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원 시인의 TISTORY

이 곳은 시인의 집! 문학과 예술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듣고 말합니다

금동원의 우연의 그림 앞에서

뉴제주일보 19

카르페디엠

카르페디엠 삼다일보 승인 2025.02.11 17:43   금동원 시인   얼마 전 가까운 지인이 자동차 급발진 교통사고를 당했다. 자동차가 뒤집힐 만큼 큰 사고였지만 다행히 안전띠에 매달린 채 아무런 부상 없이 살아나 천운으로 여기고 있다. 이 엄청난 일을 겪은 계기로 심경의 큰 변화가 생겨 오래전부터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고 있던 인도 여행을 실행하기로 했다고 한다. 카르페디엠의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카르페디엠은 아주 흔한 인생의 좌우명이 된 지 오래다. 호라티우스의 라틴어 시 한 구절로부터 본래 유래된 말이지만 아주 오래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1990)에서 존 키팅 선생이 학생들에게 들려준 경구로 유명하다. ‘잃어버린 현재를 찾아서’, ‘지금, 이 순간 여기에 집중하라’라는 의미로 흔히 ..

나의 산문 2025.02.12

텍스트 힙

텍스트 힙 삼다일보 승인 2024.11.12 18:50 금동원 시인   요즘 MZ 세대들 사이에 유행하는 ‘텍스트 힙’이라는 말이 있다. 글자를 뜻하는 텍스트와 개성을 뜻하는 은어 힙을 합성한 신조어이다. 단순하게 말하면 책을 읽고 즐기는 지적 활동, 독서를 하는 것이 멋지다는 뜻이다. 동네의 작은 독립서점이나 북카페 등에서 책을 구매하고 독서 클럽을 만들어 책을 토론한다. 그들의 일상적 생활 전반은 차별화된 유행을 따르는 문화와 연결되어있고 그것도 멋이다. 독특한 개성과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스타일로 즐기는 놀이가 책 읽기라니 우선 반갑다. 세대 차이가 느껴지지만, 책을 멋이나 유행으로 읽든 지적 목적으로 읽든 책을 읽겠다는 것은 환영할 만하다.얼마 전 한국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한강 작가가 20..

나의 산문 2024.11.13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삼다일보 승인 2024.08.20 18:14  금동원 시인    올해 한여름 날씨가 심상치 않다. 이런 무더위는 난생처음 느껴보는 듯 살인적이다. 장마가 끝난 후 찾아드는 후덥지근하고 찌는 듯한 무더위는 늘 속수무책이다. 그러나 올해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기후 온난화로 인한 자연 생태계의 환경 변화가 불길한 예언처럼 적중해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실제 아열대 기후로 점점 바뀌어 가고 있는 게 아닌가 우려의 마음이 들기도 한다.‘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이 있다. 불가항력으로 어쩌지 못할 때 주어진 상황을 차라리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라는 뜻이 숨어있다. 어떤 위험성을 내포한 난감한 문제나 재해와 맞닥뜨렸을 때는 당연히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보는 게 지혜로울 수 있는 예외도 있..

나의 산문 2024.08.20

더덕 닭강정

더덕 닭강정 뉴제주일보 승인 2024.03.26 18:35 금동원 시인 오랜만에 속초를 다녀왔다. 예전에는 미시령 굽이굽이 가파른 길을 곡예 하듯 올라가 한계령 휴게소에서 아득한 풍광도 즐기고 울산바위의 웅장한 자태도 감상하면서 드라이브의 즐거움을 누리기도 했다. 이제 미시령은 옛길이 되었고 서울에서 출발하면 인제 양양 고속도로 구간이 거의 직선 터널로 이어져 있다. 길고 짧은 수십 개 터널을 달리다 보면 어느새 강원도에 도착한다. 제주와는 다른 빛깔과 깊이의 동해는 새롭고 신선한 감동을 준다. 그렇게 바다를 끼고 달려 도착한 속초는 늘 매력적이다. 요즘은 지역마다 독특한 특산품이나 산지 음식으로 그 지역의 특색과 정체성을 드러내며 관광객들을 맞이한다. 다양한 SNS 사이트와 매체 등을 통해 소개되고 홍..

