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원 시인의 T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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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詩를 읽다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있다/ 금동원

금동원(琴東媛) 2022. 11. 27. 01:09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있다*

 

금동원

 

 

사랑을 잃고 추락하는 너에게

가벼움의 기분을 묻는 건 예의가 아니다

끝내 붙잡지 못하고 손을 놓아버린

마지막 이별의 몸짓은 그런대로 우아하다

 

위태롭게 매달려있는

탈색된 시간의 슬픈 맨살

한 시절 푸른 욕망으로 뒤덮였던 노래는

땅을 향해 곧두박칠치는 이별의 레퀴엠

쓰디쓴 연민으로 쌓여가는 핏빛 그늘이다

 

계절을 밟고 지나온 죽음의 씨앗들

다시 꿈꾸는 새로운 사랑을 위하여

낙엽은 죽음보다 깊은 침묵 속으로

잠 못 이루는 생명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간다

 

가을에서 겨울로

겨울에서 봄으로

풋풋한 초록을 기억하는 얇은 입술마다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있다

 

*잉게르히트 바흐만의 시 제목에서 차용

 

 

-《시 속의 애인》, (2020, 서정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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