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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그녀에게 (2002)

금동원(琴東媛) 2018. 5. 1. 00:25

 

 

[스페인 영화] 그녀에게 (2002)- Talk to Her, Hable con ella

 

 (감독) 페트로 알모도바르                                       

 (주연) 하비에르 카마라, 다리오 그란디네티, 레오노르 와틀링, 로사리오 플로레스

  사랑을 말해요 | 알리샤와 베니뇨
   남자간호사 베니뇨는 발레 학원에서 춤추고 있는 알리샤를 보고,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에 사랑에 빠진다.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알리샤가 코마 상태에 빠지게 되자, 베니뇨는 헌신적인 사랑으로 그녀 곁을 지킨다.


  대화하고 싶어요 | 리디아와 마르코
   여행지 기자 마르코는 투우사 리디아를 인터뷰하기 위해 그녀를 찾아간다. 사랑의 상처를 지닌 마르코와 리디아는 서로에게 빠져들며 연인으로 발전하지만, 리디아가 투우 경기 도중 사고로 정신을 잃는다.

  그녀 없인 살 수 없어요 | 베니뇨와 마르코
   병원에서 만난 두 남자, 베니뇨와 마르코는 코마 상태에 빠진 그녀들을 보살피며 친구가 된다. 알리샤와 소통한다고 느끼며 끊임없이 말을 건네는 베니뇨와 달리, 마르코는 이제 리디아의 사랑을 느낄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한다. 결국 리디아를 떠난 마르코는 그녀의 사망 소식과 함께 베니뇨가 감옥에 수감된 소식을 전해 듣는데...               

 

  [그녀에게]-주목해야할 관람포인트 셋

    [조은애 기자]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사랑에 대한 대표작 <그녀에게>가 12년 만에 재개봉한다. 올해 마지막 멜로물인만큼, 놓치면 안될 관람포인트 세 가지를 공개한다.

 

 

   #01. 완벽한 캐스팅으로 완성된 사랑의 걸작- 4인 4색 멜로 연기


  [그녀에게]는 코마 상태에 빠진 알리샤와 리디아, 그녀들의 곁을 지키는 두 남자 베니뇨와 마르코의 깊은 사랑을 그린다. 특히 가슴을 파고드는 배우들의 멜로 연기는 불의의 사고로 운명이 엇갈린 네 남녀의 가슴 아픈 사랑을 완벽하게 표현해내 감동을 더한다.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코마 상태에 빠진 발레리나 알리샤(레오노르 와틀링)와 그 곁을 끝없는 사랑으로 지키며 끊임없이 말을 건네는 간호사 베니뇨(하비에 카마라), 그리고 지난 사랑을 잊지 못하는 순수함과 투우장을 제압하는 카리스마를 겸비한 투우사 리디아(로자리오 플로레스)와 한때 행복했지만 언제 깨어날지 모르는 리디아와의 사랑에 방황하는 기자 마르코(다리오 그란디네티)까지. 4인 4색의 멜로 연기는 복잡한 감정의 캐릭터를 소화해낸 완벽한 캐스팅으로 관객들을 몰입시킨다.

  

  #02. 위대한 거장들의 기적 같은 만남- '피나 바우쉬'와 '카에타노 벨로조' 출연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은 <그녀에게>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세기의 무용가 '피나 바우쉬'와 브라질의 전설적인 뮤지션 '카에타노 벨로조'를 출연시켰다. 오프닝과 엔딩을 장식한 피나 바우쉬의 '카페 뮐러', '마주르카 포고' 공연은 네 남녀의 사랑과 딜레마를 상징적으로 담은 동시에 진한 여운까지 더해 영화 속 명장면으로 손꼽힌다.

