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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차가 걸어간다 /금동원

금동원(琴東媛) 2019. 3. 25. 08:28

유모차가 걸어간다

 

 

금동원

 

1.

두 대의 유모차가 건널목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세상에 태어나 네 발로 걷고

건장한 두 발로  세계를 딛고

언젠가부터 세 발로 인생의 벼랑을 향해 걸어간다

 

2.

앙증맞은 돌쟁이 발을 방울처럼 달랑달랑 매달고

시작을 향해 행진하듯

싱싱한 바퀴의 유모차 걸어간다

 

3.

한때는 우주의 중심에 서서

모성과 자존으로 버티며 서 있던 두 다리

누렇게 빛바랜 퇴행성의 무릎들이

구부정하게 휘어버린 녹슨 다리들이

세월의 때와 냄새로 얼룩진

낡은 유모차를 끌고 걸어간다

  

  

4.

 

아이로 돌아간다

아득한 모천의 처음을 향해

순리와 시간의 손잡이를 움켜쥐고

유모차가 신호대기선 앞에 서있다

 

-계간문예』, (2019 봄호, 통권 55호)에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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