나의 산문 2024.03.27

도자기, 가족, 영화, 책...내가 사랑한 모든 것들

도자기, 가족, 영화, 책...내가 사랑한 모든 것들 김나영 기자 승인 2024.01.17 17:15 금동원 시인 첫 산문집 ‘사랑은 외롭고 쓸쓸하지만 가볼 만한 길이다’ 도자기와 가족, 영화, 책…. 아련하게 뒤돌아보니 희미하게 찍힌 아쉬움과 그리움의 흔적들이 한 권의 산문집에 담겼다. 제주에서 활동하는 금동원 시인이 자신이 사랑한 모든 걸 어루만진 첫 산문집 ‘사랑은 외롭고 쓸쓸하지만 가볼 만한 길이다’다. 금 시인은 이번 산문집에 대해 “소소하고 오래돼 너무 낡아버린 시인 자신의 지나간 시간들을 애틋함으로 묶어냈다”고 고백했다. 작품은 때로는 원거리에서, 때로는 근거리에서 시인의 삶과 사랑에 대한 생각을 비춘다. 주기적으로 도자기 공방을 찾아 도자기를 빚는 시인의 일상은 앞치마를 걸친 작가 모습이 ..

나의 소식 2024.01.17

메세나(Mecenat)

메세나(Mecenat) 뉴제주일보 승인 2024.01.16 18:48 금동원 시인 예술은 아름답고 위대하지만 고달프고 힘겹다. 시대가 바뀌어 환경과 조건들이 많이 좋아지고 예술가에 대한 대우 역시 특별해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당대를 주름잡으며 천재적 재능을 발휘하고 물질적인 풍요와 명성, 인기와 부를 누리며 살 수 있는 소수의 특별한 예술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많은 예술가는 가난과 긴 무명의 외로움을 겪는다. 어느 시대이고 예술가들은 고독과 혹독한 삶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시간을 보낸다, 예술을 한다는 것이 세속적 명성을 얻고 가난에서 벗어나려는 목적일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스스로 선택한 예술가로 사는 삶은 운명적으로 고독하고 외롭고 절실할 수밖에 없다. 작년 연말 제주에서는 ‘제주 메세나’ 동행..

나의 산문 2024.01.17

디지털 노마드

디지털 노마드 뉴제주일보 승인 2023.08.22 19:21 금동원 시인 얼마 전 몽골에 다녀왔다. 칭기즈칸 신공항은 현대식으로 지어진 큰 규모의 깔끔한 공항이었다. 수도 울란바토르 역시 초원의 유목민과 게르를 상상하고 온 여행객에게는 눈이 번쩍 뜨이는 놀라움을 준다. 우리나라의 신도시개발처럼 고층의 고급아파트와 건물들이 숲을 이루기 시작했다. 서구적이고 세련된 분위기의 문화적 공간들이 만들어져 이국인의 눈으로도 상업 자본화되어가는 현장을 실감할 수 있었다. 몽골은 평균 고도가 1500m 높이의 고산지대로 9월부터 추워지기 시작하면서 겨울에는 영하 40도 이상의 얼어붙은 동토의 땅으로 변한다. 그러나 7월과 8월은 건조한 기후 덕분에 계절적으로 한국의 초가을처럼 쾌적하다. 파랗게 맑은 하늘과 구름, 눈부..

