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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황진이』/홍석중

금동원(琴東媛) 2018. 3. 22. 23:53

 

 

황진이』

  홍석중 作 /대훈 / 2002년

 

   금동원

 

 

 홍석중은 북한 작가다. <임꺽정>으로 유명한 벽초 홍명희의 친 손자이기도 하다. 화려한 이력과 가계도를 접어두고라도 작가적 인기만으로 북한에서도 최고지만 한국에서도 그 인기가 대단하다. 그의 작품 <황진이>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도(송혜교주연) 곧 개봉되는 것으로 안다. 새삼스레 <황진이>가 21세기에 각광받는 이유는 무엇이며, 더우기 북한 작가 홍석중의 작품이 한국에서 새롭게 평가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20세기 말에서 21세기초까지 한동안 유행하던 포스트 모더니즘의 영향으로, 즉 쟝르의 혼재 또는 복고풍의 영향이 한 몫 하고 있는 가운데, 요즈음 페미니즘이 대세를 이루며 콘트라 섹슈얼을 추구하는 현대 여성들의 주체적인 의식과 삶의 태도가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물론 남북 문화교류의 물꼬도 하나의 흐름임을 부인 할 수 없지만 말이다. 이런 시대적 흐름에 힘입어 북한의 최고 인기 작가 홍석중의 <황진이>가 판권을 사들인  한국의 출판사 대훈에 의해 발간된 것이 2002년이다. 더우기 창비에서 주관한 제 19회 만해 문학상도 수상한 것으로 알고있다.  

  홍석중의 <황진이>는 남한의 여러 작가들(정한숙, 김탁환, 전경린)에 의해 쓰여진 황진이와 사뭇 다르다. 황진이의 출생에  대한 비밀과 기생이 되었다가  방외인으로서의 주체적 삶을 살아가는 과정이 상당히 극적이다. 스토리가 주는 사실적이고 토속적인 언어의 감칠맛나는 표현, 외설적이지만 상당히 해학적이고 흥겨운 걸쭉한 성에 대한 대담한 언어구사등이 다채롭다. 상당히 흥미롭고 재미가 있다. 내 개인적으로는 최명희의 <혼불> 1편을 읽어갈 때와 흡사한(내용면이 아니라) 시대적 감성과 정서적인 재미를 느끼며 읽은  책이다.  지금 한국에서는 사라지고 없는 구어들, 옛날 저층민의 생활 속에서 불리워졌던 갖가지 재미있는 어휘와 속담들이 등장한다. 비유적 표현이 깃든 해학등 사라진 우리네들의 삶의 풍경에 대한 표현등이 너무 생동감과 사실적이라 읽는 내내 어슬렁거리며 읽을 수 만은 없는 작품이였다. 기회가 된다면 꼭 일독을 하라고 권해보고 싶은 소설이다. 감상은 각자 개인의 정서와 감흥으로 즐기면 그 뿐일 것 같다. ( 2004년에 읽고)

 

 ○책 소개

  평양의 『황진이』가 서울에서 새 옷을 갈아입고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났다. 북한의 중진작가 홍석중(洪錫中, 63)이 쓴 장편소설 『황진이』(2002)가 창비사가 제정해서 운영하고 있는 ‘제19회 만해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사실은 이미 보도를 통해 알려진 바 있다. 북의 작품이 국내 문학상 수상작으로 뽑힌 것은 분단 이후 최초의 일로서 실로 남북 문학사의 기념비적 사건이라 할 만하다.

  홍석중이 쓴 『황진이』는, ‘황진이’ 하면 일반적으로 연상되는 서경덕과 황진이의 사랑 이야기가 중심이 아니다. 화담 서경덕과의 만남은 자그마한 에피소드로 처리되어 있을 뿐이다. 작가는 조선 시대 사대부의 시각에서 전승되어오던 기존 줄거리를 허물고 황진사댁 하인 출신의 가공 인물 ‘놈이’를 내세워 기생 ‘황진이’와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려내고 있다. 또한 북한소설로는 보기 드물게 성애 장면이 거침없이 묘사되어 있다. 한국방송통신대 박태상 교수는 “『황진이』는 북한의 문학 작품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노골적인 성애 장면이 여러 차례 나온다. 『황진이』는 이런 장면들이 등장하는 최초의 북한소설일 것이다”고 말하고 있다.

  분단 60년이 지나도 민족 언어가 살아 있으며 남북이 하나임을 증명해주고 있는 『황진이』를 고려대학교 북한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브라이언 마이어스 교수는 “『황진이』는 북쪽에서 출판한 소설이면서도 남쪽 독자들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는 데 커다란 의의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