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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동원 시집 『시 속의 애인』

금동원(琴東媛) 2020. 3. 8. 14:43

 

 

 

시 속의 애인

 

금동원

 

 

애인은

내가 좋아하는 푸른 빛으로

물 속에 잠겨있다

돌연 반사되어

온몸은 파랗게 멍들고

세포 하나하나의 숨구멍은 모두 열려있다

 

도망쳐!

어서 달아나기를

 

사랑은 언제나 그림처럼 액자에 묶여

벽에 걸려있고

사람들은 서성인다, 무언가를 탐문하듯

 

어땠어요?

물 속의 애인에게 묻는다

 

봄은 돌아오고 또 돌아간다

비는 내리고 또 멈춘다

문득 물 속에 잠겨 점점 짙어지는

푸른 빛의 애인을 향해 손짓한다

 

우리는 갇혔어요

삶과 죽음 사이에

시와 시인 사이에

치마와 바지 사이에

과거와 미래 사이에

마지막까지 물 속에 있다

시 속의 애인이여

 

-시집 『시 속의 애인』, (서정시학,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