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 있는 시간을 위하여』 - 100세 철학자의 대표산문선
-김형석 /김영사
“무엇을 위하여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시대를 초월해 인간의 본질적 물음을 마주하게 하는 철학적 에세이
저자가 가장 아끼는 김형석 산문의 에센스. 1959년 『고독이라는 병』, 1961년 『영원과 사랑의 대화』 이후, 철학 교수이자 에세이스트로 널리 사랑받아온 저자가 평생에 걸쳐 쓴 글들 가운데 알짬만 모았다. 젊은 시절부터 마음 한편에서 지울 수 없었던 고독, 먼 곳에 대한 그리움에서부터, 인연, 이별, 소유, 종교, 나이 듦과 죽음, 그래도 희망을 품고 오늘을 애써 살아야 하는 이유까지, 그의 ‘삶의 철학’ 전반을 엿볼 수 있다. 개와 고양이와 어린 자녀들이 등장하는 사랑스러운 일화, 함께 수학했던 시인 윤동주 형에 대한 기억, ‘철학 교수’라고 좀 별난 사람 취급을 받곤 하는 처지에 얽힌 일상의 가벼운 이야기도 위트 있게 풀어낸다.
○작가 소개
1920년 평안남도 대동에서 태어났다. 일본 조치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철학과 교수 및 명예교수, 미국 시카고대학교와 하버드대학교의 연구교수를 역임했다. ‘대한민국 철학계 1세대 교육자’로 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 초대회장으로 추대되었으며, 한국 철학계의 거두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도 방송, 강연, 집필 등 꾸준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연세대 철학과 명예 교수로 있으며 많은 저서를 남겼다. 1960~70년대에는 사색적이고 서정적인 문체로 『고독이라는 병』, 『영원과 사랑의 대화』외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집필했으며, 당시 피천득의 수필집 다음으로 잘 팔렸다는 한 해 60만 부 판매 기록은 이후에도 출판계 판매기록으로 회자되고 있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영원과 사랑의 대화』, 『인생, 소나무 숲이 있는 고향』, 『나는 사랑한다, 그러므로 나는 있다』, 『윤리학』, 『헤겔과 그의 철학』, 『종교의 철학적 이해』, 『역사철학』,『우리는 무엇을 믿는가』 외 다수가 있다.
○ 목차
잃어감에 관하여 _상실론
남아 있는 시간을 위하여
자연 그리고 친구
황혼의 우정
사랑이 있는 산문
고독에 관하여
살아간다는 것 _인생론
무소유의 삶을 생각한다
산다는 것의 의미
어떻게 늙어갈 것인가
아름다운 인연들
여름이면 생각나는 것들
영원을 꿈꾸는 이의 사색 _종교론
처음과 마지막 시인
내가 있다는 것
교만의 유혹
어울리지 않는 계산
정의냐 사랑이냐
조금 오래된 이야기들 _책 속 수필선
오이김치와 변증론
꼴찌에게도 상장을
한국적이고 서민적인 것
내 잘못은 아닌데
길과 구름과 실존
선비정신과 돈
양복 이야기
철학의 죄는 아닌데
꿈 이야기
정이라는 것
○ 책 속으로
그러나 고독은 마음과 더불어 자란다. 마음과 한가지로 깊어지기도 하며 넓어지기도 한다. 정신이 자란다는 것은 이렇게 고독이 자란다는 뜻이다. 키르케고르의 ‘그가 지니고 있는 고독의 척도가 곧 그의 인간의 척도’라는 뜻은 바로 이것을 말한다.--- p.52
