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 쉴러 "비트코인, 100년후 살아남아도 버블은 완전붕괴"
■노벨경제학상` 쉴러 "비트코인, 100년후 살아남아도 버블은 완전붕괴"
이데일리 입력 2018.01.20 11:03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가 네덜란드에서의 튤립 투기에 빗대 “비트코인이 완전히 붕괴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다음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에서 연설자로 나서는 쉴러 교수는 19일(현지시간)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비단 비트코인이 아니더라도 버블은 세상 어느 곳에서든 존재하며 비트코인이 궁극적으로 어떤 것을 만들어낼지 모르겠다”고 전제하면서도 “비트코인은 완전히 붕괴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비트코인이 가치를 가진다는 공공의 합의가 생겨나지 않는 한 비트코인에는 어떠한 가치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금(金)과 같은 다른 것들은 사람들이 투자자산으로 보지 않더라도 최소한의 일정한 가치를 가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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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러 교수는 “비트코인을 보면 1640년대 네덜란드에서 있었던 튤립 버블을 떠올리게 된다”면서 “결국 궁금증은 그 버블이 언제 무너질 것인가다”라고 말했다. 이어 “튤립 버블은 끝내 붕괴되긴 했지만 지금도 우리는 돈을 주고 튤립을 사고 있고 상황에 따라 때때로 그 값이 비싸질 때도 있다”며 이와 마찬가지로 비트코인 역시 앞으로 100년이 지나도 살아남을 수 있겠지만 (지금과 같은 버블은) 완전히 붕괴할 것이고 잊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쉴러 교수는 자산가격과 비효율적 시장에 대한 연구로 지난 2013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바 있고 지속적으로 비트코인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은 바 있다.
■비트코인, 도대체 정체가 뭐야!
평화로운 저녁 시간, 귤을 까먹으며 TV를 보는 가족들 틈에서 아빠 혼자 좌불안석이다. 슬금슬금 눈치를 보던 아빠, 휴대전화를 들고 몰래 작은방으로 들어갔다가 잠시 후 나온다. 이때, 문 앞을 딱 지키고 있던 태연, 다소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민다.
“저도 주세요. 그거, 비트코인. 그럼 아빠가 비트코인이라는 거에 투자를 하고 싶어 한다는 비밀스러운 통화내용을 엄마한테 밀고하지 않고 입 꾹 다물어 드릴게. 으흐흐흐”
“허억! 들었냐? 너는 진정 쏘머즈 같은 아이로구나. 물론 아빠도 너한테 비트코인을 주고 싶단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국내에 비트코인을 사용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어서...”
“으흐흐, 그렇게 말씀하실 줄 알고 잠깐 검색을 해봤지요. 비트코인 사용처를 알려주는 사이트를 보니 꽤 많은 가맹점이 나와 있던걸요? 옷가게, 레스토랑, 호텔 등등이요.”
“이럴 땐 참으로 민첩하구나. 알았어. 대신, 조건이 있다. 비트코인에 대한 정확한 개념을 배우고 나면 주마. 비트코인이 뭔지는 알고 있는 거지?”
“제가 설마 그 정도도 모르겠어요? 저도 영어 좀 한다고요. 코인(coin), 그러니까 동전이라는 거잖아요. 꽤 비싼 동전인거 같던데요?”
“아이고, 내 그럴 줄 알았다. 비트코인은 일종의 가상화폐야. 눈에 보이지도 만질 수도 없는 화폐. 너도 네이버 캐시나 카카오 초코는 알지?
실제로 네 지갑에 들어있는 돈은 아니지만 그걸 이용하면 온라인 쇼핑이 가능하잖아. 그와 비슷한 원리라고 생각하면 돼. 다만, 비트코인은 실제 우리가 사용하는 돈처럼 은행업무와 투자 등에 활용하거나 현금으로 바꿔 쓸 수도 있다는 점이 다르단다. 사실, 가상에 있다뿐이지 실제 돈과 별 차이가 없어요.”
“와~ 진짜요? 그런데 눈에 보이지도 않는 걸 어떻게 믿고 거래를 해요? 너무 불안한 거 아니에요?”
