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
헬렌 니어링 저 | 디자인하우스 | 원제 : Simple Food for the Good Life
스코트 니어링의 아내이자 미국의 유명한 자연주의자로 국내에도 널리 소개된 헬렌 니어링의 요리책. 조화로운 삶을 지향하는 사람들을 위해 말년의 저자가 자상하게 일러 주는 '요리 없는 요리책'이다.
니어링 부부는 반세기가 넘는 세월을 자급자족하며 자본주의 사회에 적극 대항하는 자연 친화적인 삶의 모범을 보여주었다. 그들은 50년 동안 한 번도 의사를 찾은 일이 없었으며, 죽기 직전까지 건강하고 풍요로운 삶을 영위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니어링 부부의 육체와 정신을 건강하게 살려 준 조화로운 음식의 참모습을 접하게 된다. 더불어 요리와 음식에 대한 헬렌 니어링의 독특한 철학을 접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우리는 혀가 아닌 우리의 몸, 몸뿐 아니라 우리의 정신 또한 배불리 먹이는 '진짜 음식'을 만나게 된다. 먹을거리와 먹는 행위에 대한 헬렌 니어링의 철학은 삶에 대한 새로운 미각을 일깨워 줄 것이다
작가 소개
먹고 사는데는 적어도 절반이상 자급자족 한다는 것과 돈을 모으지 않는다는 것과 동물을 키우지 않으며 고기를 먹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 '조화로운 삶'을 평생 실천한 그녀는 남편 스콧 니어링과 함께 전세계적으로 귀농과 채식 붐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1904년, 뉴저지 릿지우드의 중산층 지식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예술과 자연을 사랑하고 채식을 실천하는 부모 슬하에서, 그녀 역시 자연의 혜택을 흠뻑 받으며 자연스럽게 채식인으로 성장했다.
바이올린을 전공한 그녀는 젊었을 적부터 유럽 여러 나라를 자유롭게 여행하였고, 한때는 철학자 크리슈나무르티와 교류하기도 하였다. 1928년, 헬렌은 장차 남편이 될 스코트 니어링(Scott Nearing)을 만난다. 스코트 니어링은 왕성한 저술과 강연으로 존경받는 교수 출신이었으나, 자본주의에 정면으로 대항하고 반전 운동을 벌인 명목으로 당시 주류 사회에서 배척당하고 있었다. 미친 사회라고 규정한 자본주의, 제국주의 사회의 대안으로 '생태적 자치사회'를 몸소 실천하고자 1932년 도시를 떠나 버몬트의 한 낡은 농가로 이주한다. 바로 그 곳에서 자연과 하나되는 '조화로운 삶'을 시작한다.
노동 4시간, 지적 활동 4시간, 친교 활동 4시간으로 꾸릴 수 있는 '조화로운 삶'(good life)이 바로 그것이다. 문명화된 현대 사회에서 벗어나 자급자족하며 자연에 해를 끼치지 않고 사는 것, 그리고 많이 가지기보다는 검소하고 단순하게 사는 삶을 실천에 옮긴다. 하루를 온전히 일에만 바치지 않았다. 최소한의 생계를 위한 시간만 노동에 사용하고, 나머지 시간은 독서와 명상, 여행처럼 자기 자신의 유익을 위해 사용했다. 현대 문명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가능한 손을 이용해 일을 했다. '오늘이 아니면 내일하지' 식의 방종적 낭만과 게으름을 철저히 경계했다. 그들은 스스로 12가지의 삶의 원칙을 세워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 먹고 살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고 이후 시간은 그들의 정신을 풍성히 하는데 힘쓰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식사 또한 특별한 조리법이 없었다. 통밀 빵과 생과일, 소금을 안 친 팝콘처럼 가능한 조리하지 않은 음식을 먹었고, 육식을 하지 않았다. 특히 이러한 방식은 건강식으로 널리 알려졌으며, 반세기 동안 의사 없이도 건강하게 생활한 그녀의 몸 자체가 건강법의 증거가 되었다. 삶의 매 순간을 명료한 의식과 치열한 각성 속에서 살아갔던 그 두 사람은 이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스코트 니어링은 100세 되던 해에, 음식을 서서히 끊음으로써 자신을 붙들고 있던 목숨과 작별을 고했다.
