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이야기

정태춘의 시인의 마을

금동원(琴東媛) 2016. 12. 6. 23:43

  정태춘(鄭泰春, 1954년 10월 10일~ )은 사회성 짙은 "한국적 포크"를 추구해온 대한민국의 가수, 시인, 싱어송라이터, 문화운동가, 사회운동가이다. 서정성과 사회성을 모두 아우르는 노랫말을 직접 쓰고 이를 국악적 특색이 녹아 있는 자연스러운 음률에 실어서 작품을 발표하기 때문에 한국의 대표적인 음유시인으로 불린다. 음악 활동에 그치지 않고 각종 문화운동과 사회운동에 열성적으로 헌신하는 운동가이기도 한 정태춘의 활동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1990년대 초에 사전심의 폐지운동을 전개하여 1996년 헌법재판소의 '가요 사전심의 위헌 결정'을 이끌어낸 일이다.


https://youtu.be/F6JTxAPy6k0


https://youtu.be/r8RmYpn_eDk


https://youtu.be/Av228sfqLQo


https://youtu.be/8bTJzDa5ipA




시인의 마을/정태춘


창문을 열고 음 내다봐요
저 높은 곳에 우뚝 걸린 깃발 펄럭이며
당신의 텅빈 가슴으로 불어오는
더운 열기의 세찬 바람


살며시 눈감고 들어봐요
먼 대지 위를 달리는 사나운 말처럼
당신의 고요한 가슴으로 닥쳐오는
숨가쁜 벗들의 말발굽 소리


누가 내게 손수건 한 장 던져 주리오
내작은 가슴에 얹어 주리오
누가 내게 탈춤의 장단을 쳐주리오
그 장단에 춤추게 하리오


나는 고독의 친구 방황의 친구
상념 끊기지 않는 번민의 시인이라면 좋겠소
나는 일몰의 고갯길을 넘어가는
고행의 방랑자처럼
하늘에 비낀 노을 바라보며
시인의 마을에 밤이 오는 소릴 들을테요

우산을 접고 비 맞아 봐요
하늘은 더욱 가까운 곳으로 다가와서

당신의 그늘진 마음에 비 뿌리는

젖은 대기의 애틋한 우수


누가 내게 다가와서 말 건네주리오
내 작은 손 잡아 주리오
누가 내 운명의 길동무 돼주리오
어린 시인의 벗 돼주리오


나는 고독의 친구 방황의 친구
상념 끊기지 않는 번민의 시인이라도 좋겠소
나는 일몰의 고갯길을 넘어가는
고행의 방랑자처럼
하늘에 비낀 노을 바라보며
시인의 마을에 밤이 오는 소릴 들을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