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살면서
- 밥
금동원
오늘을 살면서
시 하나 써 내는 일이
한 끼 밥 먹는 것처럼 쉽다고
말하는 이도 있고
그렇게 써낸 시 한 편
밥 한 끼 굶듯
평생 시 한 줄 읽지 않아도
정신 건강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이들도 있지만
시 한 편 쓰기를 밥 먹듯 하는 것도
온당한 방법은 아니고
허겁지겁 시 쓰는게
하루 세 끼 먹는 일처럼
떠들어 자랑할 일도 아니고 보면
마땅한 것은 하나도 없다
오늘을 살면서
시 쓰는 사람이라고
삼시 밥 먹듯 말할 수도 없고
말해서도 안되고
말한들 무슨 소용이며
말한다고 뭐가 달라질 판도 아니고
그렇다고 쭈뼛거릴 까닭은 더욱 없고
오늘을 살면서
시 하나 달랑 들고 산다는 것이
구차스러운 하루는 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시집 『마음에도 살결이 있어』,( 2011,월간문학출판부 )
(작은 노트) 오늘 문단에서 벌어졌다는 일련의 성추문과 관련된 뉴스를 접하고 마음이 착찹했습니다. 나에게 있어 시인으로 산다는 것은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가, 나는 문학을 왜 하는가,... 깊고도 어두운 사유의 동굴 속에 빠져있다가 오래 전에 발표했던 졸시를 올려봅니다. 시(글)쓰기는 내 삶에 어떤 가치를 부여하고 있으며, 어떤 무게감으로 존재하고 있는가. 문학을 통해 나는 내 삶에 어떤 위로와 반성을, 끊임없는 자기 성찰을 해나가고 있는가. 글을 쓴다는 것은 삶의 반성이고, 반성은 순간순간 초월을 경험한다. 문학은 초월을 향한 정신경험을 껴안을 때 가능하다는 어느 문학평론가의 말씀을 다시 한 번 새겨보는 밤입니다. 오늘 밤 왠지 시인이란 이름이 새삼 구차스럽지는 말아야겠다는 깊은 슬픔에 빠져듭니다. (금동원)
'나의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워낭소리/ 금동원 (0) | 2018.03.01 |
---|---|
내 안의 조르바/ 금동원 (0) | 2018.02.10 |
자꾸 자꾸/ 금동원 (0) | 2018.02.02 |
디지털 유목민* 1 / 금동원 (0) | 2018.01.17 |
`사과 나무에 대한 명상/ 금동원 (0) | 2017.1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