이제 지금까지는 모든 대화나 사귐의 뒷자리에 서서 나와는 상관이 없는 듯이 서성대고 있던 또 하나의 ‘내’가 내 앞에 나타났다. 그는 어머니와 웃고 있을 때도 모르는 체하더니, 애인과 즐기고 있을 때도 얼굴을 돌리고 상관이 없는 듯싶더니, 학문이나 예술을 떠들고 있을 때도 머리를 숙이고 듣고만 있었는데, 어느 사이엔가 내 앞에 나타난 것이 아닌가? 친구가 죽었을 때 한번 쳐다보던 그 얼굴, 전쟁이 일어났을 때 물끄러미 내 행동을 살피던 모습, 사랑하던 사람이 운명할 때 나에게 무엇인가를 묻고 싶어 하던 표정을 그대로 가지고 나타났다.--- p.56-57
우리는 밤의 암흑을 몰아내기 위해 촛불을 켠다. 초는 불타서 사라지고 만다. 초를 중심으로 생각한다면 그 존재가 사라지는 것이다. 그러나 초는 빛으로 바뀔 수 있어야 그 빛이 우주에 영원히 남을 수 있다. 그리고 암흑은 그 힘 때문에 자취를 감춘다.--- p.77
옛날부터 우리는 육십, 즉 회갑 관념에 붙잡혀 살았다. 육십은 이미 늙어버린 나이이며 칠십은 고희古稀라는 잠재 관념 때문에 회갑만 지나면 나 자신도 늙었다고 생각하며 칠십이 지났는데 누가 나를 인정하며 받아주겠는가 하는 생각을 스스로 해버리곤 한다. 육십이라고 해서 늙으라는 법도 없으며 칠십을 지냈다고 해서 나 자신을 늙은이로 자인할 필요도 없다. 인생은 육십부터이며 칠십은 완숙기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될 수도 있다.--- p.82
죽음에는 고통이 뒤따른다. 그래서 고통 없는 죽음이 축복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죽을 때의 고통은 태어날 때의 고통과 성격이 비슷할지 모른다. 그 고통이 모든 삶의 내용을 망각의 순간으로 바꾸고 미지의 세계로 들어서는 계기가 되는 것일까.--- p.98
그러나 어쨌든 내가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가 없다. 무한의 우주 속에 할딱이는 육체, 끝없는 시간 위의 한순간을 차지하고 있는 내 생명, 가없는 암흑을 상대로 곧 소멸되어버릴 한 찰나의 가느다란 불티같은 내 의식, 이것이 나이다. 내가 이 세계 안에 있다는 것은 바로 이러한 현실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다.--- p.129
세상에는 질서가 있고 생활에는 의미가 있듯이 산책에도 이치가 있다. 아침 산책은 마음의 그릇을 준비하고 육체의 건강을 촉진시키는 소임所任을 맡아주고, 저녁 산책은 마음의 내용을 정리하여 육체의 휴양을 채워준다. 사색을 위해서는 오전이나 오후의 소요가 자연의 변화를 동반하지 않으므로 좋고, 자연의 미를 느끼기에는 해 뜨기 전에 떠나서 아침볕과 같이 돌아오는 길이 좋다. 석양을 받으며 떠나서 황혼에 돌아오는 산책도 자연을 감상하기에 흡족하다. 안개 속 소나무 사이로 흘러드는 아침저녁의 고요, 산 밑이 온통 그림자로 채워지는 부드러운 장막 속에 잠겨보는 심정, 이 모두가 얼마나 아름다운 정서인가! 사람들은 바빠서 산책의 여유가 없다고 다. 평생 그렇게 마음이 바쁜 사람은 큰일을 남기지 못하는 법이다.
--- p.182-183
○ 출판사 리뷰
올해 백수白壽를 맞은 저자가 가장 아끼는 김형석 산문의 에센스. 1959년 『고독이라는 병』, 1961년 『영원과 사랑의 대화』 이후, 철학 교수이자 에세이스트로 널리 사랑받아온 저자가 평생에 걸쳐 쓴 글들 가운데 알짬만 모았다. 젊은 시절부터 마음 한편에서 지울 수 없었던 고독, 먼 곳에 대한 그리움에서부터, 인연, 이별, 소유, 종교, 나이 듦과 죽음, 그래도 희망을 품고 오늘을 애써 살아야 하는 이유까지, 그의 ‘삶의 철학’ 전반을 엿볼 수 있다. 개와 고양이와 어린 자녀들이 등장하는 사랑스러운 일화, 함께 수학했던 시인 윤동주 형에 대한 기억, ‘철학 교수’라고 좀 별난 사람 취급을 받곤 하는 처지에 얽힌 일상의 가벼운 이야기도 위트 있게 풀어낸다.
