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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산책

바둑은 내 존재 자체다.

금동원(琴東媛) 2016. 3. 15. 08:46

 

  이세돌 바둑은 늘 격렬" 이긴 날도 이상하면 밤새워 복기

  -승부사 이세돌 '바둑 인생'어린 세돌, 개성 넘치고 자유분방 ,스승 집서 몰래 술 훔쳐 먹기도 12세 프로입단 뒤 실어증 걸려

 

  중앙일보 | 정아람 |입력 2016.03.15. 02:31                        

 

 

  바둑은 내 존재 자체다. 바둑으로 내 존재를 증명할 수 있어서 많이 행복했다.”(지난해 9월 중앙일보 인터뷰) 전남 목포에서 배로 두 시간 떨어진 신안 비금도. 이세돌(33) 9단은 비금도의 너른 바닷가를 뛰놀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이 9단은 애기가인 아버지 덕분에 바둑을 알게 됐다. 아마 5단의 실력자였던 아버지는 5남매에게 모두 바둑을 가르쳤다. 5남매 가운데 이상훈(프로 9단), 이세나(월간바둑 편집장), 이세돌 9단이 기재를 보였다.
 

떠난 건 순전히 바둑 때문이었다. 1991년 이 9단은 제12회 해태배 전국어린이바둑왕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8세 소년이 전국 어린이 대회에서 우승한 건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당시 대회에 참관했던 권갑용 8단이 이 9단을 서울로 데려왔다.

1995년 신안 비금도 고향집에서 찍은 이 9단의 가족 사진. 왼쪽부터 둘째 누나 이세나, 이세돌, 어머니 박양례, 아버지 고 이수오, 작은형 이차돌, 큰형 이상훈. 첫째 누나 이상희는 함께 찍지못했다. [사진 한국기원]

 

  1995년 신안 비금도 고향집에서 찍은 이 9단의 가족 사진. 왼쪽부터 둘째 누나 이세나, 이세돌, 어머니 박양례, 아버지 고 이수오, 작은형 이차돌, 큰형 이상훈. 첫째 누나 이상희는 함께 찍지못했다. [사진 한국기원]

 

 

1991년 한·중·일 국가 교류전에 참가한 8세 이세돌

  권갑용 도장에서 이 9단은 특출 난 존재였다. 기재뿐 아니라 성격도 남달랐다. 개성 넘치고 자유분방했다. 어린 세돌이 스승의 집에서 선배와 함께 몰래 술을 훔쳐먹다 걸린 건 바둑계 유명한 일화다. 권갑용 8단은 어린 세돌의 말썽을 알면서도 짐짓 모른 척할 때가 많았다. 권 8단은 “세돌이는 어려서부터 유달리 천재적인 승부 호흡을 보여줬다. 특히 상대와 부딪칠 때 물러서지 않고 격렬히 싸우는 게 세돌이의 특기이자 장점이었다”고 돌아봤다.

 

  1995년 12세의 세돌은 프로 입단에 성공한다. 조훈현(9세), 이창호(11세)에 이어 세 번째 최연소 기록이었다. 하지만 소년의 서울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입단한 뒤 이 9단은 심한 스트레스로 실어증에 걸렸다. 기관지에 염증도 생겼다.

 

   이세돌은 아무것도 몰랐다. 부모님은 신안에 계셨고 서울에서 보호자 역할을 했던 형 이상훈 9단마저 입대한 상태였다. 치료 시기를 놓쳤고 기관지 신경은 마비됐다. 한 번 변한 목소리는 되돌아오지 않았다. 지금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갈라지는 목소리가 그렇게 생겼다.

  천진난만하던 소년이 승부사로 거듭난 건 15세, 부친상을 당하고다. 김성룡 9단은 “이 9단의 어렸을 때 성격은 지금과 많이 다르다. 바둑도 지금처럼 강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독하고 강해졌다”고 말했다. 이후 이 9단은 국내외 대회를 휩쓸며 이창호 9단의 뒤를 잇는 1인자가 된다.

 

   하지만 바둑대회 시상식장에 돌연 불참하고 별안간 휴직 선언을 하는 등 돌출 행동을 이어갔다. “자신이 없어요, 질 자신이…” “대충 뒀는데 이겼네요” 등 ‘이세돌 어록’을 낳으며 화제를 몰고 다니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늘 바둑으로 자신을 증명했다. 매번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치열한 바둑을 뒀다. 안전한 길을 택하는 대신 위태로운 수로 상대를 흔들었다. 바둑이 끝나면 늘 자신이 납득할 때까지 파고들었다. 김지명 바둑TV 캐스터는 “새벽 2시까지 같이 술을 마셨는데 술자리가 끝난 후 자기가 이긴 대국이었는데도 이상한 수가 있다며 끝까지 혼자 복기하는 모습을 본 적 있다”고 회상했다.

 

  물론 슬럼프도 있었다. 2013년 즈음이었다. 이 9단은 지난해 9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딸의 유학을 위해 아내와 딸이 캐나다로 떠나면서 기러기 아빠가 됐고 최대 슬럼프가 왔다”고 했다(올해로 결혼 10주년인 그는 열 살 딸밖에 모르는 ‘딸바보’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그에게 위기는 또 다른 기회였다. “이세돌의 시대가 갔다”는 많은 이의 예상을 깨고 다시 승부사로 우뚝 섰다.

