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원 시인의 TISTORY

이 곳은 시인의 집! 문학과 예술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듣고 말합니다

금동원의 우연의 그림 앞에서

두이노의 비가 8

내 본질의 어두운 시간을 나는 사랑합니다

내 본질의 어두운 시간을 나는 사랑합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김재혁 옮김 내 본질의 어두운 시간을 나는 사랑합니다, 이 시간이면 나의 감각은 깊어지니까요, 마치 오래된 편지에서 느끼는 것처럼 이때 나는 지나온 나날의 삶의 모습을 저만치 전설처럼 아득하게 바라봅니다. 어두운 시간은 내게 알려줍니다, 또 다른 삶에 이르는 시간을 넘어선 드넓은 공간이 내게 있음을. 그리고 어쩌다 나는 한 그루 나무와 같습니다, 묘지 위에 자라나 바람결에 가지를 흔들며 죽어간 소년이 슬픔과 노래 속에서 잃었던 (그의 주변에는 따스한 나무 뿌리가 얽혀 있습니다) 그 꿈을 이루어 주는 그 나무와 같습니다. -『기도시집 Das Stunden-Buch』- 제 1부 수도사 생활의 서」 에서 -《소유하지 않는 사랑》,(2003, 고려대학..

고대 아폴로의 토르소/ 릴케

고대 아폴로의 토르소* 릴케 우리는 그 속에서 눈망울이 익은 그 미문(未聞)의 머리를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그의 토르소는 촛대처럼 아직도 이글거리고 있습니다. 쳐박혀진 채이지만 그 속엔 그의 응시가 있습니다, 변하지 않고 번쩍입니다. 그렇거나 그 가슴의 굽은 만(灣)은 당신의 눈을 부시게 할 수는 없을 것이며, 엉덩이를 가볍게 뒤틀 때에도 생식의 요람인 저 중심에 한 가닥 미소가 흐르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다거나 이 돌덩이는 어깨 아래로는 모두 떨어져 투명해진, 일그러진 작은 입신(立身)이겠죠. 맹수의 껍질만큼도 빛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의 어떤 가장자리에서도 마치 별에서와 같은 빛은 없을 것입니다. 당신을 못보는 곳은 거기엔 없습니다. 당신은 생활을 바꿔야 하겠습니다. *토르소: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소유하지 않는 사랑/ 릴케

『소유하지 않는 사랑』- 릴케의 가장 아름다운 시 라이너 마리아 릴케 /김재혁 역 | 고려대학교출판부 삶과 위대한 작업 사이에는 해묵은 적대감이 자리잡는다. 여인을 사랑하지만, 그러나 예술을 위해서는 고독이 필요하다. 서로간에 얽매거나 얽매이지 않을 때만이 영혼의 교접이 가능하다. 장미 가사에 찔려 죽은 시인 릴케는 늘 이런 모순과 방황 속에서 살았다. 완성을 향해 불안스레 헤매는 시인에게 말은 본래의 존재를 넘어서게 하는 마법적인 소환이며 문학은 인간을 위한 지속적인 구원의 가능성이다. 인생은 꽃핌이며 죽음은 열매다. 죽음은 생과 대립되는 것이 아닌, 생의 궁극적인 완성이다. 그는 외친다. 대지여 보이지 않음이여 변용이 아니라면 무엇이 너의 절박한 사명이랴 ○ 시집 속으로 사랑은 네게로 어떻게 왔는가 ..

詩 이모저모 2019.05.28

기도하는 시간을 위한 책 / 릴케

기도하는 시간을 위한 책 릴케 나는 세상에서 무척 외롭지만, 매 순간을 신성하게 할 만큼 외롭지는 않습니다. 나는 세상에서 너무 작지만 영리하고 드러나지 않게 당신 앞에 꼭 무슨 물건처럼 놓여 있을 만큼 그렇게 작지는 못합니다. 나는 내 자신의 의지를 원하며, 다만 내 의지와 함께하기를 원합니다- 그게 행동을 향해 움직일 때, 그리고 침묵 속에서, 때로 시간이 좀체 흐르지 않아 뭔가 가까이 오고 있을 때, 나는 알 수 없는 것들을 아는 사람들과 같이 있고 싶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혼자 있겠어요. 나는 당신의 온몸을 위한 거울이고 싶으며, 또한 당신의 무겁고 흔들리는 영상을 지탱하지 못할 만큼 눈멀거나 늙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드러나고 싶습니다. 나는 드러나지 않은 채 어디 있고 싶지 않아요, 내가 드러..