1부 ‘읽어감에 관하여’에서는 사랑하는 어머니와 아내, 친구들을 하나씩 떠나보내는 마음을 담은 글들을 포함해, 상실과 고독, 사랑에 관한 글을 엮었다. 2부 ‘살아간다는 것’에는 인생의 의미, 삶의 과정 자체의 소중함, 아름다운 노년을 위한 지혜 등 그의 인생론 전반을 엿볼 수 있는 글들이 실렸다. 3부 ‘영원을 꿈꾸는 자의 사색’에는 삶의 여러 물음들에 대한 기독교적 성찰, 오늘의 기독교에 대한 반성을, 4부 ‘조금, 오래된 이야기들’에는 저자의 젊은 시절의 글들을 포함해, 수필가로서 그가 명성을 얻은 이유를 알게 해주는 소박하고 재미있는 글들을 모았다.
보물단지 속, 오래 아끼던 물건과 같은 25편의 산문
“내가 쓴 글에 스스로 만족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러나 나는 지금도 내 글을 읽으면서 눈물을 느끼기도 하고 마음의 다짐을 굳히기도 한다. 글은 저자를 떠나면 스스로의 내용을 갖고 다가오는 것이다. 내가 지니고 있던 보물단지 속의 아끼던 물건들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마음의 선물로 내놓는 심정이다.”(6-7쪽)
1920년생인 저자는 1954년부터 1985년까지 연세대학교에서 철학교수로 봉직하며 후학들을 길러냈다. 1960년대의 기록적인 베스트셀러 『고독이라는 병』 『영원과 사랑의 대화』를 필두로 펴낸 수많은 에세이와 철학 저작은 험악한 세월을 사는 독자들에게 인생의 지침이 되어주었다. 퇴직 이후로 30여 년이 흐르는 동안에도 집필과 강연은 계속되었고, 일생 동안 써온 수상과 수필을 엮어 『세월은 흘러서 그리움을 남기고』(2008)와 『아직 남아 있는 시간을 위하여』(2012)를 펴냈다. 이 두 권에서 김형석 산문의 고갱이라고 할 만한 글들만을 엄선하여 엮은 것이 바로 이 책 『남아 있는 시간을 위하여』이다. 표제작이자 첫 번째 글인 〈남아 있는 시간을 위하여〉는 새로 집필해 추가했다. 하나같이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것들로, 고생스런 인생이 행복할 수 있는 까닭에 대한 사유의 재료로 삼기에 부족함이 없다.
선하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 고민
“내게 남겨진 시간이 길지 않은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인간은 누구나 주어진 현재가 최상의 시간이라는 것을 깨닫는다면, 선하고 아름다운 삶을 통해 행복을 찾아 누리려는 신념과 용기를 가져야 한다.”(6쪽)
소크라테스는 “검토되지 않은 삶은 살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고 전해지는데, 김형석 교수가 평생 해온 일이 바로 삶의 의미를 검토하는 일이었다. 철학자로서 반세기를 살아오는 동안 저자 자신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고, 사회 현실도 빠르게 변화했다. 하지만 우리 인간들의 근본적인 물음에는 변화가 없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무엇을 위하여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질문은 누구에게나 남아 있다. … 나도 같은 문제를 갖고 백수를 맞이하는 오늘까지 삶의 의미와 가치를 찾아온 셈이다. 그 열정은 인생의 마지막에 가까워질수록 더욱 간절해진다.“ 물론 이것은 개인적인 물음이기도 하나, 점차 나이가 들어가면서 ‘우리 모두’를 염두에 둔 문제의식의 농도가 짙어져갔다. “‘내’가 아닌, ‘우리’는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고 묻지 않을 수 없게” 되어간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고민, 평생을 해왔고, 지금도 씨름하고 있는 ‘선하고 아름다운 삶’을 향한 고민의 소산이다. 같은 고민을 가진 독자들에게, 노 철학자가 건네는 애정 어린 말들이 소중한 길잡이가 되길 기대한다.
