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원 시인의 TISTORY

이 곳은 시인의 집! 문학과 예술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듣고 말합니다

금동원의 우연의 그림 앞에서

말테의 수기 9

내 본질의 어두운 시간을 나는 사랑합니다

내 본질의 어두운 시간을 나는 사랑합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김재혁 옮김 내 본질의 어두운 시간을 나는 사랑합니다, 이 시간이면 나의 감각은 깊어지니까요, 마치 오래된 편지에서 느끼는 것처럼 이때 나는 지나온 나날의 삶의 모습을 저만치 전설처럼 아득하게 바라봅니다. 어두운 시간은 내게 알려줍니다, 또 다른 삶에 이르는 시간을 넘어선 드넓은 공간이 내게 있음을. 그리고 어쩌다 나는 한 그루 나무와 같습니다, 묘지 위에 자라나 바람결에 가지를 흔들며 죽어간 소년이 슬픔과 노래 속에서 잃었던 (그의 주변에는 따스한 나무 뿌리가 얽혀 있습니다) 그 꿈을 이루어 주는 그 나무와 같습니다. -『기도시집 Das Stunden-Buch』- 제 1부 수도사 생활의 서」 에서 -《소유하지 않는 사랑》,(2003, 고려대학..

소유하지 않는 사랑/ 릴케

『소유하지 않는 사랑』- 릴케의 가장 아름다운 시 라이너 마리아 릴케 /김재혁 역 | 고려대학교출판부 삶과 위대한 작업 사이에는 해묵은 적대감이 자리잡는다. 여인을 사랑하지만, 그러나 예술을 위해서는 고독이 필요하다. 서로간에 얽매거나 얽매이지 않을 때만이 영혼의 교접이 가능하다. 장미 가사에 찔려 죽은 시인 릴케는 늘 이런 모순과 방황 속에서 살았다. 완성을 향해 불안스레 헤매는 시인에게 말은 본래의 존재를 넘어서게 하는 마법적인 소환이며 문학은 인간을 위한 지속적인 구원의 가능성이다. 인생은 꽃핌이며 죽음은 열매다. 죽음은 생과 대립되는 것이 아닌, 생의 궁극적인 완성이다. 그는 외친다. 대지여 보이지 않음이여 변용이 아니라면 무엇이 너의 절박한 사명이랴 ○ 시집 속으로 사랑은 네게로 어떻게 왔는가 ..

詩 이모저모 2019.05.28

두이노이 비가-제10비가

두이노의 비가 -제 10 비가 R.M.릴케 나 언젠가 이 무서운 인식의 끝에 서서 화답하는 천사들을 향해 환호와 찬미의 노래 크게 부르게 되기를. 맑게 내려친 심장의 망치가 연약한 현, 주저하는 현 혹은 에는 듯한 현에 닿아도 그 울림소리 흩어지지 않기를, 쏟아지는 눈물이 내 얼굴을 더욱 빛나게 하기를, 남모르는 울음이 꽃으로 피어나기를, 오, 밤이여, 비애의 밤들이여, 그때에는 너희들이 얼마나 나에게 정겨운 것이 되랴. 슬픔의 자매들이여, 너희들 앞에 더 낮게 무릎을 꿇어 받아들이고, 풀어 헤친 너희들 머리칼 속에서 나를 더 풀어 몸 바쳐야 했었건만. 우리들, 고통의 낭비자들이여. 슬픔이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우리는 행여 끝나지 않을까 기대하며 산다. 그러나 고통은 고통은 우리의 겨울 나뭇잎, 우리의 짙..

릴케의 시를 읽다

정적 내가 손을 듭니다. 임이시여- 나의 소리를 들으십니까...... 고독한 사람의 어느 몸짓인들 그 많은 사물들이 듣지 않겠습니까? 임이시여, 내가 눈을 감습니다. 당신에게 이르는 그 소리를 들으십니까. 다시 뜨는 그 소리가 들리십니까...... 그런데 당신은 왜 보이지 않습니까. 가장 나직한 내 움직임의 자국이 비단 같은 정적 속에서 새겨졌습니다. 먼 곳의 팽팽한 커튼에 분명하게 조그만 흔들림이 자리를 남기고 있습니다. 나의 호흡을 따라 떴다가 가라앉는 별들의 무리. 나의 입술엔 향기가 젖어 들며, 멀리에 있는 천사의 손길이 느껴집니다. 다만 내가 생각하고 있는 당신만이 나에겐 보이지 않습니다. -『형상시집』 P108 진보 이제 더 넓은 해안을 걸어가듯다시금 내 깊은 생명이 요동한다.사물들이 차차 다..

