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년! 하면서 비가 내린다
김영남
비가 내린다, 비가
떠난 그녀가 좋아하던 봄비가 내린다
삼각지에 내리고, 노량진에 내리고, 내 창에도 내린다.
내 창에 내리는 비는 지금
고 년! 미운 년! 몹쓸 년! 하면서 내린다.
머리 끄덩이를 잡고 끌면서...... 길게 내린다.
비가 욕을 하면서 저렇게 내리는 것은
또 처음 본다.
비가 내린다 비가
을랑이 엄마, 내 유리창에만 유독 저주스럽게 내리는 이유를 아느냐?
모른다면 아는척이라도 하며 저 내리는 비에게 박수를 쳐라
박수를 칠 기분이 아니라면 커튼이라도 좀 쳐라
비가 내린다 비가
불켜고 있기에 좋은 비가 내린다
내소사에서 사온 촛불에 내리고, 모항 ' 호랑가시나무 찻집'에 내린다.
이제 비는 더 이상 내리지 않고
내 가슴 속에서만 내린다
피딱지를 뜯었다 붙였다 하면서 내린다
째즈음악으로도 다스리지 못하는 비......
아니 재즈풍에 어울리는,
그녀가 몸을 흔들면서 내린다.
길게 신음하면서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