나의 산문 2023.08.22

어떤 인연

어떤 인연 뉴제주일보 승인 2023.06.20 18:48 금동원 시인 법정 스님의 말씀 중에 “함부로 인연을 맺지 말라”라는 매우 단호하면서 심오한 뜻을 지닌 짧은 격언이 있다. 인간관계의 신중함과 어려움을 내포하는 뜻깊은 가르침이다. 한 번 맺은 인연을 잘 가꾸어 오랜 시간 서로에게 진실하고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 존중과 믿음으로 인생에 아름답고 선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것, 그것만큼 보람 있고 의미 있는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다시는 회복될 수 없는 상처와 실망으로 신뢰에 깊은 상처를 남기는 경우도 많다. 얼마 전 미국 시카고에 다녀오는 일정 중에 대학교 친구를 만났다. 학교를 졸업하고 결혼과 동시에 시카고에 이민을 온 친구다. 한국과 미국을 서로 오고 가지 않으면 평생 만날 기회가 없다..

나의 산문 2023.06.20

나의 산티아고

나의 산티아고 뉴제주일보 승인 2023.04.25 19:24 금동원 시인 2015년 개봉했던 영화 ‘나의 산티아고’가 문득 떠오른다. 쉴 틈 없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영화 속 주인공 하페는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는 인기 코미디언이다.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쥐었지만, 과로로 쓰러지면서 큰 수술을 받게 된다. 수술 후 갖게 된 긴 휴가는 낯설기만 하고 무력감에 시달리던 그는 한 번도 홀로 가본 적이 없는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장장 800km, 42일간의 여정! 그는 산티아고로 출발한다. 처음 그는 진정한 순례길에 나서지 못한다. 폭우와 불편한 잠자리, 고통스러운 긴 여정이 늘어가면서 이 길을 왜 걷고 있는지 내게 이 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한 채 걷고 또 걷기만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힘겹고 지치고,..

나의 산문 2023.04.25

곶자왈

곶자왈 뉴제주일보 승인 2022.12.20 19:00 금동원 시인 싸하게 맑은 공기가 코끝을 스친다. 가슴 깊숙이 들이마신 상록수림 특유의 싱그럽고 깨끗한 숲의 향기에 마음은 편안하고 차분해진다. 숨 쉬는 자연이 주는 명상의 시간이다. 온갖 잡념도 세상 속의 시끄러움도 모두 사라진 평화롭고 경건한 고요가 내딛는 발걸음 속에 스민다. 평소 자주 찾는 애월지역의 곶자왈 ‘금산공원’을 다녀왔다. 코스가 짧은 편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하듯 자연 그대로를 감상할 수 있다. 걷다 보면 마을의 풍요와 무사 안녕을 바라며 표제를 지내는 납읍리의 포제청(제주 무형문화재 6호)도 남아있다. 곶자왈은 제주도의 자랑이다. 숲을 뜻하는 ‘곶’과 가시덤불을 뜻하는 ‘자왈’을 합친 제주도 토속어다. 화산이 분출할 때 점성이 높은..

나의 산문 2022.12.20

초심의 시간

초심의 시간 뉴제주일보 승인 2022.10.11 19:00 금동원 시인 외출 준비를 하는데 어지럼증과 식은땀으로 온몸에 힘이 빠지며 혼절 직전의 이상증세가 일어났다. 당황스러웠지만 평소 저혈압으로 가끔 겪는 증세와 흡사하여 외출을 포기하고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보통은 금방 괜찮아지는 편인데 그날은 이상하게 머리가 아프고 열도 계속 오르며 쉽게 회복이 되지 않았다, 설상가상 복통까지 와 화장실을 들락거리자 갑자기 온몸이 경직되면서 두려움과 공포가 몰려왔다. 뭐지? 코로나? 순간 머리가 하얗게 되면서 수많은 생각이 스쳐 갔다. 최근 며칠 동안 동선을 최소화했기에 접촉할 만한 대상도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증상을 온몸으로 느끼며 그동안 얼마나 코로나에 대한 강박증과 공포 속에 살고 있었는지 새삼스럽게 실감이..

나의 산문 2022.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