  또 왕가위의 '해피 투게더' 등 다수의 영화에 삽입된 최고의 영화 OST 중 하나인 '쿠쿠루쿠쿠 팔로마'는 많은 뮤지션들에게 영감을 준 '카에타노 벨로조'가 영화에 직접 출연해 부른 공연 장면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처럼 세기를 대표하는 무용계와 음악계의 거장들이 직접 참여한 공연과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연출이 돋보이는 <그녀에게>의 재개봉은 세 거장이 완성한 걸작을 스크린으로 다시 만나는 뜻깊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03. '알모도바르 스타일'의 독특한 연출-흑백 무성영화 '줄어든 연인' 삽입 

 

 

   내용과 형식 면에서 기존 영화의 틀을 깨는 스타일로 전 세계 영화팬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은 [그녀에게]를 통해 독특한 연출 스타일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영화 속 영화로 삽입된 7분가량의 흑백 무성영화 <줄어든 연인>은 사고가 나기 전 알리샤와의 대화를 통해 그녀가 발레와 무성영화를 즐겨본다는 사실을 알게 된 베니뇨가 코마 상태의 그녀를 위해 보고 돌아와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품 중 하나다.

  특히 장편 극영화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썼을 정도로 완벽한 구성을 갖추고 있으며, 흑백 무성영화 형식을 재현하기 위해 그 시대 대표적인 감독들의 작품에 대해 철저한 연구까지 더한 거장의 노력으로 관객들에게 보너스 영화를 보는 듯한 특별한 선물이 될 것이다.

 

[사진 = 판씨네마(주)]

 

https://youtu.be/bJSWsX-bDBI

 

그녀에게-[HABLE CON ELLA]

「그녀에게」는 기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준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전작 「내 어머니의 모든 것(1999)」에 담긴 인간적 온기와 감정적 산란함의 대척점에 놓여 있다. 훨씬 더 활기찬 그의 이전작들에서 보여주는 공통적인 화려한 요소들은 여기서도 여전히 볼 수 있지만 그의 14번째 장편인 「그녀에게」는 알모도바르의 가장 통제되고 일관된 영화로 볼 수 있다. 또한 그의 가장 우수 어리고 냉담한 거리를 유지하고 심란하게 만드는 영화이기도 하다. 특히 여성을 다루는—혹은 ‘침묵시키는’—방식에서.

  그의 영화들이 대체로 인생과 영화의 너저분함을 포용하는 데 반해 「그녀에게」는 극도로 우아하고 복잡하며, 다양한 모티프들(이미지 속의 이미지, 연기 속의 연기)이 서로 연결되는 구조는 고전적이기까지 하다. 종종 조증적이던 그의 이전 영화들의 육체성이 여기서는 의아하게도 감정이 배제되고 객관적이며 회피적인 어조로 대체된다.

  영화는 피나 바우쉬의 공연 장면으로 시작되며 이것은 이어질 내용의 분위기를 설정한다. 즉 이 영화는 인물들이 동일한 지반에서 서로 만나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좀처럼 허용하지 않는, 서로 겨루고 융합되는 정체성들의 복잡한 ‘춤’인 것이다. 두 남자주인공이 바우쉬의 공연에 대해 보이는 대조적인 반응—한 사람은 거의 히스테리를 일으키고 다른 사람은 정신을 딴 데 팔고 있다—은 우리가 주관적인 동기부여와 반응과 행위들의 유아론적 세계로 들어가고 있음을 암시한다.

  알모도바르의 이전 영화들은 대부분 여성 인물들과 그들이 서로 간에,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세계와 사이에 갖는 복잡하고 종종 모순적인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추었었다. 「그녀에게」는 남성 인물과, 그들의 삶 ‘속의’ 여인을 상대로 한 점점 고립적인 대화에 관심을 집중한다. 알모도바르의 영화가 지닌 탁월한 양상 중 하나는 그가 관객을 미묘하게 조종하고 이끌어감으로써, 영화가 제시하는 행위들의 다소 불온한 함의들에서 강조점을—최소한 잠시 동안이라도—멀어지게 할 줄아는 점이다.

  그의 영화에서 가장 대범하다고 할 수 있는 한 장면에서, 그는 ‘줄어든 연인’이라는 초현실주의적인 무성영화의 교묘한 패러디를 통해 강간을 ‘보여준다’. 「그녀에게」의 가장 의미 있는 성취는 관객의 동일시에 장난을 걸거나 도전을 제기하는 방식에 있다. 그것은 우리가 사람과 대상, 그리고 우리의 삶을 표현하는 텍스트들에게, 그리고 그것들을 통해서 말하는 방식에 관한 심오한 명상이다.

 [그녀에게,HABLE CON ELLA]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1001편, 2005. 9. 15., 마로니에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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