틸은 결국 파랑새를 찾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그토록 찾아 헤매던 파랑새가 자기 집 새장에 든 것을 발견한다
○출판사 리뷰
▶마테를링크의 문학적 정수가 담긴 환상적인 이야기
1906년 모리스 마테를링크는 6막 12장으로 쓴 희곡 《파랑새》를 완성한다. 2년 뒤 이 작품은 러시아 연극계의 거장 콘스탄틴 스타니슬랍스키의 연출로 모스크바 예술 극장 무대에 오르고, 연극은 큰 성공을 거둔다. 마테를링크는 그 인기에 힘입어 1909년 프랑스의 프라스켈 출판사에서 희곡집 《파랑새》를 출간한다. 《파랑새》는 초라한 오두막에 사는 틸틸과 미틸 남매가 요술쟁이 할머니의 부탁으로 파랑새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그린 이야기이다. 언뜻 보면 환상적인 동화 같기만 한 이 작품에 대해 마테를링크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이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기란 사실 철학서 한 장을 번역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 그도 그럴 것이 《파랑새》에는 온갖 상징과 비유가 담겨 있다. ‘죽음’, ‘행복’, ‘시간’, ‘운명’ 같은 추상적 개념들이 의인화되어 등장하고, 틸틸과 미틸이 만난 인물들은 하나같이 인간들의 탐욕과 무지를 꼬집는다. 겉으로는 고요하고 평화로워 보이지만 인간에 대한 증오심에 불타는 ‘나무들’과 ‘동물들’, 그리고 인간의 게으름과 욕심을 상징하는 뚱뚱하고 천박한 ‘행복들’처럼.
‘그동안 인간이 주었던 고통과 우리가 견뎌 왔던 끔찍한 순간들을 떠올리면, 인간에게 어떤 심판을 내려야 할지 너무 분명하다네.’ _3막 5장, 떡갈나무의 대사 중에서
‘아, 우린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빈둥대기만 해요……. 그래도 여간 바쁜 게 아니에요. 단 1분도 쉴 틈이 없다니까요. 마셔야지요, 먹어야지요, 자야지요…….’ _4막 9장, 가장 뚱뚱한 행복의 대사 중에서
또한 틸틸과 미틸이 파랑새를 찾아 방문한 새로운 세상들은 기존의 상식을 뒤집으며, 진실은 눈에 보이는 겉모습과 다르다고 말한다. 마테를링크는 진실은 언제나 눈에 보이는 것 너머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좀 다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를 원했다. 그의 철학이 작품 곳곳에 녹아 있는 《파랑새》는 그저 아름답고 환상적이기만 한 동화가 아니라, 우리 삶에 대해 한 번쯤 돌아보고 생각할 거리를 준다.
▶ 매력적인 배경과 흥미진진한 모험담
_어른과 아이 모두를 만족시킬 문학적 즐거움!
프랑스의 한 문학 평론가는 《파랑새》를 이렇게 평했다. ‘이 작품의 독자나 관객들이라면 이 책이 보여 주는 순수한 기적에 끌려가는 것으로 충분하다.’ 다시 말해, 상징적인 부분들을 굳이 분석하려 애쓰지 않아도 작품이 지닌 매력을 만끽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연극의 3요소가 무대, 배우, 관객인 것처럼 독자들은 관객이 되어, 지문과 대사에 나오는 배경 묘사와 인물들의 행동을 따라가면서 미틸과 틸틸이 보고 듣고 느낀 황홀한 환상 세계를 함께하게 된다. 밤의 궁전을 가득 메운 수많은 파랑새들, 자연의 빛깔을 닮은 드레스를 입은 요정들, 모든 것이 ‘강렬하고 선명한 비현실적인’ 파란색을 띤 미래의 나라 등.
