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원 시인의 TISTORY

이 곳은 시인의 집! 문학과 예술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듣고 말합니다

금동원의 우연의 그림 앞에서

나의 詩 106

간헐적 단식 외 1편 / 금동원

간헐적 단식  금동원   열여섯 시간 이상 위를 비우기도 하고 하루 이틀 온전히 굶기도 하고그건 개인의 지유다스스로 비우고 채우는 무게의 양만 깨달을 수 있다면채울 때의 포만감과 건강한 식욕이충만한 기쁨으로 다스려질 때채움은 비움을 올바르게 실천하는 것이다.필요한 만큼만 누리는 무소유 자족의 진리를 몸소 체험하고 즐기는 가벼움은 새로운 삶의 지향점이다비우기의 터득에는 시간과 인내가 팔요하다점점 가벼워져 갈 때채우고 싶은 배고픔의 욕망비우고 기다리고 채우고채우고 기다리고 비우는순정한 몸의 길을 따라 쓰는 시 간헐적 단식의 리듬시가 건강해지고 가벼워지고기초대사량은 높아지고 에너지 대사는 좋아지는비우고 채우는 단순한 기다림에서백세 시대의 건강법을 배운다  백내장  오랜만에 유리창 청소를 한다비가 오는 날이 창..

나의 詩 2024.11.13

비문증飛蚊症/ 금동원

비문증飛蚊症 금동원  나이가 든다는 것은봄날의 화사한 꽃나무 사이로꽃잎 흩날리듯마음의 창에 떠다니는 구름 한 조각 희망으로 얹혀놓는 일 배추흰나비 한 마리봄바람 꽃밭 속을 제 마음대로 날아다니며앉을 곳 찾아 떠다니고 팔랑거릴 때눈앞은 늘 그리움으로 아득해진다 어느덧 자유로워진 영혼은흐려진 안목과 치우친 균형 사이를 어른거리며 쏘다닌다불쑥 번개 같고 가끔 문학적이다불편하지만 함께 가야 할 시우다  -《계간문예》, (2024,여름호 , 통권76호)

나의 詩 2024.08.03

그리움이란 말 너무 흔해서/ 금동원

그리움이란 말 너무 흔해서   금동원  그리움이란 말 너무 흔해서그립고 그리워도 그리워서, 라고는 못쓴다꽃잎 빛깔 생생하게 꽃비로 내려 황홀하게 쌓여가는 동안에도공중의 순간을 향해 ‘보고있어도 그리워’라고 말하는 순간‘너무 상투적이야’ 추억은 땅을 향해 곤두박질친다‘사랑해요’가 사랑이 되는 순간혼탁한 빛으로 탈색되어 사라지듯‘그리워요’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휘발되고 남는 것은 미세한 시적 언어그리움이라는 시어의 비말뿐이다  -《지구문학》,(2024년 여름호, 통권 제106호)

나의 詩 2024.07.06

공중의 섬/ 금동원

공중의 섬   금동원   순항고도 10000피트 이상평균 시속  900km 정도외부 온도 영하 40도가 넘는 공중의 섬에는하늘을 뚫고 빛이 알을 낳는 동안사람들이 함께 산다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게임과 영화를 보고책을 읽고 쇼핑도 하고 놀다 지치면 이별과 추억과 사랑의 꿈을 꾸며 잠이 든다평생 같은 열다섯 시간압축된 필름함축적인 인생사 격리된 삶의 은유스스로 들어와 살지만타의에 의하지 않고는 결코 나갈 수 없는공중의 섬뜬구름 같은 이 섬에도 희로애락의 도가 있다  -《펜문학》, (2024 5,6월호, 통권179호)

나의 詩 2024.07.06

거미의 집 1, 2/ 금동원

거미의 집 1  금동원  삶의 사각지대에 아슬아슬 매달려있는공중의 거미를 무심히 바라보는 순간불가능해 보이는 일이 일어났다거미는 일자로 지지대를 만든 후 바깥에서 안쪽으로 육각형 나선의 건축 원리를 이용해밤새도록 시의 집을 짓고 시의 진실을 엮어나갔다방적돌기에서 뽑아낸 사유의 끈끈한 질문들이완벽한 방사형 그물로 완성되어 갈 때 즈음산다는 건 함부로 이야기할 수 없음도 깨닫는다사즉생의 거미 결심을 이해할 수 있겠다온몸의 진액을 모두 뽑아 공중에 매달아 놓은 불가사의한 시의 철학은눈물겹도록 눈부시고 아름답다운명처럼 화려하고 기이하다  거미의 집 2  새날이 밝자 거미줄은 위태롭고 아슬아슬하다지난밤 쉬지 않고 엮어놓은 치열한 삶의 흔적은연약하고 허술한 그물망일 뿐 몇 마리의 불나방과 잡충들만마지막 전리품처럼 ..

