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anne Shenandoah (조안 쉐난도)
인디안의 '엔야'로 불리는 신비한 보컬리스트 Joanne Shenandoah의 음악은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신비로운 착각에 빠진다. 기타와 타악기의 단아한 악기로도 이처럼 신비롭고 조화로운 음악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게 새삼 놀랍다.
https://youtu.be/-BIu-2kFEzI(To Those Who Dream )
https://youtu.be/OTahHouehT8(Peace and Power )
https://youtu.be/7OPDRUKt0dQ?list=PLrprx_o_uVXKMrn0nX29m3Lemh-3DY0Ou

아메리카 대륙이 유럽의 신대륙 발견으로 인해 혼혈 문화가 되기 전에는 그 땅의 주인이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일구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 대표적인 원주민들이 바로 남미의 인디오들과 오래전 우리가 인디언이라 부르던 북미 인디언들이다. 스페인에게 자신들의 문명을 정복당한 남미의 인디오들과 마찬가지로 북미의 원주민들 역시 오랜 세월 동안 일궈 온 삶의 터전을 빼앗길 수밖에 없었다. 유럽에서 건너온 백인들은 신대륙 개척이라는 그들 중심의 논리를 앞세우며 북아메리카 대륙의 원래 주인들을 적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지구촌 다른 지역에 비해 일천한 역사를 지닌 백인들의 나라 미국을 만들어 오며 북미 인디언들을 궁지로 몰았다. 미국 역사에 대한 시각이 바뀌고 북미 인디언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많은 서적들과 다큐멘터리 필름들을 통해 북미 인디언들의 실체가 올바르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자연과 동화된 삶을 추구했던 사람들이며, 자연 속에서 얻은 지혜를 바탕으로 쌓아 온 차원 높은 정신세계는 복잡한 현대 문명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또한 북미 인디언들에게도 그들만의 소리를 표현해 온 음악이 있었고, 특히 그들 고유의 플루트 음악은 자연에 순응하며 살았던 그들의 정신세계가 잘 반영된 음악으로 카를로스 나카이(R. Carlos Nakai)를 비롯한 월드 뮤직 분야에서 주목받는 대가들이 많은 리코딩을 남기고 있기도 하다. 북미 인디언 플루트 음악은 눈 깜짝할 사이에 많은 것들이 변해가는 현대인의 삶에 따뜻한 위로와 감동을 전할 수 있는 지혜로운 이야기를 담은 음악으로 다가 온다.
미국 서부에 처음 놓인 철도를 바라보는 인디언. 판화 Theodore Hanne作 1926년
차원 높은 정신문화가 반영된 북미 인디언 플루트 음악
북미 인디언들은 북방 몽골계의 아시아인들이 오래전 베링 해협이 육지로 이어져 있었을 때 이를 건너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간 사람들이라는 학설이 있다. 새로운 정착지에서 그들은 자연의 힘에 대한 경외심과 함께 비옥한 땅의 축복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았다. 살아서는 땅에 순응하고 감사하며, 죽어서는 땅의 자양분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순리로 여겼다고 한다. 그래서 북미 인디언들은 대지를 어머니로 여기며 숭배한다.
또한 여성들의 지혜가 깊이 저장되어 있는 곳이 바로 땅이며, 그 어머니 대지가 시간과 공간을 조율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미국 서부 개척사 속에서 야만적인 전사의 이미지만을 부각시켰던 것과는 달리 북미 인디언들은 자연의 순리를 겸허히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자연에 대한 북미 인디언들의 이러한 시각은 소유에 대한 욕심을 버릴 줄 알았던 그들의 정신문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바탕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정신세계는 소박함과 깊은 울림을 동시에 지닌 북미 인디언 고유의 플루트 음악을 통해 가장 잘 드러난다.

북미 인디언들이 그 땅에 들어온 역사는 몇 만 년을 넘어서는 까마득한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음악 전통에 대한 구체적이고 정확한 자료는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콜럼버스가 그들의 땅에 온 이후 유럽으로부터 전파된 질병과 잔혹한 말살정책으로 북미 인디언 고유의 음악 문화의 많은 부분이 사라졌고, 영국 이주민들의 땅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보호 구역’이라는 명목 아래 좁은 땅에 갇혀 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북미 인디언들은 종교의식이나 자연에 대한 의식을 비롯한 그들 삶의 많은 부분에 음악을 동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율 악기로 사용했던 고유의 플루트를 비롯해 북, 래틀, 간단한 구조의 휘슬 등 다양한 악기가 있었으며, 단순한 형식이지만 의식과 생활 속의 다양한 노래도 그들 음악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해 왔다.
