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원 시인의 T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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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동원의 우연의 그림 앞에서

나의 詩

나의 죽음은 어디쯤 와 있는가/ 금동원

금동원(琴東媛) 2022. 3. 1. 00:41

 

나의 죽음은 어디쯤 와 있는가

 

금동원

 

죽음이 너무 가깝다

편의점처럼 넘쳐나는 장례식장과

발에 채이듯 쌓여가는 시신들

슬픔 없이 고인의 명복을 빌고

부의금의 액수로 정해진 죽음의 무게

나는 무엇을 위해 지금 숨 쉬고 있을까

 

벽에 걸린 죽음을 구경하고

책에 쓰인 죽음을 읽어가고

유행가처럼 들려주는 흔한 애도의 노래와

영화 세트장처럼 비현실적인 죽음의 현장들

삶 속에서 함께 호흡하는 죽음은 오롯한 생명체

나의 죽음은 어디쯤 와 있는 것일까

 

소낙비처럼 

함박눈처럼 

일기예보를 알려주듯

새벽에 눈비비면 떠오르는 죽음 속보

인터넷 검색어로 매일매일 채워지는 죽음

잠시 슬퍼하고

미친듯 동요하고

연속극처럼 휩쓸리다가 곧 잊혀져버리는 죽음들

 

나의 죽음은 지금 어디까지 와 있을까

어디쯤에서 나를 지켜보며

어떤 방법으로 나를 만나

슬픔을 전달하고 아주

담백하게 깔끔하게

나를 데려갈 가장 알맞은 길목을 찾아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죽음도 삶만큼 숨 돌릴 틈 없겠으나

살아 있는 이 순간 아름다운 것임을

먼 훗날 그 언젠가

우아하고 거룩한 손짓으로

살며시 내 어깨에 손 얹는 날

나의 죽음과 화해하고 활짝 웃으며 따라가리라

 

-《우연의 그림 앞에서》, (2015, 계간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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