“전혀 그렇지 않단다. 오히려 훨씬 투명하고 믿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야. 비트코인에는 처음 제작(채굴)하는 순간부터 이후 거래가 될 때마다 누가 사용했는지 알려주는 꼬리표(이전 소유주의 디지털 서명)가 붙도록 되어있어요. 아무리 많이 거래돼도 현재까지의 사용 과정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서 안전하다는 거지. 이런 보안기술을 ‘블록체인(Block Chain)’이라고 한단다. 흔히, 가상화폐는 눈에 보이지 않으니 조작이나 해킹이 쉬울 거라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그 반대라는 거야. 비트코인 외에도 이더리움, 리플, 대시 등 다양한 가상화폐가 통용되고 있지.”
“아, 사용자가 누구였는지 다 아니까 범죄 같은 데 쓰기 어렵다는 거네요? 신기하다. 그런데, 아빠 친구랑 비트코인에 투자를 하네 마네 비밀 통화를 하셨잖아요. 대체 어떻게 투자를 하신다는 거예요?”
“비트코인은 2009년부터 100년간 2,100만 비트코인만 채굴하도록 제한되어 있단다. 현재까지 약 1,700만 비트코인이 유통되고 있지. 이렇게 유통량이 정해져 있다 보니까 금이나 은처럼 원하는 사람이 많으면 값이 올라가고, 적으면 가격이 내려가게 되어있어요. 실제로 2011년만 해도 1비트코인의 가격은 겨우 1달러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약 6,000달러까지 올랐단다. 어마어마하지? 그러니 투자자가 몰리는 건 당연하단다. 하지만 눈으로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데다, ‘비트코인은 사기다’, ‘실체가 없는 만큼 곧 거품이 터질 것이다’라고 말하는 전문가들도 있어서 아빠도 아직 망설이고 있어.”
“전문가 의견 때문이 아니라 엄마한테 혼날까봐 말을 못 꺼내시는 거겠죠.”
“이런 냉철한 녀석! 암튼, 현재 미국·영국·캐나다·독일·일본 등이 비트코인을 공식 화폐로 인정하고 있단다. 우리나라는 아직 아니지만 말이야. 사용도 그리 어렵지 않아. ‘블록체인인포(blockchain.info)’ 사이트에 접속해서 ‘지갑’이라고 불리는 계좌를 만들어 비트코인을 사면 돼. 온·오프라인 상점에서 사용하고 싶을 땐 비트코인 사용을 위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깐 다음 비트코인 사용이 가능한 가맹점에 가서 QR코드 스캔을 통해 결재하면 그만이고. 하지만 아직까지는 가맹점이 그리 많지 않아서 주로 투자나 해외 송금에 많이 사용된단다. 비트코인으로 송금을 한 뒤 외국에서 현금으로 바꿔 사용하는 식이지. 송금 수수료가 은행보다 90% 정도 저렴한 데다 시간도 훨씬 절약돼서 유학생들에게 인기란다.”
“거 봐요. 가맹점이 많지는 않아도 어쨌든 저도 쓸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러니 엄마한테 일러바치기 전에 당장 저에게도 콩고물을 좀 떨어뜨려 주시라고요.”
“사실은 아빠가 비트코인에 투자하려는 게 아니라, 비트코인에 쓰이는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하고자 연구소 동료와 긴밀히 대화를 나누었던 거란다. 유통과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블록체인을 사용하면 무역이나 중고품매매, 식료품 유통 등이 아주 투명하게 관리되면서 어마어마한 효과를 낼 것이라는 연구를...”
“엄마, 엄마! 아빠가 엄마 몰래 이상한데다 돈 쓰려고 하는...”
“아, 알았다. 얼마면 되겠니, 얼마면 되겠어!”
-글: 김희정 칼럼니스트 / 만화: 김석 작가
『비이성적 과열』
로보트 쉴러 저/ 이강국역 | 알에이치코리아(RHK)
201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쉴러의 기념비적 역작 『비이성적 과열』전격 개정판.