 

 

 ▶관련기사
  ① 이세돌, 모두 끝났다고 했을 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② 인간만이 펼칠 수 있는 창의력 세계 보여준 승부”
  ③ “불리한 흑 택한 세돌, 본인이 판 짜겠다는 강력한 의지 표명”
  이번 대결에서 그는 ‘프로기사 이세돌’이 아닌 ‘인간 이세돌’의 매력을 여실히 보여줬다. 알파고에 내리 세 번을 진 뒤 “인간이 진 것이 아니라 이세돌이 진 것”이라고 했다. 세간에는 정보의 비대칭성 논란이 나왔지만 역시 “그건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 사실상 최종 승자가 결정된 후에도 혼신의 힘을 다했고 5국에서는 불리할 줄 알면서도 “흑을 잡고 알파고를 이겨보고 싶다”고 밝혔다. 단지 기계와의 대결에서 극적인 승부를 일궜다는 점뿐 아니라 깨끗하게 패배를 받아들이며 도전하는 그의 모습에 대중이 열광하고 있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이세돌 9단=1983년 신안 출생. 95년 입단. 조남철-김인-조훈현-이창호를 이어 국내 바둑 1인자의 계보를 잇고 있다. 연간 상금 역대 1위(2014년 14억 1000만원), 타이틀 획득 47회(국내 29회, 세계 18회). 현재 한국 랭킹 2위(1위는 박정환 9단).

 

 ■이세돌 어록

 

 

 Q: 다음 상대는 조한승 6단인데 어떤 결과를 예상하나?

"화려한 바둑으로 KO시키겠다."

 

 

Q: 세계정상급 기사라면 이창호, 조훈현, 마샤오춘 9단이 있는데, 실력을 생각할 때 좋아하는, 존경하는 기사는 누군가?

"다 좋은 기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누구도 존경하지는 않는다. 아, 좋은 기사에서 마샤오춘 9단은 빼주세요."

 

 

Q: 중국 기보를 연구해 본적이 있는가?

"중국 기사들이 세계대회에서 성적을 내지 못해 그들의 기보를 본 적은 없다."

 

 

Q: 오청원의 바둑은?

"공부해보지 않아서 모르겠다."

 

 

Q: 차세대 중국의 유망한 기사는?

"이름도 잘 모르는데 그들의 바둑 실력을 어이 아나?"

 

 

Q: 중국 음식은 잘 맞나?

"너무 기름져서 입에 안 맞다."

 

 

Q: 한국에선 안티 이세돌 사이트도 생겼다던데?

"나를 좋아하는 팬들에게도 신경을 못 쓰는데 그들에겐 당연히 신경 끈다."

 

 

Q: 어떤 각오로 대국을 시작하는지?

"무조건 이긴다고 생각하지요."

 

"아, 싸울만 해서 싸워요. 수가 보이는데 어쩌란 말이에요."

 

"불리하다보니 이기자는 생각없이 대충 뒀는데 이겼네요."

- 구리 九단에게 대역전승을 거둔 직후의 인터뷰

 

"나도 여자 친구가 없는 걸 보면 인기가 없나봐요. 큰일이에요."

 

"비금도(이세돌의 고향) 인구 수 몰라요. 내가 뭐 면장도 아니고."

 

"중국에서 열리는 대회인데 내가 우승해서 미안합니다."

 

 

Q: 이창호 9단이 끝내기가 완벽해서 신산(神算)이라고 불렸는데 요즘은 박영훈 9단의 끝내기가 최고라 소신산(小神算) 이라고 불립니다. 이세돌 9단이 생각하기에 누구의 끝내기가 더 뛰어납니까?

A: "저는 끝내기에서 한 번도 진 적이 없습니다."

 

 

Q: 이창호 9단과 계속해서 1위 경쟁을 벌이고 있다. 본인은 이창호 9단을 뛰어넘었다고 생각하는가.

A: “실력으로는 차이가 많이 나지만 내가 요즘 기세가 좋아서 대등해 보이는 것이다. 앞으로는 좀더 노력해 진짜 대등한 승부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

 

-2007년 8월21일, 제3기 한국물가정보배 우승을 결정짓던 날 인터뷰

"히카루의 바둑에 나오는 그 바둑 귀신이요? 에이, 그거 별 거 아니더라구요. 그 때는 초읽기도 없었는데, 얼마든지 이길 수 있어요."

 

"자신이 없어요. 질 자신이요."

 

“제자라뇨? 같은 프로끼리. 아주 관심이 가는 어린 후배죠.”

“신진서는 나와 비슷한 면이 있어서 먼저 관심이 갔다. 그러나 아직 연이 닿지 않았다. 그런데 민준이는 프로에 입단하기 전에 가끔 봤고 바둑을 한판 둬 본 적도 있었는데 나랑 스타일이 정반대였다. 어린 나이에도 침착하고 끈기 있는 바둑을 뒀는데 정반대 스타일이어서 오히려 관심이 갔다. 한번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신민준 2단을 내제자로 키우던 시절에 한 인터뷰. 기사 정말 혹독하게 가르쳤는지 신민준 2단 기풍이 바뀌고야 말았다.(...)

 

 

 

 

◇ 김현정: 그 얘기예요. 바둑이 이세돌 9단에게는 뭡니까?

◆ 이세돌: 바둑은 제 인생에 대부분이 될 수도 있고요.

◇ 김현정: 그럼 바둑 아닌 다른 건 뭡니까? 이세돌 9단한테, 도전해 보고 싶은 것.

◆ 이세돌: 글쎄요.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아직 결정한 바는 없고요. 어쨌든 바둑을 둬봤으니까 승부수를 한 번 날려보겠죠, 다른 분야에서도. 웃음.  (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인터뷰)

 

 

-출처:꽃보다 답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