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이모저모

릴케의 <구시집> 중에서

금동원(琴東媛) 2017. 3. 24. 20:28



나는 사람들의 말이 두렵다

이것은 개라 하고 저것은 집이라 한다.

여기에는 처음이 있고 저기에는 끝이 있다고

사람들은 무엇이나 또렷이 말한다


나에게 걱정 되는 것은 그들의 감각적 희롱이다.

그들은 미래도 과거도 모두 안다

산도 그들에게는 이미 신기하지 않고

그들의 꽃밭과 집은 동시에 하느님과 이어져 있다.


그래서 나는 얼마 동안이라도 그들의 말과 떨어져 있으려니 경계하고 방비한다.

나는 곧잘 물체들이 노래하는 것을 듣는다.

그러나 그들이 그 물체에 손을 대면 그것은 굳어지며 입을 다문다.

그들은 모두 나의 사물들을 죽인다.


-R. M. 릴케 구舊 시집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