‘환상적인 파랑새들이 달빛과 별빛을 받으며 보석처럼 빛나는 수많은 별들 사이를 쉬지 않고 날아다닌다. (…) 아득한 지평선까지 날아다니는 수없이 많은 파랑새들은 파란 하늘처럼 보이기도 하고, 정원에 부는 바람 같기도 하며, 환상적인 정원 그 자체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_2막 4장 중에서
틸틸과 미틸이 찾아간 신비로운 장소들은 아이들을 매혹하고 그들의 상상력을 한껏 자극한다. 숲 속에서 펼쳐지는 박진감 넘치는 결투, 온갖 무시무시한 존재들이 갇힌 동굴에서의 모험, 신기한 발명품이 가득한 미래의 나라에서 펼쳐지는 장면들은 작품에 담긴 상징과 철학을 떠나 책 읽는 재미를 한껏 느끼게 해 준다. 의인화되어 표현된 개와 고양이를 비롯해 소심한 빵의 요정, 자애로운 빛의 요정, 화를 잘 내는 불의 요정 등 함께 여행을 떠난 개성 넘치는 등장인물들이 아옹다옹하는 모습을 들여다보는 즐거움 또한 쏠쏠하다. 아이들은 틸틸과 미틸을 자신과 동일시하며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파랑새를 찾아 책 속으로 여행을 떠날 것이다. 어른들은 남매가 펼치는 흥미로운 모험담에 빠져드는 것은 물론 작품에 담긴 다양한 의미들을 곱씹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파랑새》는 아이와 어른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흔치 않은 고전이다.
▶ 대작가가 전하는 행복의 메시지
오늘날 행복의 상징이자 행복의 대명사가 된 단어 ‘파랑새.’ 마테를링크가 이 작품을 통해 말하려 했던 가장 큰 주제는 바로 ‘행복’이다. 그는 작품 곳곳에서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며, 행복은 우리 가까이에 있다는 소중한 메시지를 전한다.
‘세상에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소박한 행복들이 있거든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행복을 전혀 알아보지 못해요.’ _4막 9장, 빛의 요정의 대사 중에서
‘모두 들었지? 틸틸이 자기 집에 행복이 이렇게 많이 있냐고 묻는 거! (…) 틸틸! 너희 집은 문이랑 창문이 터질 정도로 행복으로 가득 차 있어!’ _4막 9장, 집에 있는 행복의 대사 중에서
겉은 초라해도 지친 몸을 누일 수 있는 집, 서로를 아껴 주는 가족, 맑은 공기와 자연 등 일상의 소소한 것들이 실은 얼마나 큰 행복을 주는지 사람들은 쉽게 깨닫지 못한다. 이 작품이 쓰인 백여 년 전이든 지금이든, 사람들은 늘 행복을 원한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행복이 과연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지 생각할 여유조차 갖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삶이 힘겨울 때마다 뭔가 독특한 해법을 찾으려는 사람들. 《파랑새》는 소중한 것은 언제나 평범한 것들이며, 행복은 값비싼 보물이 아니라 조금만 다른 눈으로 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진실을 일깨워 준다.
○파랑새
중동이 | 2015-07-07 |
어느 시인은 말하길, “고전은 누구나 읽어야 할 권위를 지닌 책이지만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이란다. 뿐 아니라, 읽어도, ‘지금 다시 읽고’ 있다고 말한단다. 그 유명한 고전을 ‘아직’ 읽지 않았다고 말하면 그 사람의 교양을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언제나, ‘다시’ 읽는다고 슬쩍 말해버리는 책이 고전이란다.
이런 고전 가운데 한 권이 여기 있다. 모리스 마테를링크의 『파랑새』가 그것이다. 시인의 표현대로 참 교양 없게도, 본인은 이 책을 ‘다시’ 읽은 것이 아니라, ‘처음’ 읽었다. 더 ‘교양 없는’ 비밀 하나 말한다면, 『파랑새』의 원전이 희곡이었음도 금번에 알게 되었다. 그러니 참 ‘교양 없는’ 사람 중에 괴수인 게다.
그러니 『파랑새』를 읽으며 가장 행복한 것이 무엇일지 짐작이 되지 않나? 그렇다. 그 ‘교양 없음’을 조금이나마 희석시킬 수 있었노라는 안도감이야말로 고전이 오늘 우리에게 주는 커다란 의미 아닐까 싶다.
각설하고, 오늘 우리에게 ‘파랑새’는 『파랑새』를 읽었건 읽지 않았건 ‘행복’의 상징으로 이해되고 있다. 그만큼 모리스 마테를링크의 『파랑새』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으며,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끼친 위대한 작품이라는 반증일 것이다. 이러한 고전을 원문에 충실한 번역으로 읽을 수 있다는 것은 큰 행복이 아닐까 싶다.