■ 100세 철학자에게 듣는 삶의 철학
toyplus7 | 2018-03-20 |
100세를 산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극히 일부의 사람에게만 허락된 축복일까. 올해로 99세 백수를 맞이한 100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님.('님'을 꼭 붙여야 할 듯하다) 100년의 시간을 보내며 깨달은 바는 그 누구의 철학보다 깊고 살아 있다. 내 앞시대, 또 그 앞시대를 모두 겪어온 현자의 말은 나에게 큰 울림과 깨달음을 주었다.
<남아 있는 시간을 위하여>는 김형석 교수가 그동안 기고한 글 중 대표작을 모은 것으로서, 저자의 생각과 철학을 더 깊이 알 수 있는 의미 있는 책이다. <백 년을 살아보니>도 생각을 많이 하게 한 책이었다. 요즘 내가 고민하는 것에 대한 답을 알려줬다고 할 수 있을 만큼.
100세 철학자는 워낙 유명한 학자라서 방송과 기사로도 많이 접했지만, 글로 만나는 게 나는 가장 좋았다. 대표산문집을 받아든 나는 자세도 고쳐 앉고 예의를 갖춰 읽었다. 글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 존재에 대한 의문투성이의 물음에 답하기라도 하듯, 저자는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이야기를 해주었다.
연세가 들수록 하나 둘 떠나가는 주변인들에 대한 소회가 마음을 울렸다. 99세라고 하면 함께 지내온 사람들은 거의 떠나지 않았겠는가. 황망하고 슬픈 마음이야 이루 말할 수 없겠지만, 또 힘을 내서 살아가게 된다. 아내가 오랫동안 병을 앓았고, 결국 세상을 떠났을 때 배우자의 마음이 어땠을지 생각하니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이를 통해 삶의 이치를 깨닫는 저자는 진정 이 세대의 철학자이다.
글마다 감동이었지만 내가 가장 감명 깊었던 글은 '내가 있다는 것'이다. 만약 내가 없었더라면...에서 출발한 생각의 시작은 '그러나 내가 있다는 것도...'로 펼쳐진다. 나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갈 것인가. 그리고 세상을 떠난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을까. 한때 깊은 혼란에 빠진 적이 있고, 그에 대한 답은 여전히 찾지 못하고 있는데, 이 글을 보면서 마음의 위안이 되었다.
만약 내가 없었더라면 누구도 내게 뜻을 두는 이 없었을 것이며
정을 붙인 사람조차 없을 것이니,
그것은 아무도 가본 일이 없는 어떤 산골짜기에
모래 한 알이 있었다는 것보다도 무의미한 일이 아닐까?
물론 그렇다. 아무리 작더라도 있다고 하는 것은
없다는 사실보다는 위대하다.
내가 있다는 것, 이것이 모든 것의 출발이며,
이로부터 세계와 우주는 그 자리와 의의가 있게 된다.
우주의 중심점이 내게 있으며 세계의 모든 무게가
나라는 초점 위에 머물고 있다.
나의 존재는 이렇게 귀중할 뿐만 아니라
지금 내가 여기에 있다는 사실이 전체 세계의
발단과 근원이 되고 있다.
