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장의 습관 나희덕 방에 마른 열매가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오늘 아침이었다. 책상 위의 석류와 탱자는 돌보다 딱딱해졌다. 향기가 사라지니 이제사 안심이 된다. 그들은 향기를 잃는 대신 영생을 얻었을지 모른다고, 단단한 껍질을 어루만지며 중얼거려본다. 지난 가을 내 머리에 후두둑 떨어져 내리던 도토리들도 종지에 가지런히 담겨 있다. 흔들어보니 희미한 종소리가 난다. 마른 찔레 열매는 아직 붉다. 싱싱한 꽃이나 열매를 보며 스스로의 습기에 부패되기 전에 그들을 장사지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때 이른 풍장의 습관으로 나를 이끌곤 했다. 바람이 잘 드는 양지볕에 향기로운 육신을 거꾸로 매달아 피와 살을 증발시키지 않고는 안심할 수 없던, 또는 고통의 설탕에 절인 과육을 불 위에 올려놓고 나무주걱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