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있다*
금동원
사랑을 잃고 추락하는 너에게
가벼움의 기분을 묻는 건 예의가 아니다
끝내 붙잡지 못하고 손을 놓아버린
마지막 이별의 몸짓은 그런대로 우아하다
위태롭게 매달려있는
탈색된 시간의 슬픈 맨살
한 시절 푸른 욕망으로 뒤덮였던 노래는
땅을 향해 곧두박칠치는 이별의 레퀴엠
쓰디쓴 연민으로 쌓여가는 핏빛 그늘이다
계절을 밟고 지나온 죽음의 씨앗들
다시 꿈꾸는 새로운 사랑을 위하여
낙엽은 죽음보다 깊은 침묵 속으로
잠 못 이루는 생명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간다
가을에서 겨울로
겨울에서 봄으로
풋풋한 초록을 기억하는 얇은 입술마다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있다
*잉게르히트 바흐만의 시 제목에서 차용
-《시 속의 애인》, (2020, 서정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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