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원 시인의 T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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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詩를 읽다

고년! 하면서 비가 내린다

금동원(琴東媛) 2007. 5. 17. 06:55

           

 

                                          고년! 하면서 비가 내린다 
                

                                                       김영남

 

           비가 내린다, 비가

           떠난 그녀가 좋아하던 봄비가 내린다

           삼각지에 내리고, 노량진에 내리고, 내 창에도 내린다.

 

           내 창에 내리는 비는 지금

           고 년! 미운 년! 몹쓸 년! 하면서 내린다.

           머리 끄덩이를 잡고 끌면서...... 길게 내린다.

           비가 욕을 하면서 저렇게 내리는 것은

           또 처음 본다.

 

           비가 내린다 비가

           을랑이 엄마, 내 유리창에만 유독 저주스럽게 내리는 이유를 아느냐?

           모른다면 아는척이라도 하며 저 내리는 비에게 박수를 쳐라

           박수를 칠 기분이 아니라면 커튼이라도 좀 쳐라

           비가 내린다 비가

           불켜고 있기에 좋은 비가 내린다

           내소사에서 사온 촛불에 내리고, 모항 ' 호랑가시나무 찻집'에 내린다.

 

           이제 비는 더 이상 내리지 않고

           내 가슴 속에서만 내린다

           피딱지를 뜯었다 붙였다 하면서 내린다

           째즈음악으로도 다스리지 못하는 비......

           아니 재즈풍에 어울리는,

           그녀가 몸을 흔들면서 내린다.

           길게 신음하면서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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