나의 詩 2024.03.28

낙타의 눈물/ 금동원

낙타의 눈물   금동원  살갗이 타버릴 듯한 태양 그 뜨거움 속에서묵묵히 걷는 낙타를 봤어요텅 빈 사막의 강을 건너는 낙타를 봤어요 살 속으로 박히는 따가운 흙바람에도낙타는 앞만 보고 걸었어요자신의 영혼을 끌어안고 침착한 고행자의 걸음으로낙타는 걷고 또 걸었어요 황금빛 노을을 안고슬픔의 순간으로 걸어 들어가사막의 고요 속으로 가라앉고 있었는데울음소리는 결코 들을 수 없었어요 속눈썹이 흠뻑 젖은낙타의 눈동자를 들여다본 적 있나요?깊고 푸른 오아시스의 샘물 슬픔이 굳어 다리 근육이 되고그리움이 녹아 둥근 산이 되었지요 모래의 황홀하고 신성한 빛이 강물처럼 출렁일 때 무념무상에 들어눈부신 꿈, 그 빛깔을 껴안고 가는 끈적하게 맺힌 낙타의 눈물을 바라보면나도 뜨거운 길을 나서게 돼요삶의 난해한 질문을 등에 업고..

나의 詩 2024.03.28

처음이 있던 그 자리에/ 금동원

처음이 있던 그 자리에 금동원 맨 처음 잡았던 당신 손의 온기는 차가왔던가 따뜻했던가 녹아 흐르는 빙하처럼 지나가 버린 봄은 선명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망각 속 그대와 입맞춤은 뜨거웠던가 서늘했던가 두텁고 거칠게 굳어버린 비애 휘발되어 남은 존재로의 그것 회색빛 우울로 붉어진 단풍은 낙엽이 되어 쌓여만 가고 그리움의 검붉은 꽃이 피면 그대는 거기 있었던가 사라졌는가 기억은 언제나 오류 속에 갇혀 처음이 있던 그 자리에 돌아온 계절은 번번이 다른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우리의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 문예운동》,(2023년 가을, 통권 159호)

나의 詩 2023.10.10

유효 기간/ 금동원

유효 기간 금동원 오랜만에 대청소를 한다 서랍 구석구석 숨겨 놓은 사연들이 먼지와 함께 뒹굴고 있다 무릎을 펴고 털썩 주저앉아 시간의 거리와 비례하는 미련들을 순서대로 펼쳐본다 버려야 사는 운명이다 비워야 사는 용서이다 실체는 없고 그저 쌓아 놓았던 욕망의 흔적들이 유효 기간이 지난 채 죽어 있다 몇 년 몇 월 몇 시로 정해놓고 딱풀처럼 딱 붙어 꼼짝 못하게 만드는 미련이든 슬픔이든 쓸쓸함이든 늙어짐이든 세상사에 이미 지나간 추억이다 하늘색 종량제 쓰레기봉투 한 가득 게으른 결단과 확신과 거짓들이 당연히 이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유효 기간만 믿고 살아왔던 인연의 장난 오늘에서야 처분되었다 - 《월간 시인》, (2023, 10, 통권 6호)

나의 詩 2023.10.10

비 오는 한림해안에서/ 금동원

비 오는 한림해안에서 금동원 갈매기 날아들어 배회하는 해안 길모퉁이 비에 젖은 찻집 문을 무심히 연다 봄빛 녹아든 따스한 찻잔에 담긴 우울 길 가던 나그네 되어 해 질 녘까지 서늘한 물멍에 빠진다. 비 내리는 바다는 차분하다 힘을 빼고 앉은 고요한 침묵으로 아득히 떠 있는 수평선 끝자락의 환상은 빗물이 스며들며 소리없이 풍요롭다 유리 통창 밖으로 펼쳐지는 회색빛 구름 속으로 내려앉는 주홍빛 노을 문득, 어느 하루의 젖은 낭만이 시간이 멈춘 기억의 바다를 노래한다 -《계간문예》,(2023 여름호 통권 72호)

나의 詩 2023.06.24

분위기란 이렇게 만들어지는가/ 금동원

분위기란 이렇게 만들어지는가 금동원 며칠 전 꽃시장에서 사 온 프리지어 화분 꽃대에 갓 솟아오른 노란 꽃봉오리 여린 줄기 이리저리 휘어지며 흔들린다 흔들린다는 것은 중심을 잡기 위한 몸부림이다 빛나는 아름다운 몰입 분위기란 이렇게 만들어지는가 줄기들 꼿꼿해지며 어느새 잔잔한 우아함으로 들뜬 프리지어가 활짝 웃는다 이제 태도와 의미를 버린다 노란빛의 우주적 이끌림에 마음은 하염없이 따뜻하고 포근하다 -《계간문예》 (2023 여름호 통권 72호) 사진출처:농기자재신문

나의 詩 2023.06.23

동백꽃은 떨어지고/ 금동원

동백꽃*은 떨어지고 금동원 매섭고 찬 겨울빛 바람이 세차다 차디찬 겨울 푸름 속에서 얼굴을 스치며 달아난 바람의 흔적은 양 볼 한가득 동백꽃으로 붉다 수줍다기엔 너무 당차고 어리다기엔 너무 야무진 붉게 붉어지는 어린 꽃봉오리 단단한 가지 사이로 살며시 숨은 겨울 햇살이 환하다 짧고 애틋한 시절 연인처럼 무심히 동백꽃은 떨어지고 떨어진 꽃잎은 너무 생생해 오랜 잔향의 깊은 슬픔과 고독 새봄의 희망으로 한동안 시들지 않는다 *제주 까멜리아 힐에서 -계간 《지구문학》,(2023 봄호 통권 101호)

나의 詩 2023.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