"나 또한 삶에 큰 고마움을 느끼며 또 죽음이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는 데 큰 고마움을 느낀다. 우리는 누워서 병을 앓으며 무력한 삶을 계속 살아갈 필요가 없다. 요양원에서 이루어지는 긴 사멸의 공포를 느낄 필요도 없다. 우리가 집에 있고 우리 희망을 알릴 수 있으면, 우리는 먹는 것을 멈출 수 있다. 그것은 간단한 일이다. 병구완을 않고 먹는 것을 멈추면, 죽음은 우리 앞에서 두 손을 활짝 벌리는 것이다. 스코트의 죽음은 내게 훌륭한 길, 훌륭한 죽음을 보여 주었다. 고통과 억압이 없는 죽음, 여전히 생명의 흐름이 이어지는 것을. 그렇기 때문에 슬픔이 없다." (헬렌 니어링,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보리, 1997, p.233)
헬렌 니어링 또한 남편과 마찬가지의 방식으로 생을 마감하고자 하였으나, 불행히도 그 바람은 실현되지 못했다. 1995년 9월 17일, 차 사고로 인해 그녀는 갑작스럽게 92세의 일기를 마쳤다. 그녀의 대표적인 저서인 조화로운 삶은 탐식에 길들여진 우리를 일깨우는 참 먹을거리에 관한 깊은 성찰을 일깨워준다.
○작가의 한마디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당신이 갖고 있는 소유물이 아니라 당신 자신이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나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 어떤 행위를 하느냐가 인생의 본질을 이루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단지 생활하고 소유하는 것은 장애물이 될 수도 있고 짐일 수도 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으로 우리가 어떤 일을 하느냐가 인생의 진정한 가치를 결정하는 것이다
책 속으로
하지만 나는 엄격한 채식인이면서 아내를 구타하는 자보다는 육식을 하지만 친절하고 사려 깊은 사람이 낫다는 간디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한 엄격한 채식인(이제 막 열광적인 채식인이 된 사람이다)을 알았는데, 우리를 식사에 초대하면 아내와 딸을 심하게 무시해 식당에서 함께 식사하지 못하게 하고 혼자서 우리에게 식사를 대접했다. 이 고약한 강성론자는 먹는 법은 제대로 배웠는지 몰라도, 사는 법은 아직 배울 게 많았다.--- p.54
음식 준비에 최소한 힘을 들이는게 내 목표이다. 먹을 만하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충분히 만들어서 소박하게 식탁에 차리고, 찾아 온 사람들에게 '수프가 준비됐으니 와서 드세요'라고 말하고 싶다. 손님들이 맛있게 먹으면 그만이다. 어쨌거나 나는 할 바를 다 했으니까.--- p.25
우리는 동물을 인간의 노예로 만든다. 또 인간은 자기 자신을 착취해서 동물의 노예가 된다. 목축업자, 우유 짜는 이, 양치기, 목동, 농부, 도살자 모두 가축의 시중을 드는 일에 관련된 노동을 한다. 키우고 돌보는 데 쓰는 시간과 노력을 더 나은 인간을 키우고 돌보는 데 쓰면 좋으련만.
우리 인간은 특권을 누리는 동물이다. 우리는 소의 저녁 식사감이 되지도 않고, 원숭이처럼 병의 원인을 찾기 위해 병원균을 주사 맞지도 않는다. 또 다람쥐처럼 웃음을 자아내기 위해 쳇바퀴 속에 들어가 계속 달리는 훈련을 받지도 않는다. 우리에 갇혀서, 저녁식사때 예쁘게 노래하라고 성대 수술을 받는 일도 없으며, 신기한 인간 표본으로 뽑혀 동물원 우리 속에 갇히지도 않는다. 우리의 젖을 짜내서 송아지에게 먹이지도 않고, 우리 아기들이 도살장으로 끌려가 잘려서 누군가의 저녁식사 재료로 쓰이는 꼴을 당하지도 않는다.--- p.71
우리 부부는 아침 식사를 하지 않고도 잘 지낸다. 대개 우리가 키워 말린 허브로 차를 만들어 마시거나, 직접 키워 병조림해 놓은 로즈힙(들장미 열매-역주) 주스로 아침 식사를 한다. 손님들과 대화하며 식사할 때는 사과나 바나나를 내놓거나 해바라기 씨앗이나 건포도, 견과류를 한 웅큼 씹어 먹기도 한다. 하지만 평상시에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꿀을 탄 허브 차와 비타민 C가 풍부한 로즈힙 주스를 마신다. 식사를 하는 것보다 몸이 가볍고 기분이 밝고, 더 활기 차고, 민첩하다.
