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驛)
한성기(1923~1984)
푸른 불 시그낼이 꿈처럼 어리는
거기 조그마한 역이 있다
빈 대합실에는
의지할 의자 하나 없고
이따금
급행열차가 어지럽게 경적을 울리며
지나간다
눈이오고...
비가오고...
아득한 선로위에
없는 듯 있는 듯
거기 조그마한 역처럼 내가 있다
-『문예』 (1952,05)
* 함남 정평 출생. <문예>와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그는 사물과 실재에의 겸허하고도 차분한 접근과 통찰을 통하여 경이로운 질서와 참신한 시적 아름다움을 탐구하는 시인. 시집으로 <산에서> <낙향이후> <실향> 등이 있으며, <호서문학> 동인이기도 했다.
'시인의 詩를 읽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김춘수 (0) | 2018.11.22 |
---|---|
래여애반다라/이성복 (0) | 2018.11.08 |
너에게 / 김남조 (0) | 2018.10.29 |
설명해줘요 내게, 사랑 /I.바흐만 (0) | 2018.10.18 |
사진첩/ 비스바와 쉼보르스카 (0) | 2018.10.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