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원 시인의 TISTORY

이 곳은 시인의 집! 문학과 예술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듣고 말합니다

금동원의 우연의 그림 앞에서

분류 전체보기 1829

고요한 읽기/ 이승우

《고요한 읽기》-이승우/ 문학동네   “그때 우리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 바로 ‘흩어져 있는 것을 한데 모으기’,즉 생각하기다.”고요한 몰두를 통해 얻어낸 소설가 이승우의 생각들작가 인생 43년, 소설쓰기로 인생에 복무하는 작가 이승우. 그의 작품세계를 대표하는 두 개의 기둥인 ‘종교적 실존’과 ‘문학적 실존’ 위에 지은 집 같은 산문집을 펴낸다. 『고요한 읽기』는 작가가 제안하는 하나의 읽기 방식이자, 그 방식이 불러일으킨 생각을 정리한 문학에세이, 그간의 소설 작업에 대해 스스로 붙인 “주관적 주해” 혹은 창작론, ‘쓰기-읽기-살기’가 빚은 한 작가의 초상이라 할 수 있는 책이다. 왜 쓰는가, 어떻게 문학을 할 것인가에 대해 구도자처럼 몰두해온 그가 선택했던 이 방식은, 다만 문학작품에 국한되는 것은 ..

책 이야기 2024.10.09

조승래 시인의 시통공간(詩通空間).176 - 금동원

조승래 시인의 시통공간(詩通空間).176 - 금동원기자명 뉴스경남  입력 2024.09.12 11:17 수정 2024.09.12 15:30 댓글 0  임플란트 금 동 원   어른이 된다는 것은스무 개의 유치를 버리고 서른두 개의 성숙을가능한 잘 보존하는 의무도 있다영구치 스물여덟 개 사랑니 네 개를죽는 날까지 모두 간직하는 건욕심을 넘어 탐욕이다쉽지 않은 방어벽을 구축하며 버텨보지만뾰족한 혹은 허술한 그 어디쯤비참하게 텅 빈 구멍들잇몸에서 떨어져 나간 시어 조각들 사이로진실이라 믿었던 위선의 시 쿠데타영원할 거라 믿었던 물질의 덩어리욕망의 사치스러운 배열더 견고해질 희망으로 존재의 문장을 세운다하나둘 늘어가는 작품들희소가치가 있게 소수만 소장하고 싶다더는 새로운 공간을 제공할 수 없다예술이라는 흔적이너무..

나의 소식 2024.09.25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삼다일보 승인 2024.08.20 18:14  금동원 시인    올해 한여름 날씨가 심상치 않다. 이런 무더위는 난생처음 느껴보는 듯 살인적이다. 장마가 끝난 후 찾아드는 후덥지근하고 찌는 듯한 무더위는 늘 속수무책이다. 그러나 올해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기후 온난화로 인한 자연 생태계의 환경 변화가 불길한 예언처럼 적중해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실제 아열대 기후로 점점 바뀌어 가고 있는 게 아닌가 우려의 마음이 들기도 한다.‘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이 있다. 불가항력으로 어쩌지 못할 때 주어진 상황을 차라리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라는 뜻이 숨어있다. 어떤 위험성을 내포한 난감한 문제나 재해와 맞닥뜨렸을 때는 당연히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보는 게 지혜로울 수 있는 예외도 있..

나의 산문 2024.08.20

2024 무크지《상상탐구 》10호

아버지 외 1편   금동원  당신도 한때는 푸른 남자였습니다눈빛은 뜨겁고 입매는 담백했던가슴 깊숙이 품었던 연정만큼 모든 것을 꿈꾸었고그때는 그거면 다 품은 거라 믿었던 시절청춘도 사랑도 떠나고 남은 건 역겨운 세월뿐희미한 미소에 감춰 둔 회한이미 사라지고 없는 하얀 기억들그래도 후회는 마십시오아쉬움과 연민으로 동정받지 마십시오당당한 눈빛과 연둣빛 목소리에서아름다운 한 남자의 푸른 일생을 기억합니다결코, 잊을 수 없는 남자아버지, 사랑합니다   시아버지의 제사  오늘은 시아버지가 오시는 날이다아버님 오셨습니까아버님 돌아가신 날은 짙푸른 가을이었습니다어찌나 하늘은 푸르고 바람은 달던지햇살은 무르익어 향기롭고온 세상이 적당히 풍요롭고 평화로웠지요가끔 높고 파란 가을하늘을 보면짙은 그리움 한 조각 구름 되어 ..

나의 소식 2024.08.03

비문증飛蚊症/ 금동원

비문증飛蚊症 금동원  나이가 든다는 것은봄날의 화사한 꽃나무 사이로꽃잎 흩날리듯마음의 창에 떠다니는 구름 한 조각 희망으로 얹혀놓는 일 배추흰나비 한 마리봄바람 꽃밭 속을 제 마음대로 날아다니며앉을 곳 찾아 떠다니고 팔랑거릴 때눈앞은 늘 그리움으로 아득해진다 어느덧 자유로워진 영혼은흐려진 안목과 치우친 균형 사이를 어른거리며 쏘다닌다불쑥 번개 같고 가끔 문학적이다불편하지만 함께 가야 할 시우다  -《계간문예》, (2024,여름호 , 통권76호)

나의 詩 2024.08.03

그리움이란 말 너무 흔해서/ 금동원

그리움이란 말 너무 흔해서   금동원  그리움이란 말 너무 흔해서그립고 그리워도 그리워서, 라고는 못쓴다꽃잎 빛깔 생생하게 꽃비로 내려 황홀하게 쌓여가는 동안에도공중의 순간을 향해 ‘보고있어도 그리워’라고 말하는 순간‘너무 상투적이야’ 추억은 땅을 향해 곤두박질친다‘사랑해요’가 사랑이 되는 순간혼탁한 빛으로 탈색되어 사라지듯‘그리워요’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휘발되고 남는 것은 미세한 시적 언어그리움이라는 시어의 비말뿐이다  -《지구문학》,(2024년 여름호, 통권 제106호)

