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詩를 읽다
나는 네 모습을 기억한다/ 네루다
금동원(琴東媛)
2018. 9. 24. 23:06
나는 네 모습을 기억한다
파블로 네루다
나는 지난 가을의 네 모습을 기억한다.
너는 회색 베레요 조용한 가슴이었다.
네 눈 속에서 황혼의 불꽃들이 싸우고 있었다.
그리고 나뭇잎은 네 영혼의 물에 떨어졌다.
기어오르는 식물처럼 내 팔을 끼고
이파리들은 느리고 평화로운 네 목소리를 거두었다.
내 갈증이 타고 있는 경외(敬畏)의 모닥불,
감미로운 푸른 히아신스가 내 영혼을 감아 붙였다.
나는 네 눈이 여행하는 걸 느끼고, 가을은 시방 아득하다:
회색베레, 새의 목소리, 내 깊은 그리움이
이주하는 집과 같은 가슴
그리고 내 키스는 떨어진다, 잔화(殘火)처럼 행복하게
배에서 보는 하늘.언덕에서 바라보는 들판:
너를 생각하면 기억나느니 빛과 연기와 고요한 연못!
네 두 눈 너머, 저 멀리, 저녁은 타오르고 있었다.
마른 가을 잎이 네 영혼 속에서 맴돌고 있었다
-『스무편의 사랑의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민음사.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