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詩를 읽다
안부1/ 황지우
금동원(琴東媛)
2015. 12. 6. 11:04
안부 1
황지우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어머님 문부터 열어본다
어렸을 적에도 눈뜨자마자
엄마 코에 귀를 대보고 안도하곤 했었지만,
살았는지 죽었는지 아침마다 살며시 열어보는 문:
이 조마조마한 문지방에서
사랑은 도대체 어디까지 필사적일까?
당신은 똥싼 옷을 서랍장에 숨겨놓고
자신에서 아직 떠나지 않고 있는
생을 부끄러워하고 계셨다.
나를 이 세상에 밀어놓은 당신의 밑을
샤워기로 뿌려 씻긴 다음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벗겨드리니까
웬 꼬마 계집아이가 콧물을 흘리며
얌전하게 보료 위에 앉아 계신다.
그 가벼움에 대해선 우리 말하지 말자.
-시집『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1998, 문학과 지성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