북미 인디언 플루트 연주 모습
북미 인디언 음악 속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고유의 플루트 연주 음악이라 할 수 있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더불어 살아갈 줄 알았던 그들의 대표적인 악기인 북미 인디언 플루트는 자연의 바람소리를 깊은 공명으로 표현하는 영적인 신비로움을 지닌 악기로 세계인들에게 알려져 있다. 북미 인디언 음악에서 악기는 주로 남성들이 연주했는데, 마을의 젊은 여인에게 사랑을 전할 때 이 악기를 썼다고 한다. 그래서 북미 인디언들은 그들의 플루트를 ‘사랑의 플루트’ 또는 ‘구애의 플루트’라고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타페노’, ‘와사수티레’, ‘예요타스타’ 등 부족마다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던 악기여서 하나의 이름으로 지칭하기는 어렵다. 또한 대부분 하나하나 수공예로 만들어졌던 북미 인디언 플루트는 제작하는 사람에 따라 크기나 음색이 달라지고, 각기 다른 고유의 음계를 가지고 있다.
실제로 연주자마다 음색이 다를 뿐만 아니라 자신의 앨범 각 수록곡에서 연주한 플루트의 만든 사람과 어떤 나무로 만들었는지, 어떤 키(key)의 플루트로 연주했는지까지 표기하기도 한다. 오늘날 북미 인디언 플루트는 보통 나무를 재료로 만들지만 예전에는 지역에 따라 도기로 만들기도 하고 평원 지대에서는 뼈로 만든 것이 발견되기도 했다. 기록으로 남아 있지는 않지만 이들의 플루트를 인류 역사에서 가장 먼저 사용된 공기를 불어넣어 연주할 수 있도록 만든 관악기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만드는 사람에 따라 그 모양도 변해왔겠지만, 현재 볼 수 있는 북미 인디언 플루트의 모양은 어느 정도 정형화되어 있다. 6개 정도의 구멍(Finger Holes)을 이용해 세로로 불어 연주하게 되어 있는데, 특이한 것은 취주부 아래에 구멍(Nest)을 뚫고 그 위에 새 모양의 조각(Block)을 달아 놓은 것이다. 이것을 움직여 구멍의 크기를 조절해 미세한 음정을 맞출 수 있다. 구멍을 완전히 닫으면 소리가 나지 않는다. 또한 그 구멍아래 관 속은 아래 그림처럼 관 전체를 다 파내지 않고 만들어 취주부에 불어 넣은 공기가 직선으로 한꺼번에 빠져 나가지 않도록 해 놓았다.
![]() |
![]() |
북미 인디언 플루트는 남미의 원주민들인 안데스 인디오들의 악기와도 비교할 수 있다. 안데스의 전통악기인 케나(Quena)나 시쿠(Sicu)는 안데스 고원에 부는 바람소리가 담겨 있는 듯 다소 거친 음색을 지니고 있는 반면, 북미 인디언 플루트는 정적이면서도 온화한 음색을 가지고 있다. 깊은 공명을 통해 나오는 둥근 형상의 소리가 평온함을 전하는 것이다. 이러한 음색 상의 특징과 선율 이면에 담긴 북미 인디언들의 차원 높은 정신세계는 깊은 울림과 자연의 순수함을 지니고 마음의 평화와 안식을 주는 음악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전통적으로는 무반주 독주로 연주되었던 악기지만, 그들의 전통악기인 북이나 래틀과 함께, 또 기타나 피아노와 같은 어쿠스틱 악기를 반주로 연주되고 있다.
북미 인디언 플루트 음악의 대가 카를로스 나카이

카를로스 나카이(Carlos Nakai)는 북미 인디언 음악계에서 가장 빛나는 활동을 펼치며 최고의 거장으로 인정받고 있는 인물이다. 북미 인디언 나바호족의 혈통을 이어받은 그는 어려서부터 자신의 전통 부족 문화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클래식 트럼펫을 전공한 뒤 북미 인디언의 전통 플루트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카를로스 나카이는 삼림지대와 평원지대에 살았던 모든 부족들의 음악 전통을 섭렵하면서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확립해 나갔고, 북미 인디언에 대한 연구로 대학에서 박사학위까지 받기도 했다. 북미 인디언들의 삶에 대한 지혜와 드높은 정신세계를 뛰어난 연주력으로 표현하는 그는 조상들이 살았던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연주하기도 하고 신화나 전설을 음악 속에 담아내기도 한다.
발표해 온 수십 장의 앨범들은 높은 판매고를 기록했고, 특히 다른 문화권의 음악 장르와 결합해 만들어낸 여러 음반들은 북미 인디언 음악의 아름다움을 대중들에게 알릴 수 있었던 가치 있는 작업으로 기억되고 있다. 북미 인디언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티베트 음악과의 만남을 비롯해 안데스 음악과의 결합, 여러 뉴에이지 음악 아티스트들과의 만남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또한 클래식 오케스트라와 함께 협연한 여러 앨범들은 대자연의 교향악이라 할 만한 깊이 있는 아름다움을 선보이기도 했다.