가난한 가정의 남매인 틸틸과 미틸은 어느 밤 자신들을 찾아온 요술쟁이 할머니 베릴륀느에게서 파랑새를 찾아오란 부탁을 받게 된다. 요술쟁이 할머니의 아픈 딸이 파랑새를 갖게 되면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파랑새는 행복이다. 파랑새를 찾는 이 일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요술쟁이 할머니는 마법의 다이아몬드가 달린 모자를 남매에게 준다. 그리고 이 마법의 다이아몬드를 돌리면 모든 것들의 본연의 모습을 보게 된다.
틸틸과 미틸 남매는 이 모자의 힘을 빌려, 그리고 수많은 요정들의 도움(?)과 함께 파랑새를 찾아 나선다. 추억의 나라, 밤의 궁전, 숲속, 무덤, 행복의 정원, 하늘궁전, 미래의 나라 등 많은 곳들을 1년이란 시간 동안 찾아다니다 결국 집에 돌아오게 되는데, 과연 남매는 파랑새를 찾아올 수 있을까?
아무래도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대표적 메시지는 ‘행복’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곁 가까운 곳에 있음일 것이다. 작가는 말한다. 행복은 바로 매일매일 반복되어지는 일상의 삶 속에서 찾을 수 있다고.
“세상에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행복들이 있거든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행복을 전혀 알아보지 못해요.”(134쪽)
“참 딱하기도 하지! 틸틸! 너희 집은 문이랑 창문이 터질 정도로 행복으로 가득 차 있어! 우리는 늘 웃고 노래하지. 우리가 샘솟듯이 만들어 내는 즐거움 때문에 벽까지 춤추고 지붕까지 들썩거릴 정도라니까! 단지 네가 그걸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는 거지.”(137쪽)
‘행복의 정원’에서 만난 ‘행복’의 말이다. 그렇다. 오늘 우리의 삶 곳곳에 행복은 터질듯이 가득 차 있음에도 우리의 눈이 감겨져 있어 보지 못하고, 우리의 귀가 닫혀 듣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오늘 우리 삶에서도 마법의 다이아몬드를 돌림으로 외형 안에 갇힌 참 본연의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좋겠다. 자칫 힘겨운 삶의 껍데기로 인해 그 안에 가득 담겨진 행복을 걷어차지 않도록.
또 하나 인상 깊었던 장면은 죽은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동생들을 ‘추억의 나라’에서 남매가 만나는 장면이다. ‘추억의 나라’로 떠나는 남매에게 요술쟁이 할머니는 이렇게 말한다.
“그분들은 너희 추억 속에 살아 있으니 돌아가셨다고 할 수는 없지. 인간들은 이 비밀을 몰라. 뭐, 원래 인간은 아는 게 별로 없긴 하지만. 너희는 다이아몬드 덕분에 중요한 진실을 알게 될 거야. 죽은 사람들도 우리가 추억하는 동안은 세상에 있을 때처럼 행복하게 지낼 수 있다는 걸 말이다.”(48-50쪽)
그리고 실제 이곳 ‘추억의 나라’에서는 사람들이 죽은 자들을 떠올리는 순간 죽은 자들은 잠에서 깨어나게 된다. 오늘 우리에게 ‘추억’과 ‘기억’이 중요한 이유다. 기억이 죽은 자를 살려낸다. 우리 곁을 떠난 이들을 기억하는 한 그들은 여전히 우리 안에 살아 있다. 그렇기에 더욱 잊지 않아야 한다. 그들과 함께 했던 ‘세월’을.
아울러, 이 책이 우리에게 말하는 또 하나의 메시지는 우리의 눈은 과연 떠 있는가? 우린 봐야 할 것을 과연 보고 있는가? 아울러 제대로 보고 있는가? 하는 질문이다. 이는 틸틸과 미틸 남매가 마법의 다이아몬드가 달린 모자를 통해 세상의 본질을 보게 되는 것을 통해 우리에게 묻는다. 남매에게 모자를 전해주며 요술쟁이 할머니가 하는 말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 한다.