전 세계적인 주식시장의 호황으로 모두가 번영의 꿈에 젖어 있던 2000년 초, 예일 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인 로버트 쉴러는 IT 버블의 형성과 붕괴를 경고하는 저서 『비이성적 과열』(원제: Irrational Exuberance)을 출간했다. 끊임없는 성장 신화에 도취되어 있던 당시 분위기에서 도발적인 제목과 내용으로 꽉 찬 이 책은 소리 소문 없이 녹아버릴 것처럼 보였으나, 책이 출간된 바로 그달부터 실제로 주가가 폭락해 ‘닷컴 버블’이 종말을 고하면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풍부한 자료와 깊이 있는 통찰을 담은 이 책의 성공은 단순한 행운이 아닌, 로버트 쉴러의 학자적인 성실함과 탁월한 역량에 합당한 권리로 비쳐진다. 이를 증명하듯 2005년 개정판에 추가로 수록된 집값 거품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경고는 그 이듬해 서브프라임 사태로 현실화되었다. 닷컴 버블 붕괴에 이어 부동산 버블 붕괴까지 정확히 예견함으로써, 로버트 쉴러는 우리 시대 최고의 ‘위기 예언자’이자 ‘경제학계에서 탄생한 영웅’이라는 명성을 얻게 되었다.
행동경제학의 대부인 저자가 전통 경제학에 사회심리학을 결합시켜 저술한 이 책(개정판)은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의 상승과 하락을 구조적 요인, 문화적 요인, 심리적 요인 측면에서 입체적으로 분석하는 한편, 시장의 버블을 부정하고 과열을 정당화하는 이론과 주장 등도 실증적으로 검토해 비판한다. 아울러 투기적인 불안정성에 항시 노출되어 있는 시장 상황에 대응하는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해준다.
○작가 소개
1946년 미국 디트로이트 출생으로 1967년 미시간대를 졸업했고 MIT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예일대 경제학 교수이자 예일 경영대학원 금융학 교수이다. 행동경제학의 대부이자 사회심리학을 전통 경제학과 결합시켜 버블 형성과 붕괴, 서브프라임 사태 등 굵직한 경제현상을 정확히 예측하며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로 주목받아 왔다. 특히 2000년 저서 『이상 과열』이 출간된 바로 그달부터 주가가 폭락해 ‘닷컴 버블’이 종말을 맞으면서 이 책은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어 2005년에는 집값 거품이 부동산 시장은 물론 전체 금융계의 패닉까지 일으킬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는데 결국 2006년 미국 부동산 시장이 무너지고 세계 금융위기로 이어지면서 로버트 쉴러는 최고의 ‘위기 예언자’이자 ‘경제학계에서 탄생한 영웅’이라는 명성을 얻었다.「뉴욕타임즈」에 칼럼 ‘경제적 시각Economic View’을 정기적으로 기고하는 그는 누리엘 루비니, 스티븐 로치와 함께 ‘월가 비관론자 3인방’으로 불리며, 거품경제의 몰락을 예언하여 주목을 끌기도 했다.
칼럼 등을 통해 오바마 정부에 보낸 냉철한 의견들은 매번 미국 대중과 정부 모두에게 큰 반향을 얻었다. 그 외 주요 저서로 금융위기를 행동경제학으로 분석한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 부동산 버블과 경제 시스템의 관계를 분석한 『버블 경제학The Subprime Solution』, 투기시장의 가격변동을 수학적, 행동학적 측면에서 분석한 『시장의 변동성Market Volatility』,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의 붕괴 조짐을 정확히 예측한 『이상 과열Irrational exuberance』 등이 있다. 칼 E. 케이스와 개발한 ‘케이스 쉴러 주택가격지수’는 시카고 상품거래소 선물시장의 기본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1980년부터 미 경제분석국 연구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세일러와 행동금융학 워크숍을, 애컬로프와 행동 거시경제학 워크숍을 십여 년간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
○책 속으로
세계 곳곳의 사람들은 여전히 주식시장이나 주택시장이 크게 상승할 것이라고 과신하는데, 이러한 믿음은 불안정을 낳을 수 있다. 이들 시장의 추가적인 가격 상승은 결국 더욱 큰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가격 하락은 개인 파산을 크게 증가시키고, 그것이 또한 금융기관들의 2차적인 연쇄 파산을 초래할 수 있다. 다른 장기적인 영향으로 소비자와 기업의 신뢰 하락, 그리고 아마도 세계적인 불황이 도래할 수도 있다. 이러한 극단적인 결과―1990년 이후 일본의 상황이 크게 확대된―는 필연적이지는 않지만, 널리 인식되는 것보다는 훨씬 더 심각한 위험이다. _9쪽