나의 詩 2024.07.06

공중의 섬/ 금동원

공중의 섬   금동원   순항고도 10000피트 이상평균 시속  900km 정도외부 온도 영하 40도가 넘는 공중의 섬에는하늘을 뚫고 빛이 알을 낳는 동안사람들이 함께 산다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게임과 영화를 보고책을 읽고 쇼핑도 하고 놀다 지치면 이별과 추억과 사랑의 꿈을 꾸며 잠이 든다평생 같은 열다섯 시간압축된 필름함축적인 인생사 격리된 삶의 은유스스로 들어와 살지만타의에 의하지 않고는 결코 나갈 수 없는공중의 섬뜬구름 같은 이 섬에도 희로애락의 도가 있다  -《펜문학》, (2024 5,6월호, 통권179호)

나의 詩 2024.07.06

베트남 쌈을 먹으며/ 금동원

베트남 쌈을 먹으며   금동원  알록달록 예쁘고 맛있는 시가 그리운 날다양하게 차려진 시 재료 앞에서이런 시를 쓰기도 합니다하얀 접시에 무지갯빛으로 켜켜이 신선한 시어를 담으면 한 마리 공작새가 날개를 펼친 듯 화려해지는 베트남 쌈  뜨거운 물 속에 얇은 라이스페이퍼를 담그면시가 적당하게 녹아 흐물거리죠무엇을 섞어 나의 맛을 만들까채소만 담기도 하고고기나 새우를 섞어 돌돌 말기도 하고보지기처럼 묶어서 먹기도 합니다. 고소한 땅콩 소스를 좋아하지만생선 액젓 소스로 찍어 먹기도 해요퇴고의 고민과 갈등을 거치면가장 맛있고 풍부한 시의 쌈이 만들어지고다음 쌈은 더욱 풍성하고 흥겨울 수 있도록 오물거리며이렇게 시를 쓰는 날도 있습니다 -《여성문학》,( 2024년 6월, 통권 제2호)

나의 소식 2024.07.06

허송세월/ 김훈

《허송세월》-김훈/ 나남  ◎책 속으로 나는 오후에 두어 시간쯤 햇볕을 쪼이면서 늘그막의 세월을 보낸다. 해는 내 노년의 상대다. 젊었을 때 나는 몸에 햇볕이 닿아도 이것이 무슨 일인지 알지 못했고, 나와 해 사이의 공간을 들여다보지 못했다. 지나간 시간의 햇볕은 돌이킬 수 없고 내일의 햇볕은 당길 수 없으니 지금의 햇볕을 쪼일 수밖에 없는데, 햇볕에는 지나감도 없고 다가옴도 없어서 햇볕은 늘 지금 내가 있는 자리에 온다. 햇볕은 신생新生하는 현재의 빛이고 지금 이 자리의 볕이다. 혀가 빠지게 일했던 세월도 돌이켜보면 헛되어 보이는데, 햇볕을 쪼이면서 허송세월할 때 내 몸과 마음은 빛과 볕으로 가득 찬다. 나는 허송세월로 바쁘다.--- p.43 「허송세월」중에서 말은 고해를 건너가는 징검다리가 아니다. ..

책 이야기 2024.07.06

좋은 추억만 가지고 가세

좋은 추억만 가지고 가세 뉴제주일보 승인 2024.06.11 17:37  금동원 시인   얼마 전에 평소에 존경하던 선생님이 돌아가셨다. 큰아이의 주례를 해주신 분이시라 더욱 마음에 가족 같은 각별함이 있는 사이였다. 오래전부터 지병을 앓고 계셨지만, 가끔 얼굴을 뵐 기회가 있을 때면 늘 건강하고 온화한 모습으로 환하게 웃으시곤 했다. 급작스레 나빠진 건강으로 결국 입원을 하시게 되었고 면회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자녀에게서 연락이 왔다. 아버님이 얼굴을 한번 보고 싶어 하신다는 것이었다, 안타까움과 반가운 마음으로 면회를 하였다. 많이 수척해지신 모습이지만 우리 부부를 맞이해주시는 특유의 온화한 미소와 의연한 모습은 여유가 있는 그대로셨다. 애틋하고 안쓰러운 마음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가득 차올랐다...

나의 산문 2024.06.12

사유의 방

[글감이 있는 그 곳] 사유의 방  금동원   아주 어린 시절의 이미지 하나가 떠오른다. 여름방학이 시작되면 우리 사 남매는 무조건 시골 외갓집으로 향했다. 아들 없는 딸부잣집 막내딸이었던 엄마의 친정 부모님에 대한 효도법이었다. 시끌벅적하고 신나는 꿈같은 며칠을 보내고 나면 허전하고 섭섭해하실 외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위해 볼모처럼 나는 며칠을 더 지내다 오곤 했다. 울적한 마음에 시골집 뒤 툇마루에 홀로 앉아 석양을 바라보곤 했다. 나와 황금빛 노을, 둘만이 마주 바라보고 느꼈던 고요한 명상의 시간. 지금에 와서 헤아려보면 어린 마음에도 그 순간은 설명할 수 없는 뭉클한 감동으로 마음이 차분해지는 열린 사유의 공간이자 위로의 시간이었던 것 같다. 글을 쓰는 작가에게는 대부분 좋아하는 자신만의 특별한 장소..

나의 소식 2024.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