“무엇이든 새로운 눈으로 본다는 게 중요해! 인간이란 참 묘한 존재들이란다. 요술쟁이들이 죽은 뒤로 인간은 제대로 보질 못해. 게다가 자기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의심조차 안 하지. 다행히 감긴 눈을 번쩍 뜨이게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단다.”(26쪽)
오늘 우리의 감긴 눈을 뻔쩍 뜨이게 할 마법의 다이아몬드는 무엇일까? 그건 세상을 바르게 바라볼 수 있는 통찰력, 그리고 상상력이 아닐까? 이 두 가지가 우리에게 모두 필요하지 않나 여겨진다. 바른 통찰력을 통해, 세상을 바르게 읽어내야 하며, 상상력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창조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우리 오늘도 나에게 주어진 삶, 바로 그곳으로 ‘파랑새’ 한 마리 잡으러 떠나
○판타지 속에 담긴 통찰
consel | 2017-05-10 |
이 작품은 너무나 유명하지만, 사실 저는 어렸을 때 만화로만 읽고 지나쳤다가 이제야 원작을 읽었습니다. 덕택에 희곡으로 되어 있다는 사실은 이번에 알게 되었네요.
제목이 『파랑새』라고 책 표지도 파랗게 만들었는데, 표지 그림이 된 삽화의 원래 색감은 그렇게 파랗지 않더라구요. 아이들이 돌아가신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만나게 되는 추억의 나라 장면이죠.
책을 읽는 동안 여러 군데에서 놀랐던 것은, '행복은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을 뿐, 실은 가까이 있다'는 그 식상할 정도로 뚜렷한 메시지보다 더 다양하고 깊이 있는 내용 때문이었습니다.
「밤의 궁전」이나 「미래의 나라」 장면도 의미심장하긴 했지만 제게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행복의 정원」이었는데요...
빛의 요정 : 저런 맛있는 음식들은 도련님의 의지를 꺾어 버릴 거예요. 맡은 일을 해내려면 뭔
가를 희생할 줄도 알아야죠. 단호하면서도 정중하게 거절하세요...
....(중략)...
가장 뚱뚱한 행복 : ...(중략)...에헴! 이 친구는 내 사위인 ‘소유하는 행복’이에요. 특별히 불룩
한 배를 가졌지요. 그리고 이 친구는 ‘허영심이 충족되는 행복’이죠...(중략)...
(p.128)
이 부분에서 그 예리한 통찰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동화에서 흔히 해피 엔딩을 얘기할 때 묘사되는 행복, 혹은 우리가 흔히 잘 먹고 잘 산다고 표현하는 그 행복과는 다른 측면으로 묘사되는 행복들의 비유 때문이었습니다.
'목마르지 않아도 마시는 행복'이라든지, '배고프지 않아도 먹는 행복'도 놀라웠지만,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행복'은 '귀가 꽉 막혀 듣지 못하는 자'로, '아무것도 깨닫지 못하는 행복'은 '두더지처럼 눈이 멀었'다는 것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행복'과 '잠만 자는 행복'은 '주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빈둥대기만 하'는 것으로 묘사합니다. 그리고 마법의 다이아몬드가 보여준 진실은 그런 것들이 '초라하고 앙상하고 비참한 모습'이라는 것이죠. 다만 '아무 것도 깨닫지 못하는 행복'만이 진실을 드러내는 마법으로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 조용하고 평안해보인다'고 하다니...
반면 일상 생활의 소소한 행복들을 빗댄 작은 행복들과 조금 큰 행복들이 등장한 다음에 나타난 커다란 기쁨으로는, 불의가 바로잡힐 때마다 흐뭇하게 웃는다는 '정의의 기쁨'이나 '선하게 사는 기쁨', '일을 마쳤을 때의 기쁨', '생각하는 기쁨', '깨달음의 기쁨' 같은 것을 서술해 두었는데, 정말 그 적절한 비유에 얼마나 공감되었는지 모릅니다.
먹을 게 넘쳐나다못해 먹방으로 식욕을 자극하는 요즘 시대와, 욕구는 넘치지만 서로를 배려하는 소통은 하지 않으려는 현대인, 그리고 정의와 선(善)과 성실, 사랑 같은 것들이 물질의 유혹과 위태롭게 맞서야 하는 작금의 세태를 돌아보면, 이미 그 시대(물질적인 풍요조차 제대로 누리지 못했던 시절)에 이런 물질적인 풍요로움과 진정한 행복 사이에 거리를 두어 얘기하는 작가는 21세기를 내다보았던 걸까요? 아니면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진정한 행복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는 의미일까요?
내용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이 작품의 해설에서 얘기하는 '아동극처럼 보여도 밑바탕에는 깊은 철학이 담겼다'는 평가가 이해되면서, 이 작품이 그의 노벨 문학상 수상에 큰 기여를 했다는 사실도 인정할 수 밖에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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