새천년의 벽두에 미국의 주식시장은 왜 그렇게 높은 수준까지 폭등했을까? 무엇이 변해서 시장이 그렇게 급등했을까? 이러한 변화가 새로운 천년이 시작되는 수십 년 동안의 시장에서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하락의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를 현재 수준으로 높게 유지시키거나 더욱 상승시키는 것은 근본적인 요인이 작동한 탓일까? 아니면, 단지 어떤 이상 과열 때문일까? _15~16쪽
수천만 명의 사람들이 마치 주가가 현재 추세대로 계속 상승하리라 믿으면서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것이 오늘날 투자 문화의 현주소이다. 솔직히 주식시장이 역사상 어느 때보다도 과열되어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결코 주가가 높지 않고 오랫동안 하락할 리도 없는 것처럼 행동한다. 도대체 왜 이렇게 행동하는 것일까? 현상적으로 봤을 때, 그들의 논리는 무임승차자 논리와 유사하다. _18~19쪽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은 주택가격이 계속 상승했다는 인상을 가지고 있을까? 내가 생각하기에는, 사람들은 주택을 상대적으로 자주 구입하지 않기 때문에 오래전 구입 당시의 주택가격을 기억하여 그때(전반적인 소비자물가를 포함하여 가격이 낮았던 때)와 지금의 가격 차이에 놀라는 것 같다. 주식시장에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는데, 그것은 미국에서는 주식가격을 전통적으로 1주당 30달러 정도로 유지하기 위해 기업들이 주기적으로 주식 분할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주식을 대상으로 한 경우에는 주택과 같은 장기적인 비교를 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_64쪽-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우리 시대의 경제적 구루가 진단한 위기 경제론, 불황에서 살아남는 지혜를 들려준다
새로운 밀레니엄의 벽두, 그리고 새로운 세기가 첫걸음을 떼던 2000년 초는 낙관과 희망이 팽배한 시기였다. PC와 인터넷, 통신 기기의 보급으로 촉발된 IT 산업에 대한 대중적 기대는 주식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끌었다. 1994년 초 3,600선에 머물렀던 다우지수는 2000년 초 1만 1,700선을 넘겨 6년 만에 3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에 브라질, 프랑스, 중국, 독일, 영국 등도 주식시장의 실질가치가 2~3배 늘었으며, 한국을 위시한 아시아의 여러 국가들도 다우지수가 1만을 돌파하던 1999년 동안에 놀랄 만한 주가 상승을 보였다.
이처럼 전 세계적인 주식시장의 호황으로 모두가 번영의 꿈에 젖어 있던 그때, 예일 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인 로버트 쉴러는 IT 버블의 형성과 붕괴를 경고하는 저서 『비이성적 과열』(원제: Irrational Exuberance)을 출간했다. 끊임없는 성장 신화에 도취되어 있던 당시 분위기에서 도발적인 제목과 내용으로 꽉 찬 이 책은 소리 소문 없이 녹아버릴 것처럼 보였으나, 책이 출간된 바로 그달부터 실제로 주가가 폭락해 ‘닷컴 버블’이 종말을 고하면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풍부한 자료와 깊이 있는 통찰을 담은 이 책의 성공은 단순한 행운이 아닌, 로버트 쉴러의 학자적인 성실함과 탁월한 역량에 합당한 권리로 비쳐진다. 이를 증명하듯 2005년 개정판에 추가로 수록된 집값 거품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경고는 그 이듬해 서브프라임 사태로 현실화되었다. 닷컴 버블 붕괴에 이어 부동산 버블 붕괴까지 정확히 예견함으로써, 로버트 쉴러는 우리 시대 최고의 ‘위기 예언자’이자 ‘경제학계에서 탄생한 영웅’이라는 명성을 얻게 되었다.
행동경제학의 대부인 저자가 전통 경제학에 사회심리학을 결합시켜 저술한 이 책(개정판)은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의 상승과 하락을 구조적 요인, 문화적 요인, 심리적 요인 측면에서 입체적으로 분석하는 한편, 시장의 버블을 부정하고 과열을 정당화하는 이론과 주장 등도 실증적으로 검토해 비판한다. 아울러 투기적인 불안정성에 항시 노출되어 있는 시장 상황에 대응하는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해준다.
