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詩

생의 집 청소/ 금동원

금동원(琴東媛) 2022. 9. 20. 00:49

생의 집 청소

 

금동원

 

봄꽃도 앞다퉈 피다가 말고

아차,

이건 너무 복잡한 화려함이야

고요하게 낙화한다

 

인연이라 여기며

붉은 색실로 엮어왔던 사랑도

그렇지,

이건 너무 복잡한 사연들이야.

엉켜버린 시간을 한 올씩 풀어가며

고요하게 흘러간다.

 

갈망했던 욕망의 자리는

담백하고

간결하게

투명하고

홀가분하게

마음에 쏙 드는 미니멀리즘*이 되어

깃털처럼 날아오른다

 

생의 집 청소하는 날

애썼어, 

아득하게 돌아가야 할 길

마음은 개운하고 정갈하다

 

*미니멀리즘: 장식적인 요소를 일체 배제하고 표현을 아주 적게 하는 문화 예술 기법

 

-《문예운동》, (2022 가을호 통권 15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