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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살면서/ 금동원

금동원(琴東媛) 2018. 2. 6. 22:41

오늘을 살면서

 

                   -

 

금동원

 

 

오늘을 살면서

시 하나 써 내는 일이

한 끼 밥 먹는 것처럼 쉽다고

말하는 이도 있고

 

그렇게 써낸 시 한 편

밥 한 끼 굶듯

평생 시 한 줄 읽지 않아도

정신 건강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이들도 있지만

 

시 한 편 쓰기를 밥 먹듯 하는 것도

온당한 방법은 아니고

허겁지겁 시 쓰는게

하루 세 끼 먹는 일처럼

떠들어 자랑할 일도 아니고 보면

마땅한 것은 하나도 없다

 

오늘을 살면서

시 쓰는 사람이라고

삼시 밥 먹듯 말할 수도 없고

말해서도 안되고

말한들 무슨 소용이며

말한다고 뭐가 달라질 판도 아니고

그렇다고 쭈뼛거릴 까닭은 더욱 없고

 

오늘을 살면서

시 하나 달랑 들고 산다는 것이

구차스러운 하루는 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시집 『마음에도 살결이 있어』,(  2011,월간문학출판부 )

 

  (작은 노트) 오늘 문단에서 벌어졌다는 일련의 성추문과 관련된 뉴스를 접하고 마음이 착찹했습니다. 나에게 있어 시인으로 산다는 것은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가, 나는 문학을 왜 하는가,... 깊고도 어두운 사유의 동굴 속에 빠져있다가 오래 전에 발표했던 졸시를 올려봅니다. 시(글)쓰기는 내 삶에 어떤 가치를 부여하고 있으며, 어떤 무게감으로 존재하고 있는가. 문학을 통해 나는 내 삶에 어떤 위로와 반성을, 끊임없는 자기 성찰을 해나가고 있는가. 글을 쓴다는 것은 삶의 반성이고, 반성은 순간순간 초월을 경험한다. 문학은 초월을 향한 정신경험을 껴안을 때 가능하다는 어느 문학평론가의 말씀을 다시 한 번 새겨보는 밤입니다. 오늘 밤 왠지 시인이란 이름이 새삼 구차스럽지는 말아야겠다는 깊은 슬픔에 빠져듭니다. (금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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