신은 인간을 만들기 전에/ 릴케

신은 인간을 만들기 전에 R.M. 릴케 신은 인간을 만들기 전에 누구에게나 말해준다. 그리고 묵묵히 그와 함께 밤으로부터 나온다. 그 말, 인간이 시작하기 전에 신이 한 말, 그 구름 같은 말은 이러하다. 너의 오관으로부터 그리움의 끝에까지 가거라. 옷을 나에게 다오. 사물들 뒤에서 불길처럼 크게 자라라. 넓게 번져가는 그 그림자가 항상 나를 완전히 가리도록 아름다움도 두려움도 모두 만나거라. 오직 걸어가기만 해야 한다. 감정에게는 이르지 못하는 먼 곳이란 없다. 나를 벗어나지 않도록 해라. 그들이 인생이라고 부르는 토지는 가까이 있다. 그 엄숙함에서 인생을 알게 되리라. 나에게 손을 다오 그럼에도 나에게는 그럼에도 나에게는 그를 위해 모든 노래를 내 깊은 곳에 간직해 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는 떨..

『릴케 시 여행』-정현종

정현종 시인의 사유 깃든 『 릴케 시 여행』 R.M.릴케 /정현종 옮김 | 문학판 릴케의 시를 우리말로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그의 시뿐 아니라 그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통찰한 사람의 번역본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 시 내면의 깊숙한 교감과 시 바깥의 무한한 자유로움, 시 고유의 섬세한 리듬을 아는 번역가 정현종 시인은 『정현종 시인의 사유 깃든 릴케 시 여행』에서 원작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번역과 함께 시론에 가까운 자신만의 깊이 있는 해설과 감상을 쉽고 단정한 문장으로 붙여 이제까지 어렵게만 느꼈던 시인의 시를 독자가 보다 친밀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기도하는 시간을 위한 책 나는 세상에서 무척 외롭지만, 매 순간을 신성하게 할 만큼 외롭지는 않습니다. 나는 세상에서 너무 작지만 영리하고 드러나지 ..

詩 이모저모 2018.02.10

정현종 시인의 사유 깃든『 릴케 시 여행 』

정현종 시인의 사유 깃든 『 릴케 시 여행』 -R.M.릴케 /정현종 옮김 | 문학판 릴케의 시를 우리말로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그의 시뿐 아니라 그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통찰한 사람의 번역본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 시 내면의 깊숙한 교감과 시 바깥의 무한한 자유로움, 시 고유의 섬세한 리듬을 아는 번역가 정현종 시인은 『정현종 시인의 사유 깃든 릴케 시 여행』에서 원작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번역과 함께 시론에 가까운 자신만의 깊이 있는 해설과 감상을 쉽고 단정한 문장으로 붙여 이제까지 어렵게만 느꼈던 세 시인의 시를 독자가 보다 친밀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기도하는 시간을 위한 책-7 나는 세상에서 무척 외롭지만, 매 순간을 신성하게 할 만큼 외롭지는 않습니다. 나는 세상에서 너무 작지만 영리하고 ..

책 이야기 2016.12.10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고독으로부터 찾는 해답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저/김재혁 역 | 고려대학교출판부 2천 편이 넘는 시작품과 많은 수의 산문을 쓴 릴케는 또한 유럽 서간문의 역사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양의 편지를 남겨 놓았으며, 지금까지 7천 통이 책의 형태로 출간되기도 했다. 1902년 스무 살이 채 되지 않은 한 시인 지망생이 자신의 습작시들과 함께 속내를 털어놓는 한 통의 편지를 28세의 시인 릴케에게 보낸다. 그렇게 해서 시작된 두 사람 간의 편지는 1908년까지 지속되었다. 이 편지들에서 드러나는 릴케는 한 선배 시인으로서의 조언자이지만 또한 자신의 문학, 시에 대하여 진솔하게 고백하는 친구이기도 하다.‘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이 편지의 진정성은 교훈적인 가르침과 더불..

책 이야기 2016.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