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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詩를 읽다

소곡/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금동원(琴東媛) 2019. 3. 25. 21:37

소곡

 

토마스 트란스 트뢰메르

 

좀처럼 가지 않는 어두운 숲을 물려받았다. 하지만 죽은 자와 산 자가 자리바꿈하는 날이 오리라. 숲은 움직이게 되리라. 우리에겐 희망이 없지 않다. 많은 경찰들의 노래에도 불구하고 가장 심각한 범죄들은 미결로 남으리라. 마찬가지로 우리 삶 어딘가에 미결의 위대한 사랑이 있는 것이다. 나는 어두운 숲을 물려받았지만 오늘은 다른 숲, 밝은 숲을 걷는다. 노래하고 꿈틀대고 꼬리 흔들고 가는 모든 생명들! 봄이 왔고 공기가 무척 강렬하다. 나는 망각의 대학을 졸업하였고, 빨랫줄 위의 셔츠처럼 빈손이다

 

-시선집 『기억이 나를 본다』,(들녘, 2004)

 

 

  ○작가 소개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Tomas Transtromer, 1931~2015)는

  2011 노벨문학상, 독일의 페트라르카 문학상, 보니어 시상(詩賞), 노이슈타트 국제 문학상 등 다수의 세계적인 문학상을 수상한 스웨덴 출신 시인. 1931년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자랐다. 스톡홀름에서 그리 멀지 않은 지방에서 심리상담사(psychologist)로 사회 활동을 펼치는 한편, 20대 초반에서부터 70대에 이른 현재까지 모두 11권의 시집을 펴냈다. 그의 시는 지금까지 4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어 있을 정도로 세계적인 명성을 누리고 있다.

  트란스트뢰메르의 시는 한마디로 ‘홀로 깊어 열리는 시’ 혹은 ‘심연으로 치솟기’의 시이다. 또는 ‘세상 뒤집어 보기’의 시이다. 그의 수많은 ‘눈들’이 이 세상, 아니 이 우주 곳곳에 포진하고 있다. 그런 만큼 그의 시 한편 한편이 담고 있는 시적 공간은 무척이나 광대하고 무변하다.

  잠과 깨어남, 꿈과 현실, 혹은 무의식과 의식 간의 경계지역 탐구가 트란스트뢰메르 시의 주요 영역이 되고 있지만, 처녀작에서는 잠깨어남의 과정에 대한 일반적인 ‘상식’이 전도되어 있다. 초기 시에서 깨어남의 과정이 상승의 이미지로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하강/낙하의 이미지로 제시되어 있는 것이다. 시의 지배적인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는 하강의 이미지 주변에는 또한 불의 이미지, 물의 이미지, 녹음(綠陰)의 이미지 등 수다한 군소 이미지들이 밀집되어 있다. 이 점만 보더라도 트란스트뢰메르는 이미지 구사의 귀재, 혹은 비유적 언어구사의 마술사임을 알 수 있다.

  초기 작품에서 스웨덴 자연시의 전통을 보여주었던 그는 그후 더 개인적이고 개방적이며 관대해졌다. 그리고 세상을 높은 곳에서 신비적 관점으로 바라보며, 자연 세계를 세밀하고 예리한 초점으로 묘사하는 그를 스웨덴에서는 '말똥가리 시인'이라고 부른다.

  순간에 대한 강렬한 집중을 통하여 신비와 경이의 시적 공간을 구축하면서 우리들의 비루한 일상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트란스트뢰메르. 전통과 현대, 그리고 예술과 인생의 빛나는 종합을 성취하였으며 자연과 초월과 음악과 시를 사랑하는 시인의 작품을 통해 심연으로 치솟기, 혹은 홀로 깊어 열리는 시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국내에 발간된 저서로는 『기억이 나를 본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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