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詩를 읽다

시가 막 밀려오는데/ 정현종

금동원(琴東媛) 2018. 7. 25. 09:07

시가 막 밀려오는데

 

정현종

 

 

잠결에

시가 막 밀려오는데도,

세계가 오로지 창(窓)이거나

지구라는 이 알이

알 속에서 부리로 마악 알을 깨고 있거나

시간이 영원히 온통

푸르른 여명의 파동이거나

하여간 그런 시가 밀려오는데도,

무슨 푸르른 공기의 우주

통과하지 못하는 물질이 없는 빛,

그 빛이 만드는 웃고 있는 무한-

아주 눈 속에 들어 있는 그 무한

온몸을 물들이는 그 무한,

하여간 그런 시가 밀려오는데도

나는 일어나 쓰지 않고

잠을 청하였으니......

(쓰지 않으면 없다는 생각도

이제는 없는지)

잠의 품속에서도

알은 부화한다는 것인지)

 

-『광희의 속삭임』,(2008, 문학과지성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