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의 시》
-아주라 다고스티노 글/에스테파니아 브라보 그림/정원정, 무루 역 | 오후의소묘 |
겨울의 차고 흰 공기 속에 존재하는 작은 온기와 눈을 기다리고 생을 사랑하는 마음을 담은 상냥하고도 아름다운 이야기. 책장을 펼치는 순간 흰토끼를 따라 눈 가득 쌓인 스노볼 속으로 빠져든다. 따뜻한 고요가 느껴지는 겨울의 색과 정취, 눈의 세계에 감싸인 채 우리는 가벼워지고 깊어진다. 『눈의 시』는 눈이 부리는 신비로운 힘을 이탈리아의 시인 아주라 다고스티노가 간결하고 투명한 언어로 노래한 시에, 신예 아티스트 에스테파니아 브라보의 독창적인 그림이 더해진 시 그림책이다. 눈은 내릴 때마다 늘 새로운 감흥을 준다. 이 책도 펼칠 때마다 새로운 기억, 생의 순간, 따듯한 이야기의 세계의 문을 열어줄 것이다.
○출판사 리뷰
눈이 선사하는 시적인 순간
책장을 넘기면 흰토끼를 따라 신비로운 스노볼 속으로 빠져든다. 눈이 가득 쌓인 그곳엔 겨울의 나무들과 빨간 벤치 하나가 있다. 그리고 이어지는 장면들. 아이들이 눈사람을 만든다. 노부부가 나란히 걷는다. 뜨개질하는 손과 바늘 위로 눈이 나린다. 세찬 바람이 부는 듯 나무가 눕고 사람은 옷깃을 여미며 나아간다. 누군가 눈싸움을 한다. 눈의 온기를 품은 푸른 하늘에 작은 새들의 날갯짓이 어렴풋하다. 그리고 이 모든 일들과 이야기가 뒤섞이는 시적인 순간이 찾아온다.
“눈의 세상에서 선명해지는 건
아무것도 아닌 존재, 작고 희미한 것”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이 책은 눈 속에서 새의 발자국을 본 후에 태어났다.” -아주라 다고스티노(글 작가)
눈을 노래한 시인, 작가들은 눈송이만큼이나 셀 수 없이 많다. 눈은 어째서 우리를 이토록 매료시킬까. 이탈리아의 시인 아주라 다고스티노는 눈의 시적인 속성에 주목해 이 책을 썼다고 밝혔다. 보이지 않는 것과 작은 것에 더 많은 것이 담겨 있음을 믿는 일, 한겨울 속에서 눈을 기다리는 일이 생을 사랑하는 일과 다르지 않음을 깨닫는 일, 눈과 시가 부리는 신비로운 힘을 순하고 간결하고 투명한 언어로 『눈의 시』에 담아냈다.
삶에서 겨울이 쌓일 때마다 눈 또한 반드시 온다. “어떤 약속도 없지만” 우리는 “오직 차고 흰 냄새”로 그것을 예감한다. 함께한 존재들이 떠나가고 길이 사라지고 앞으로의 날들이 줄어들어도 눈은 시간을 되감는 마법을 부린다. 순간 세상은 가벼워지고, 삶은 깊어진다. 눈은 내릴 때마다 늘 새로운 감흥을 준다. 이 책도 펼칠 때마다 새로운 기억, 생의 순간, 상냥한 이야기의 세계의 문을 열어줄 것이다.
“어느 겨울 뒤뜰에서 한 할머니를 보았어. / 점잖게 시치미를 떼다가 돌연 눈 뭉치를 던지던 / 그 어린아이 같던 얼굴. / 순간 가벼워지던 세상.” -본문 중에서
“모든 것이 뒤섞였지, 처음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토끼굴과 스노볼 속 이상한 나라로의 초대
글이 눈에 대한 찬미라면, 그림은 삶과 이야기에 관한 은유로 가득하다. 에스테파니아 브라보의 재기 넘치는 그림은 시를 설명하기보다 시의 세계를 확장하며 매 페이지에서 독자를 예기치 않은 곳으로 데려간다. 면지의 토끼굴은 이야기의 문을 열고 닫으며, 주인공인 토끼는 우리를 앨리스처럼 ‘이상한 나라’로 인도하는 안내자가 된다. 우리는 책장을 넘기며 커졌다 작아지고 스노볼의 세계로 빠져들고 만다. 그곳은 과거와 미래로 시간을 넘나들고 현실과 이야기가 뒤섞이는 시적인 공간이다.
이 그림책이 표현한 겨울의 색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곧 눈이 내릴 듯 포근한 하늘빛의 푸른색과 따스한 햇살을 받은 눈빛의 상아색. 독특한 주조 톤 두 가지로 겨울의 정취를 담아낸 그림 속에서 우리는 따듯한 고요와 가벼운 쓸쓸함으로 뒤덮인 눈의 세계에 감싸인다. 이 책의 역자인 그림책 안내자 무루(박서영)는 브라보가 그려낸 이 스노볼이 바로 다름 아닌 ‘인생’이라고 짚어냈다. 이 밖에도 그림의 작은 요소요소들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해석하며 읽는 재미 또한 크다.
“에스테파니아 브라보의 그림으로 시가 더 많은 것을 얻었다.” -아주라 다고스티노(글 작가)
어른을 위한 그림책을 펴내는 오후의 소묘 출판사의 7번째 그림책
작가들이 사랑하는 아티스트 비올레타 로피즈를 국내에 처음 소개하고 어른(모두)을 위한 그림책을 꾸준히 펴내는 출판사 오후의 소묘에서 주목한 신예 작가의 첫 그림책이다. 어른을 위한 그림책 안내자이자 그림책 에세이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의 저자 무루(박서영)이 번역에 참여해, 시 그림책의 까다로운 문장을 더없이 곡진하게 독자들에게 전한다. 원서의 큰 판형을 그대로 살렸고 색감과 촉감까지, 눈과 손으로 감각하는 책의 물성이 이야기와 어우러지도록 만듦새를 섬세히 살폈다. 기존의 그림책 문법에서 조금 벗어난 독창적인 시도와 완성도 높은 작품을 계속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작가소개
아주라 다고스티노는 이탈리아 토스코에밀리아노 아펜니노산맥 지방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고 있다. 시인이며 극작가, 저널리스트이기도 하다. 『행복 인터뷰Intervista alla Felicita』, 『작은 사랑들piccoli amori』, 『빛luce』을 썼다.
○그림 : 에스테파니아 브라보
스페인 부르고스에서 태어났다. 회화와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했고 순수예술 학위를 받았다. 유랑을 즐기고 야행성인 그는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그래픽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눈의 시』는 그의 첫 그림책이다.
○역자
정원정은 토끼가 사는 숲 아래 살며 번역을 하고 숄을 짜고 이야기를 짓는다. 비올레타 로피즈가 그린 『섬 위의 주먹』과 『마음의 지도』, 『할머니의 팡도르』, 『노래하는 꼬리』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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