「그는 아직 아침 식사를 하진 않았지만, 꼬리 둘 달린 올챙이처럼 힘이 나고 무슨 일이든 할 준비가 된 기분이었다. 오히려 아침 식사를 하지 않은 것 때문에 그런 활기가 느껴진 걸까. - 쿠르트 아놀트 핀다이센 / 삶에 대한 사색」
우리는 식사법을 실험하면서-늘 시도하고 있다- 아침에 과일만 먹었던 적도 있고, 아침 식사를 전혀 하지 않은 때도 있었다 그것은 육체가 밤 내내 휴식할 뿐 아무 일도 하지 않으므로 먹을 필요가 없으며, 바깥 활동을 한 다음에야 금식 상태를 깰 권리가 생긴다는 이유에서였다.
「식욕도 소화력도 왕성한 사람이 아침에 금식하면 배불리 먹을 때보다 생각이 빨라지고, 판단력이 완벽해지며, 말이 술술 나올 뿐만 아니라 분별력이 또렷해지고, 귀가 밝아지며, 기억력이 확실해지고, 모든 힘과 재치에서 더 능률적이고 나은 상태가 된다는 사실을 현명한 사람이라면 이해할 것이다. - 토머스 엘리어트 경 / 가버너라는 책」
「다른 근육 기관처럼 위도 휴식할 시간을 필요로 한다. - 윌리엄 A.앨코트 / 젊은 가정 주부」
육체는 수면 시간을 이용해 전날 먹은 음식을 소화시키므로, 다음날 아침에 다시 음식을 가득 채우지 않아도 된다. 밤 시간 동안 에너지를 거의 쓰지 않으므로, 몸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는 거의 없다. 인체 기관, 특히 위의 경우 아침 식사를 하지 않으면 약 16시간 동안(오후 6시에 먹는 저녁에서 다음날 정오의 점심까지) 휴식하게 된다.
우리의 이론은 이렇다. 음식은 덜 먹을수록 좋다. 기본적으로 필요한 양은 먹는 한 그렇다는 얘기다. 몸이 매일 푸짐한 아침 식사를 요구하도록 길들일 수도 있고, 아주 조금이나 전혀 먹지 않아도 되도록 길들일 수도 있다. 아침 식사를 전혀 하지 않는 것 또한 아주 많이 먹는 것처럼 습관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소로우의 "가장 좋은 아침 식사는 아침 공기와 긴 산책이다"라는 말에 동의한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은 소루우에 관한 글에서, 그가 차와 커피부터 절제했다고 말한다. "소로우는 차와 커피를 마시는 게 경제 면으로도 나쁘고, 탁한 자극으로 자연이 주는 아침의 환희를 망치는 무가치한 행위라고 생각했다."(인간과 책) --- pp. 112~114
식사를 간단히, 더 간단히, 이루 말할 수 없이 간단히- 빨리 더 빨리 이루 말할 수 없이 빨리- 준비하자. 그리고 거기서 아낀 시간과 에너지는 시를 쓰고, 음악을 즐기고, 곱게 바느질하는 데 쓰자. 자연과 대화하고, 테니스를 치고, 친구를 만나는 데 쓰자. 생활에서 힘들고 지겨운 일은 몰아내자. ---p.32
우리는 살해자 정도가 아니다. 우리는 노예감독관이며 착취자이다. 우리는 음식 강도다. 우리는 벌에게서 꿀을, 닭에게서 계란을 강탈한다. 젖소에게서 우유를 뺏는다. --- p.68
실력있는 요리사라면, 종종 음식의 결점을 감추는 데 사용되는 모든 향신료와 양념의 과도한 사용을 피할 수 있어야한다. 향신료나 양념으로 변장을 해야한다면, 이미 형편없는 음식이고, 이런 음식은 먹지 말아야한다.--- p. 199
수프는 위로를 주는 음식이다. 만들기 쉽고 소화도 쉬워서 누구에게나 어디서나 환영받을 만하다. 남은 재료를 이것저것 섞어 아주 적은 비용으로 준비할 수 있는 음식이 수프다. 쓰고 남은 재료와 야채 우린 물만 있으면 행복한 식탁을 마련할 수 있다.--- p. 127
