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원 시인의 TISTORY

이 곳은 시인의 집! 문학과 예술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듣고 말합니다

금동원의 우연의 그림 앞에서

계간문예작가회 3

2024 무크지《상상탐구 》10호

아버지 외 1편   금동원  당신도 한때는 푸른 남자였습니다눈빛은 뜨겁고 입매는 담백했던가슴 깊숙이 품었던 연정만큼 모든 것을 꿈꾸었고그때는 그거면 다 품은 거라 믿었던 시절청춘도 사랑도 떠나고 남은 건 역겨운 세월뿐희미한 미소에 감춰 둔 회한이미 사라지고 없는 하얀 기억들그래도 후회는 마십시오아쉬움과 연민으로 동정받지 마십시오당당한 눈빛과 연둣빛 목소리에서아름다운 한 남자의 푸른 일생을 기억합니다결코, 잊을 수 없는 남자아버지, 사랑합니다   시아버지의 제사  오늘은 시아버지가 오시는 날이다아버님 오셨습니까아버님 돌아가신 날은 짙푸른 가을이었습니다어찌나 하늘은 푸르고 바람은 달던지햇살은 무르익어 향기롭고온 세상이 적당히 풍요롭고 평화로웠지요가끔 높고 파란 가을하늘을 보면짙은 그리움 한 조각 구름 되어 ..

나의 소식 2024.08.03

2023 무크지《상상탐구》9호

아픈 손가락 금동원 거짓과 진실은 떳떳한 손의 앞뒤를 닮아 손등은 찬사와 미화된 감동으로 매끈하지만 손바닥은 미세하게 긁힌 상채기로 움켜쥔 주먹을 만들기도 한다 ‘알아요. 사실을’ 머리로 이해하는 이성적 끄덕임은 거짓일까? ‘내가 다 알아요’ 가슴에 얹힌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작은 진실은 슬픈 노래야 머리에서 가슴까지 거리는 거짓에서 진실까지의 거리와 닮았다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심장이 만나 다짐하고 다듬고 버티고 버텨 찢기고 피 흘렸던 아물린 푸른 빛의 흉터는 사라지지 않을 아픈 손가락이다 결이 다른 나무 마주하다 보니 알겠다 헤겔의 변증법적 대화로도 결이 너무 다른 나무는 각자의 삶 속에서 자신만의 진리와 열망을 서로에게 담을 수 없다는 걸 오랜 파도의 일렁임은 이제 고요함으로 차분해져 악몽에서 깨어난..

나의 소식 2023.07.16

2017 무크지 <상상탐구> 3호

눈시리게 투명한 날, 그런 날 외 1편 금동원 벗꽃이 지고 있다 바람 한 점 없는 어느 봄 날 눈 시리게 투명한 날, 그런 날 요양원에 계시는 시어머니는 어린 계집아이처럼 점점 천진해지고 통통하게 살이 오른 복사빛 볼 회춘의 자리 짓물러 얼룩진 눅진한 생명의 자리 벗꽃도 지다가 다시 피어나는 자리 시간도 흐르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서 있다 생로병사의 뜻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아 자연을 거스르지는 말자고 결심해보지만 지는 꽃을 다시 피울 수만 있다면 보고픈 얼굴 한 번만 더 볼 수 있다면... 낙화의 아련하고 슬픈 고요를 점점 멀어져가는 목숨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다 벗꽃이 지고 있다 하얀 무덤 같은 어느 봄 밤 꽃잎 다 사라지면 연한 초록 잎 다시 돋아날까 - 2017 무크지『상상탐구』제3호, (20..

나의 소식 2017.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