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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산책

강항령

금동원(琴東媛) 2007. 6. 21. 12:25

 

강항령<强項令>

 

 

 

   
 
 

한(漢) 광무제 때 동선(董宣)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중국의 수많은 고사성어 중에서도 사람의 목을다룬 내용은 거의 없다. 동선은 드물게도 이 목에 관한 고사를 만들어낸 주인공이다.

  69세의 나이에 그는 수도인 낙양의 수장을 맡았다.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서울 시장이다. 낙양은 당시 관리들이 부임을 꺼렸던 곳의 하나다. 황제와 그 친족은 물론이고 많은 고관대작과 가족들이 살고 있던 지역이라 영이 제대로 먹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낙양에 부임한 뒤 그가 맞닥뜨린 첫 사건이 문제였다. 광무제의 누나인 호양공주의 집안 노비가 살인을 저질렀다. 그 위세가 하늘을 찌를 듯했던 공주는 이를 덮어 줬다. 그러나 동선은 물러나지 않았다. 출입이 금지돼 있는 공주의 집안에 들어갈 수 없었던 동선은 그 집 근처에 부하를 매복시킨 뒤 때를 기다렸다.

  공주가 문을 나설 때 살인을 저지른 노비가 앞장을 섰다. 동선은 가차없이 다가가 노비를 체포했다. 치욕으로 느낀 공주는 동생인 광무제에게 이를 고자질한다. 황제는 자신의 권위가 무시됐다며 동선을 죽이려 한다.

  잡혀 들어온 동선은 굽히지 않는다. 황제는 "황족 또한 국법을 지켜야 한다"는 신하를 죽일 수 없었다. 장면은 반전해 황제가 "그렇다면 공주에게 사과라도 하라"며 고개를 숙이도록 명령한다.

  동선은 먼저 기둥에 머리를 박고 피를 흘린다. 그러면서 "절대 고개를 숙일 수 없다"고 거절한다. 신하들이 달려들어 그의 목을 굽히려고 했지만 그는 팔을 뻗어서 버틸 때까지 버티고 만다. 황제는 결국 "당신 정말 목이 강하다"며 그를 놓아주고 만다.

  '후한서(後漢書)'에 나오는 내용이다. 동선은 그 강직함으로 낙양령의 직무를 완수한다. 법을 추상같이 지킨 그에게 백성들은 "동선이 지키는 한 신문고가 따로 필요 없다"는 말로 업적을 칭송했다. 그 별명이 강한 목을 지닌 낙양령이란 뜻의 '강항령(强項令)'이다.

  오로지 목에 관해서라면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이 떠오른다. 선관위의 거듭된 경고와 주의에도 "대통령은 아예 정치 행위를 하지 말란 말이냐"면서 고개를 숙이지 않기 때문이다. 절대 숙이지 않는 고개는 동선과 너무 흡사하다.

  문제는 동선이 법을 지키려 고개를 수그리지 않았던 것에 비해 대통령은 엄연한 규범을 따르지 않는 반대의 입장에 서 있다는 점이다. 급기야 대통령의 최측근이 나서 "나라의 왕인 대통령이 경고를 받았다"며 항변한다. 대통령과 그 사람들 목이 참 뻣뻣하다.

유광종 국제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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