소박하게 먹는다고 해서 반드시 단조로운 식단을 구성할 필요는 없다. 매일 매끼 다양하게 먹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같은 음식을 먹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마음에 드는 것을 찾으면 계속 그것을 고수하자. 인생이나 요리에서 다양성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는 볼 수는 없지 않은가. 다양한 음식이 있으면 과식하게 된다. 이것저것 손 대다가 다시 처음 것으로 돌아오고, 처음부터 다시 먹기 시작해서 필요 이상으로 많이 먹기 십상이다.--- p.88-89
세상에는 요리책이 너무 많고, 요리사도 너무 많고, 요리도 너무 많다. 음식에 대해 다른 요리책과는 완전히 다른 태도와 경향을 기반으로 쓰지 않는다면, 여기서 당장 그만둬야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독특한 책을 쓰려 하고 그런 소망을 품고 있다. 내가 제안하고 기술할 식이요법은 영양가 있고 무해하고 간소한 음식이 될 것이다. 복잡하고 세련된 사람들을 위한 복잡한 음식이 아닌, 소박한 음식 말이다. 음식을 준비하고 만드는 데 있어 경제적이고 간단한 것이 나의 목표이다. 만일 가로 세로 9*15 센티미터 카드에 다 적지 못할 조리법이라면 잊어버리자. 내 책의 주제는 이렇다. 대충 말고 철저하게 살자. 부드럽게 말고 단단하게 먹자. 음식에서도 생활에서도 견고함을 추구하자.--- p.10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성이 지킬 자리가 반드시 부엌은 아니라는 점이다. 여성도 어디든 있고 싶은 곳에서 만족스럽게 일해야 한다. 요리하는 게 좋다면 그 일에 매달려서 굽고 지지고 튀기고 끓이면 된다. 요리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이 과정이 일이나 고역이 아니라 즐거움이 될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런 부류가 아니어서, 어떤 일 때문이든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을 아까워하는 타입이다. 당연히 음식준비로 법석을 부리며 시간을 보내기는 싫다......식사 준비가 고역인 사람이라면 그 지겨운 일을 그만두거나 노동량을 줄이자. 그러면서도 잘 먹을 수 있고 자기 일을 즐겁게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p.
강경론자 친구들은 유제품을 사용하는 것을 비난하고, 우리를 못마땅하게 여긴다. 여행 중 달걀이나 우유가 든 음식이 나오면 우리는 그대로 먹을 것이다. 만약 고기가 있으면 먹지 않을 것이다. 일관성이 없다고? 그렇다. 하지만 안 그런 사람이 있을까? 매사에 일관성 있게 대처하는 사람이 있을까?
음식을 먹는 방식은 음식을 먹는 사람의 의식에 따라 상대적이다. 매사에 철저한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손 치더라도 사람은 누구나 나름대로 세상에 가능한 최소의 피해를 끼치는 방법을 실천할 수는 있다. 어쨌거나 순수한 채식인처럼 순수하지 못하다고 해서, 야만적인 사람들과 똑같이 야만적으로 된다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스코트와 나는 동물 착취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식이요법을 실천해 왔다. 그러는 와중에 우리는 놀랄만한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고, 배우고 실천함에 따라 식생활을 더욱 개선할 수 있는, 보다 적극적인 실험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게 되었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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