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원 시인의 TISTORY

이 곳은 시인의 집! 문학과 예술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듣고 말합니다

금동원의 우연의 그림 앞에서

2024/07 4

그리움이란 말 너무 흔해서/ 금동원

그리움이란 말 너무 흔해서   금동원  그리움이란 말 너무 흔해서그립고 그리워도 그리워서, 라고는 못쓴다꽃잎 빛깔 생생하게 꽃비로 내려 황홀하게 쌓여가는 동안에도공중의 순간을 향해 ‘보고있어도 그리워’라고 말하는 순간‘너무 상투적이야’ 추억은 땅을 향해 곤두박질친다‘사랑해요’가 사랑이 되는 순간혼탁한 빛으로 탈색되어 사라지듯‘그리워요’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휘발되고 남는 것은 미세한 시적 언어그리움이라는 시어의 비말뿐이다  -《지구문학》,(2024년 여름호, 통권 제106호)

나의 詩 2024.07.06

공중의 섬/ 금동원

공중의 섬   금동원   순항고도 10000피트 이상평균 시속  900km 정도외부 온도 영하 40도가 넘는 공중의 섬에는하늘을 뚫고 빛이 알을 낳는 동안사람들이 함께 산다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게임과 영화를 보고책을 읽고 쇼핑도 하고 놀다 지치면 이별과 추억과 사랑의 꿈을 꾸며 잠이 든다평생 같은 열다섯 시간압축된 필름함축적인 인생사 격리된 삶의 은유스스로 들어와 살지만타의에 의하지 않고는 결코 나갈 수 없는공중의 섬뜬구름 같은 이 섬에도 희로애락의 도가 있다  -《펜문학》, (2024 5,6월호, 통권179호)

나의 詩 2024.07.06

《여성문학》2호

베트남 쌈을 먹으며   금동원  알록달록 예쁘고 맛있는 시가 그리운 날다양하게 차려진 시 재료 앞에서이런 시를 쓰기도 합니다하얀 접시에 무지갯빛으로 켜켜이 신선한 시어를 담으면 한 마리 공작새가 날개를 펼친 듯 화려해지는 베트남 쌈  뜨거운 물 속에 얇은 라이스페이퍼를 담그면시가 적당하게 녹아 흐물거리죠무엇을 섞어 나의 맛을 만들까채소만 담기도 하고고기나 새우를 섞어 돌돌 말기도 하고보지기처럼 묶어서 먹기도 합니다. 고소한 땅콩 소스를 좋아하지만생선 액젓 소스로 찍어 먹기도 해요퇴고의 고민과 갈등을 거치면가장 맛있고 풍부한 시의 쌈이 만들어지고다음 쌈은 더욱 풍성하고 흥겨울 수 있도록 오물거리며이렇게 시를 쓰는 날도 있습니다 -《여성문학》,( 2024년 6월, 통권 제2호)

나의 소식 2024.07.06

허송세월/ 김훈

《허송세월》-김훈/ 나남  ◎책 속으로 나는 오후에 두어 시간쯤 햇볕을 쪼이면서 늘그막의 세월을 보낸다. 해는 내 노년의 상대다. 젊었을 때 나는 몸에 햇볕이 닿아도 이것이 무슨 일인지 알지 못했고, 나와 해 사이의 공간을 들여다보지 못했다. 지나간 시간의 햇볕은 돌이킬 수 없고 내일의 햇볕은 당길 수 없으니 지금의 햇볕을 쪼일 수밖에 없는데, 햇볕에는 지나감도 없고 다가옴도 없어서 햇볕은 늘 지금 내가 있는 자리에 온다. 햇볕은 신생新生하는 현재의 빛이고 지금 이 자리의 볕이다. 혀가 빠지게 일했던 세월도 돌이켜보면 헛되어 보이는데, 햇볕을 쪼이면서 허송세월할 때 내 몸과 마음은 빛과 볕으로 가득 찬다. 나는 허송세월로 바쁘다.--- p.43 「허송세월」중에서 말은 고해를 건너가는 징검다리가 아니다. ..

책 이야기 2024.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