저자가 강조하는 바는, 시장이 새로운 시대에 관한 어떤 진실을 드러낸다고, 다시 말해 진정한 호황기가 왔다고 섣불리 가정하기 전에, 시장 변동의 진정한 결정 요인이 무엇인지, 어떻게 시장 변동이 경제와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핵심적인 결론은 시장 변동의 진정한 결정 요인들 중 많은 부분은 우리 마음속에 있다는 것이다. 두 차례의 커다란 경제 위기를 예견한 뛰어난 지성으로, 우리 시대의 경제적 구루(Guru)로까지 칭송받는 저자의 탁견은 국가적으로든 개인적으로든 불황의 그늘에서 벗어나려 애쓰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위기에 대처하는 지혜를 들려주리라 본다. 이는 다시금 이 책이 세상에 선보이게 된 이유라 할 수 있다.
버블을 촉진하는 구조적 요인
시장의 확대, 친기업적 법안, 통화 정책, 뮤추얼 펀드 성장, 거래량 증가…
시장의 과열에는 여러 구조적인 요인들이 작용한다. 먼저 자본주의 시장의 폭발적 확대를 들 수 있다. 전통적인 공산주의와 사회주의가 몰락하고 노동조합과 협동조합 운동 등이 쇠락한 자리를 거대한 국제 금융시장과 온라인 경매시장이 대체했다. 그 과정에서 병행된 노동시장 개방은 노동의 가치를 하락시키고, 안정적인 자산 확보를 위한 투자처로서 주식시장과 주택시장의 가치를 상승시켰다. 그런 한편, 기업의 경영진과 핵심 노동자들의 노동 가치를 보장하기 위한 스톡옵션은 주가에 대한 병적인 집착을 만들어냈다.
다음으로 물질적 가치의 존중에 따른 보수정당 및 친기업적 법안의 출현을 들 수 있다. 1980년 로널드 레이건의 대통령 당선과 공화당의 상원 장악, 그리고 1994년 공화당의 하원 장악은 자본이득세의 지속적인 하락을 견인했고, 이는 주식시장에 대한 대중적 확신을 강화했다.
주가를 부양하는 통화 정책 또한 외적 조건의 하나로 들 수 있다. 2003년 금리를 1퍼센트까지 인하한 연준의 결정은 주식시장 하락에 대응한 조치였고, 실질금리를 마이너스로 만든 이 공격적인 금리 인하는 2001년 이후 주택시장 호황에 적잖은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 외에도 인터넷 붐과 온라인 거래의 성장, 뮤추얼펀드의 성장, 데이 트레이더 및 24시간 거래에 따른 거래량 증가 등을 들 수 있는데, 이러한 외적 조건들은 시차를 두고 점진적으로 가격 상승에 관여하는 까닭에 시장 변동과의 관계는 분명해 보이지 않으나, 시장의 움직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확실하다.
버블을 촉진하는 문화적 요인, 뉴스 매체와 ‘새로운 시대’ 이론
뉴스 매체는 독자들의 흥미를 끌려는 노력을 통해서 투기적인 시장 변동의 핵심적인 전파자 역할을 담당한다. 그들은 대중이 이미 목격한 가격 변화에 관한 뉴스로 관심을 더욱 자극하려 애쓰고, 따라서 가격의 움직임을 보다 두드러지게 함으로써 사람들의 주의를 집중시킨다. 혹은, 사람들에게 과거에 발생한 사건들이나 다른 사람들이 채택했을 가능성이 높은 거래 전략을 환기시켜주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언론은 때때로 과거의 가격 변화로부터 추가적인 가격 변화로의 피드백을 강화하고, 다른 연속적인 사건들의 발생을 촉진한다.