아무도 '남아 있는 시간'을 모른다. 앞으로 30년이 될지, 50년이 될지, 하물며 하루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기에 삶은 기대되고 아름다운 것이리라. 지금 당장 힘들더라도 그 힘듦이 계속되지 않을 것이고, 좋은 날도 평생 이어지진 않을 것이다.
어떤 인생이든 굴곡이 있고, 환희의 순간이 있다. 이 모든 것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마지막날 '그래도 좋았더라'라는 말 한 마디 남기고 떠나고 싶다. 늘 시간에 쫓기고, 눈에 보이는 이익만 바라보며 살았던 날을 반성하며, 이런 책을 통해 잠시 쉬어갈 수 있음에 감사한다.
■ 남아 있는 시간을 위하여_김형석
wkdthdud159 | 2018-02-23
"우리는 밤의 암흑을 몰아내기 위해 촛불을 켠다. 초는 불타서 사라지고 만다. 초를 중심으로 생각한다면 그 존재가 사라지는 것이다.
그러나 초는 빛으로 바뀔 수 있어야 그 빛이 우주에 영원히 남을 후 있다. 그리고 암흑은 그 힘 때문에 자취를 감춘다."
저자가 젊은 시절부터 마음 한편에서 지울 수 없었던 고독, 먼 곳에 대한 그림움에서부터, 인연, 이별, 소유, 종교, 나이듦과 죽음, 그래도 희망을 품고 오늘을 애써 살아야 하는 이유까지, 그의 '삶의 철학' 전반을 엿볼 수 있다.
사실 나는 '철학'이라는 말을 들으면 수많은 철학자들과 이론이 떠오르면서 '어렵다!'라는 느낌을 처음으로 받아서 피해왔다. 그래서 <남아 있는 시간을 위하여>를 처음 받았을 때 '철학적 에세이'라는 말을 보고 지레 겁먹었었다.
이 책은 딱딱한 철학책이 아닌 우리가 살아가면서 생각하는 삶에 대한 의미라던가, 죽음에 대한 생각들을 저자의 생각대로 풀어내는 책이기에 읽어나가면서 많은 공감도 받고 내가 생각해보지 못한 관점을 읽으면서 새로운 관점을 만나게되어 생각할거리를 제시해주는 책이다.
<정신이 자란다는 것은 고독이 자란다는 뜻이다.>
수많은 공감을 일으킨 얘기들이 있지만 내가 가장 감명깊었던 얘기는 '고독에 관하여' 였다. 저자는 고독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얘기하였다.
"정신이 자란다는 것은 이렇게 고독이 자란다는 뜻이다. 키르케고르의 '그가 지니고 있는 고독의 척도가 곧 그의 인간의 척도'라는 뜻은 바로 이것을 말한다. 이런 점에서 나는 괴테도 베토벤도 톨스토이도 니체도 키르케고르도 모두가 고독했다고 믿고 있다. 보다 깊은 문제 속에도 보다 높은 이상 속에도 언제나 그와 비례되는 고독이 머무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_본문 52page
요즘 많은 사람들 속에 있어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어도 잠깐은 같이 있는 듯한 느낌이지만 조금만 지나면 고독함, 외로움이 느껴지는 적이 많아졌다. 그러면서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했기에 더 외롭지 않은척, 아무렇지 않은 척 재밌게 얘기하려고 애썼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기로 하였다. 이 구절을 읽고 내가 고독함을 느끼는 것은 그만큼 사색을 많이 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내가 예전에 비해 정신적 성숙을 조금이라도 이루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상실론(잃어감에 관하여), 인생론(살아간다는 것), 종교론(영원을 꿈꾸는 이의 사색), 책 속 수필선(조금, 오래된 이야기들)으로 구분하여 책을 풀어나가고 있다. 그의 '삶의 철학' 전반 뿐만 아니라 '철학 교수'라고 좀 별난사람 취급받는 처지에 얽힌 일상의 가벼운 이야기들도 있어서 정말 '철학적 에세이'라고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쉽게 읽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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