『릴케 시 여행』-정현종

정현종 시인의 사유 깃든 『 릴케 시 여행』 R.M.릴케 /정현종 옮김 | 문학판 릴케의 시를 우리말로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그의 시뿐 아니라 그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통찰한 사람의 번역본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 시 내면의 깊숙한 교감과 시 바깥의 무한한 자유로움, 시 고유의 섬세한 리듬을 아는 번역가 정현종 시인은 『정현종 시인의 사유 깃든 릴케 시 여행』에서 원작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번역과 함께 시론에 가까운 자신만의 깊이 있는 해설과 감상을 쉽고 단정한 문장으로 붙여 이제까지 어렵게만 느꼈던 시인의 시를 독자가 보다 친밀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기도하는 시간을 위한 책 나는 세상에서 무척 외롭지만, 매 순간을 신성하게 할 만큼 외롭지는 않습니다. 나는 세상에서 너무 작지만 영리하고 드러나지 ..

詩 이모저모 2018.02.10

윤동주와 백석이 동시에 사랑한 시인

○윤동주와 백석이 동시에 사랑한 시인 릴케(Rainer Maria Rilke) 오스트리아의 시인이자 작가이다. 우리나라 시인들이 가장 좋아하고, 또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시집은 무엇일까요? 지난 2012년 한 문학잡지에서 시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1위는 백석의 시집 《사슴》이었습니다. 백석은 스물다섯 살이던 1936년 1월에 시집 《사슴》을 100부 한정판으로 발간했습니다. 워낙 적은 부수라 당시에도 희귀본이었는데, 신경림 시인은 대학시절 청계천의 고서점에서 백석의 이 시집을 발견했을 때 느낀 환희를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나는 아직도 《사슴》을 처음 읽던 흥분을 잊지 못하고 있다. 실린 시는 40편이 못되었지만 그 감동은 열 권의 장편소설을 읽은 것보다도 더 컸다는 느낌이다. ..

詩 이모저모 2017.06.06

정현종 시인의 사유 깃든『 릴케 시 여행 』

정현종 시인의 사유 깃든 『 릴케 시 여행』 -R.M.릴케 /정현종 옮김 | 문학판 릴케의 시를 우리말로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그의 시뿐 아니라 그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통찰한 사람의 번역본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 시 내면의 깊숙한 교감과 시 바깥의 무한한 자유로움, 시 고유의 섬세한 리듬을 아는 번역가 정현종 시인은 『정현종 시인의 사유 깃든 릴케 시 여행』에서 원작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번역과 함께 시론에 가까운 자신만의 깊이 있는 해설과 감상을 쉽고 단정한 문장으로 붙여 이제까지 어렵게만 느꼈던 세 시인의 시를 독자가 보다 친밀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기도하는 시간을 위한 책-7 나는 세상에서 무척 외롭지만, 매 순간을 신성하게 할 만큼 외롭지는 않습니다. 나는 세상에서 너무 작지만 영리하고 ..

책 이야기 2016.12.10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고독으로부터 찾는 해답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저/김재혁 역 | 고려대학교출판부 2천 편이 넘는 시작품과 많은 수의 산문을 쓴 릴케는 또한 유럽 서간문의 역사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양의 편지를 남겨 놓았으며, 지금까지 7천 통이 책의 형태로 출간되기도 했다. 1902년 스무 살이 채 되지 않은 한 시인 지망생이 자신의 습작시들과 함께 속내를 털어놓는 한 통의 편지를 28세의 시인 릴케에게 보낸다. 그렇게 해서 시작된 두 사람 간의 편지는 1908년까지 지속되었다. 이 편지들에서 드러나는 릴케는 한 선배 시인으로서의 조언자이지만 또한 자신의 문학, 시에 대하여 진솔하게 고백하는 친구이기도 하다.‘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이 편지의 진정성은 교훈적인 가르침과 더불..

책 이야기 2016.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