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남쪽 마을에서 쓰여진 꿈 허수경 포도나무가 줄지어 서있는 언덕을 넘어가다가 멀리서 들려오는 말발굽 소리를 들었다 태양이 저 너머로 무한의 순간을 내미는 7월의 저녁이었다 가까워지는 말발굽 소리 그리고 말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었을 때 아, 말의 귀에는 여름 들판의 늦은 야생 양귀비꽃이 꽂혀있었다 말 위에 앉아 있는 사춘기에 막 접어든 소녀에게 길을 물었다 여기, 저 검은 숲으로 둘러싼 마을이 있다는데요, 어디인지요? 소녀는 양귀비꽃이 꽂혀있는 말의 귀를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오래 전에 사라진 마을이에요 마을 학교도 교회도 시청도 시민회관도 여관도 도서관도 아주 오래 전에 사라진 마을이에요 숲도 사라졌고요 소녀와 말이 사라지는데 태양이 거느린 새떼가 붉은 바람을 물고 날아올랐다 포도나무 사이로 한 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