‘새로운 시대’라는 경제적 사고도 시장의 과열과 관련을 가지는 것으로 보인다. 경험적으로 볼 때, 새로운 시대라는 표현이 쓰이는 것은 시장이 크게 상승하여 사람들이 놀라기 시작한 이후부터이다. 언제나 시장이 새로운 고점에 다다르면, 대중 연설가나 작가나 다른 유명 인사들이 등장해 시장에서 나타나는 명백한 낙관주의에 대해 설명하고, 이는 뉴스 매체를 통해 널리 전파된다. 그들이 퍼뜨리는 새로운 시대라는 사고는 호황이 유지되고 증폭되는 과정의 일부분일 뿐이다. 다시 말해, 새로운 시대 이론은 주로 시장의 호황에 관한 사후적 해석으로서 등장하는 수식어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버블을 촉진하는 심리적 요인. 심리적 앵커, 무리 짓기 행위
시장의 진정한 가치는 이론적으로 규정하기 힘들고, 그것을 대중 입장에서 계산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따라서 대중은 시장의 가치에 대해 판단을 내릴 때 어떤 기준점을 찾게 되는데, 이것을 ‘심리적 앵커’라고 한다. 주식시장에서의 앵커는 바로 전날의 가격, 과거의 가격 추이이다. 때문에 주식시장의 가격 움직임은 보통 전날의 움직임을 따르는 것이다. 또한 사람들은 관심사에 따라 각기 다른 앵커를 사용한다. 이는 인간의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면모를 여실히 보여준다.
무리 짓기의 행위는 이러한 비합리성과 비이성의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유명 연예인이 들렀던 음식점이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한 개인이 다수의 의견을 무비판적으로 따르는 것 등이 무리 짓기 행위에 해당한다. 이 책이 처음 발간되던 2000년 당시, 수많은 미국인들이 주식은 한번 사면 계속 오른다는 집단적인 착각에 빠져들었던 것도 무리 짓기의 한 양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모습은 2007년 미국 서브 프라임 위기 속에서 다시금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막장극을 펼쳐 보인다.
과열을 합리화하려는 시도, 효율적 시장 이론, 잘못된 상식들
시장의 버블을 정당화하는 학자들과 대중적인 저자들의 시도가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효율적 시장 이론을 들 수 있다. 이 이론은 모든 금융 상품의 가격이 공개된 정보를 언제나 정확하게 반영한다고 주장한다. 때때로 가격이 너무 높거나 낮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이러한 현상은 착각일 뿐이라는 것이다. 주가가 예측 불가능한 모습을 보이는 까닭은 주가 변동에 반영되는 새로운 정보가 예측 불가능한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20세기 말의 IT 버블처럼 장기간의 가격 이탈에 대해서 효율적 시장 이론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시장 상황에 맞지 않는 이론이 존재하듯 대중에게도 시장 상황과 맞지 않는 잘못된 상식들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주가가 하락하면 조만간 다시 오른다는 것은 잘못된 상식이다. 주가는 하락할 수 있고 몇 년 동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을 수 있다. 또한 주가는 오랫동안 고평가될 수도 있고 저평가될 수도 있다. 장기적으로 주식이 채권보다 수익이 더 높다는 것도 잘못된 상식이다. 몇 십 년 동안을 두고 길게 살펴보면, 주식이 언제나 채권보다 좋은 실적을 올렸던 것은 아니다. 앞으로 더 좋을 만한 이유도 분명히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의 경우, 부동산 불패 신화도 오늘날의 시장 상황에서 잘못된 상식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비이성적 과열에 대응하기, 포트폴리오, 저축, 통화정책, 여론주도층 역할, 발전적 거래…
시장이 비이성적으로 움직일수록 보다 지혜로운 대응이 필요해진다. 먼저 할 일은 주식 보유를 줄이고 더 나은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이다. 위험 분산은 현대인의 상식이다. 다음으로는 계획을 세워 저축을 늘려야 한다. 개인뿐 아니라, 재단과 대학 등도 주식시장에 투자한 기금의 비율을 줄여야 한다. 한편, 정부의 통화 정책은 버블을 억제하는 방향에서 부드럽게 운용되어야 한다. 여론을 주도하는 지도층의 경우는 시장을 안정시키는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또한 기관들은 장기적인 경제적 안정을 위해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자주 거래할 수 있도록 시장을 넓히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 거래하는 인구가 늘어날수록 서로 보완하는 측면이 강화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개인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위험을 헤지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사회적으로는 퇴직 후의 안정적 생활을 위해 인플레이션에 연동되는 보다 튼튼한 연금제도 등이 마련되어야 한다.
쉴러 교수는 경제의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미국의 주택시장이 버블의 초기단계에 접어들고 있고 주식시장도 과열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따라서 현재에도 이 책이 주는 시사점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또 한 번 버블과 그 붕괴로 인한 경제의 불안정이라는 커다란 경제적 비용을 치르지 않기 위해 우리는 이들 시장의 변화를 주시해야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