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죽음은 어디쯤 와 있는가
금동원
죽음이 너무 가깝다
편의점처럼 넘쳐나는 장례식장과
발에 채이듯 쌓여가는 시신들
슬픔 없이 고인의 명복을 빌고
부의금의 액수로 정해진 죽음의 무게
나는 무엇을 위해 지금 숨 쉬고 있을까
벽에 걸린 죽음을 구경하고
책에 쓰인 죽음을 읽어가고
유행가처럼 들려주는 흔한 애도의 노래와
영화 세트장처럼 비현실적인 죽음의 현장들
삶 속에서 함께 호흡하는 죽음은 오롯한 생명체
나의 죽음은 어디쯤 와 있는 것일까
소낙비처럼
함박눈처럼
일기예보를 알려주듯
새벽에 눈비비면 떠오르는 죽음 속보
인터넷 검색어로 매일매일 채워지는 죽음
잠시 슬퍼하고
미친듯 동요하고
연속극처럼 휩쓸리다가 곧 잊혀져버리는 죽음들
나의 죽음은 지금 어디까지 와 있을까
어디쯤에서 나를 지켜보며
어떤 방법으로 나를 만나
슬픔을 전달하고 아주
담백하게 깔끔하게
나를 데려갈 가장 알맞은 길목을 찾아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죽음도 삶만큼 숨 돌릴 틈 없겠으나
살아 있는 이 순간 아름다운 것임을
먼 훗날 그 언젠가
우아하고 거룩한 손짓으로
살며시 내 어깨에 손 얹는 날
나의 죽음과 화해하고 활짝 웃으며 따라가리라
-《우연의 그림 앞에서》, (2015, 계간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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