최초의 여성 북미 인디언 플루트 연주자인 메리 영블러드(Mary Youngblood)는 이누이트족과 함께 에스키모로 불리는 알래스카의 알류트족과 플로리다를 기반으로 하는 세마놀레족의 반반씩 이어받은 인물로, 카를로스 나카이로 대표되어 왔던 북미 인디언 플루트 음악에 또 한 명의 탁월한 연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남성들만이 연주하던 북미 인디언 연주의 금기를 깨고 활발한 활동으로 감동적인 음악들을 선보여 온 메리 영블러드는 풍성한 울림의 음색과 뛰어난 음악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북미 인디언의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을 표현하며 “시(詩)와 같은 아름다움을 지닌 음악”이라는 찬사를 받아 왔다.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부드러움을 담아 독주곡은 물론 첼로, 피아노 등 다양한 악기들과의 협연을 남기고 있으며, 몇 곡에서는 직접 노래를 들려주기도 한다.
북미 인디언 문화의 중요한 예술가로 손꼽히는 로버트 미라발(Robert Mirabal)은 플루트 연주자로서뿐만 아니라 춤꾼이자 작곡가, 가수, 시인으로 활동하며, 북미 인디언 플루트 제작의 뛰어난 장인으로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뉴멕시코주 푸에블로-타오스족 출신인 그는 끊임없는 공연을 통해 북미 인디언 전통 춤의 아름다움을 계승하고 있으며, 그가 만든 악기는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전시되기도 했다. 또한 여러 음반을 통해 북미 인디언 플루트 연주자로서의 높은 음악적 성과도 보여주고 있다.

추천앨범
- A Friend's Whisper
- 아티스트:Carlos Nakai(카를로스 나카이) 발매일2009
북미 인디언 플루트 음악의 대가 카를로스 나카이의 완성도 높은 트랙들을 발췌한 국내 발매 베스트 앨범. 본 캐스트의 서비스 음원들이 담긴 음반으로 독주곡에서부터 오케스트라와의 협연까지 다양한 편성의 연주 속에 담긴 그의 예술세계를 만날 수 있다.
- Canyon Triolgy
- 아티스트:Carlos Nakai(카를로스 나카이) 발매일1989
카를로스 나카이의 독주 연주를 담고 있는 앨범으로 북미 인디언 플루트 음악의 정수가 담긴 음반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그의 초기 명반이다. 북미 인디언 음악 최고의 명곡 중 하나로 손꼽히는 ‘Song for the Morning Star’를 비롯한 모든 수록곡들을 통해 고요하고 평화로운 ‘느림의 미학’을 감상할 수 있다.
- Fourth World
- 아티스트:Carlos Nakai(카를로스 나카이) 발매일2002
카를로스 나카이의 북미 인디언 플루트와 캐년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협연을 담은 앨범으로 그의 플루트 연주에 담긴 북미 인디언들의 자연에 대한 경외감이 오케스트라의 풍성한 울림과 조화를 이루며 대자연의 교향악을 들려준다.
- Beneath the Raven Moon
- 아티스트:Mary Youngblood(메리 영블러드) 발매일2002
여성 북미 인디언 플루트 연주자 메리 영블러드의 최고작으로 손꼽히는 2002년 앨범. 깊은 울림의 공명을 지닌 메리 영블러드 특유의 플루트 음색을 중심으로 섬세하고 깊이 있는 음악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 Peace & Power
- 아티스트:Joanne Shenandoah(조앤 쉐난도) 발매일2010
북미 인디언 음악계에서 플루트 연주자들 못지않은 높은 위상을 지닌 최고의 가수 조앤 쉐난도의 베스트 앨범. ‘북미 인디언 음악계의 에냐(Enya)’, ‘네이티브 아메리칸 뮤직의 보석’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활동해 온 조앤 쉐난도의 대표곡들은 북미 인디언 영혼의 숭고함을 간직한 목소리를 통해 가슴 뭉클한 감동을 전한다.
글:황윤기 음악 칼럼니스트
- 국내 독립 음반사 Ales Music에 재직하며 월드뮤직 음반을 기획, 제작했고, 다수의 음악 전문지에서 필자로 활동했다. KBS Classic FM, PBC, CBS, TBN, TBS 등 다수의 라디오 방송 음악 프로그램에서 진행, 출연, 작가로 활동하면서 월드뮤직을 전문적으로 소개해 왔다. 현재 국악방송 "황윤기의 세계음악 여행" DJ로 활동 중이다.
- 음원제공
- ㈜뮤직컴퍼스 http://www.musiccompass.kr/
- 사진/이미지 출처
- 출처 Corbis, 네이버 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