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원 시인의 TISTORY

이 곳은 시인의 집! 문학과 예술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듣고 말합니다

금동원의 우연의 그림 앞에서

시 속의 애인 12

사랑은 외롭고 쓸쓸하지만 가볼 만한 길이다

《사랑은 외롭고 쓸쓸하지만 가볼 만한 길이다》 금동원 | 답게 ◎책 소개 아련하게 뒤돌아보니 희미하게 찍힌 아쉬움과 그리움의 흔적들 시로 등단하여 20여년째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금동원 작가의 첫 번째 산문집 『사랑은 외롭고 쓸쓸하지만 가볼 만한 길이다』가 출간되었다. 일상에서 새롭게 만난 나와 세상을 바라보면서 얻은 깨달음과 영화에서 배운 삶의 감회들, 책들 속에 담긴 인생길 교훈과 단상들을 엮었다. ◎목차 1부 공방 가는 날/ 벚꽃이 전하는 말/ 광화문 연가/ 힘을 뺀다는 것 달항아리의 꿈/ 목매달/ 효부 이야기/ 김씨 가족 이야기(Kim’s Family) 명절 일기/ 어머니! 안녕히 가십시오/ 혼자 눕는다는 것에 대하여 2부 칼프에서 첫사랑을 만나다/ 오사카 관망기(觀望記)/ 영국 날씨 등 ..

책 이야기 2023.12.24

한국 현대시를 빛낸 시인들

사막에 가자 금동원 그리움을 만나러 가자 지난 것들에 대한 목소리를 듣고 잃어버린 가슴을 찾아 엉켜버린 실타래의 마음 길을 풀고 힘겹게 엮어 놓은 나의 역사를 위해 새로 만든 이정표를 따라 사막에 가자 외로움을 묻으러 가자 눈 깜짝할 새 사라져버리는 신기루처럼 다가갈수록 멀어져가는 혼돈과 무질서의 근원을 버리고 사랑으로 읽히는 별의 길을 따라 다시 사막에서 만나자 어느새 모습을 바꾼 내 안의 나 바람아 쓸어가라 방향을 잃고 흔들리는 방 욕망을 날리고 온전히 떠나자 죽은 사유와 썩은 의지를 버리고 텅빈 사막에서 다시 시작하자 -《한국 현대시를 빛낸 시인들》,( 2023, 도서출판 책나라)

나의 소식 2023.10.25

처음이 있던 그 자리에/ 금동원

처음이 있던 그 자리에 금동원 맨 처음 잡았던 당신 손의 온기는 차가왔던가 따뜻했던가 녹아 흐르는 빙하처럼 지나가 버린 봄은 선명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망각 속 그대와 입맞춤은 뜨거웠던가 서늘했던가 두텁고 거칠게 굳어버린 비애 휘발되어 남은 존재로의 그것 회색빛 우울로 붉어진 단풍은 낙엽이 되어 쌓여만 가고 그리움의 검붉은 꽃이 피면 그대는 거기 있었던가 사라졌는가 기억은 언제나 오류 속에 갇혀 처음이 있던 그 자리에 돌아온 계절은 번번이 다른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우리의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 문예운동》,(2023년 가을, 통권 159호)

나의 詩 2023.10.10

못에 대하여/ 금동원

못에 대하여 금동원 잘 걷다가도 우리는 넘어진다 힘없이 꺾이고 부서진다 부서진 뼛조각을 감싸는데 필요한 것은 못이다 못은 날카롭지만 단단하게 상처를 지탱하고 녹슬기 쉽지만 새 뼈를 만들며 부드럽게 주변을 껴안는다 모진 아픔이라는 견딤을 통해 더 견고하게 결합하고 다시는 쪼개지거나 부러지지 않는 유연한 화합을 이뤄낸다 통증의 아린 기운이 삶을 통과해 공포와 슬픔을 전하는 동안 뼈에 스민 못은 녹아들며 성숙해진다. 용서와 사랑의 노래로 절망을 치유한다 스스로 진액을 뿜어내며 기쁘게 부활한다 -《계간문예》, (2022 여름호. 통권 68호)

나의 詩 2022.06.27

되돌이표/ 금동원

되돌이표 금동원 저녁노을로 변해가던 햇살이 무지갯빛 공중돌기, 찰나의 마법으로 돌고 돌아 되돌이표 찍는 하루가 완성되면 거북이 등껍질처럼 갈라져 있던 갯벌이 발효된 밀반죽의 질감으로 부풀어 오르고 찰진 바다의 비밀스런 탄력이 고개를 든다 소소한 일상들이 소리없이 튕겨 오르고 음양오행의 원리가 손금처럼 얽혀 순환하는 강화도에서 의미를 부여하며 본질은 그대로 가치있는 삶이 돌아오는 시간 반복이, 반복하며, 또 반복을 낳고 해와 달 그리고 별과 꿈 우리는 우주의 한 가운데 서 있다 -『우연의 그림 앞에서』, (계간문예, 2015)

나의 詩 2022.04.21

나의 죽음은 어디쯤 와 있는가/ 금동원

나의 죽음은 어디쯤 와 있는가 금동원 죽음이 너무 가깝다 편의점처럼 넘쳐나는 장례식장과 발에 채이듯 쌓여가는 시신들 슬픔 없이 고인의 명복을 빌고 부의금의 액수로 정해진 죽음의 무게 나는 무엇을 위해 지금 숨 쉬고 있을까 벽에 걸린 죽음을 구경하고 책에 쓰인 죽음을 읽어가고 유행가처럼 들려주는 흔한 애도의 노래와 영화 세트장처럼 비현실적인 죽음의 현장들 삶 속에서 함께 호흡하는 죽음은 오롯한 생명체 나의 죽음은 어디쯤 와 있는 것일까 소낙비처럼 함박눈처럼 일기예보를 알려주듯 새벽에 눈비비면 떠오르는 죽음 속보 인터넷 검색어로 매일매일 채워지는 죽음 잠시 슬퍼하고 미친듯 동요하고 연속극처럼 휩쓸리다가 곧 잊혀져버리는 죽음들 나의 죽음은 지금 어디까지 와 있을까 어디쯤에서 나를 지켜보며 어떤 방법으로 나를 ..

나의 詩 2022.03.01

동행.2 /금동원

《동행.2》 -장애인 안내견 금동원 " 다음에 내리실 역은 급행열차로 갈아타실 수 있는 환승역입니다." 누가 먼저 안내방송을 들었던 것일까 침착하고 차분하게 서로의 손을 잡고 서있는 풍경이 아름답다 스르르 전철 문이 열리자 여섯 개의 발이 동시에 걸어나간다 모두들 넋이 빠져 교차하는 아수라장의 번잡함 속에서 두 주인공만이 정지된 듯 고요하게 아주 우아하고 당당하게 익숙한 리듬으로 슬로우 퀵퀵, 춤을 추듯 네개의 발과 두 개의 발이 서로의 박자에 맞춰 맞은 편 전철 안으로 사라져간다 오랫동안 믿고 교감해온 익숙한 호흡 잠시 꿈 속에 있었던 듯 별빛 밝은 은하수를 따라 어디론가 미끄러져 가고 있는 듯 충만하고 눈부신 청정함으로 지하철 환승역의 탁한 공기를 맑게 순환시켜 놓고 기차는 출발했다 - 《우연의 그림..

2021 가을을 보내며

한 여름 무더위에 쩔쩔매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미 가을은 무르익음이 넘쳐 떨어진 낙엽은 쓸쓸하고 스산하다. 시간은 너무 빠르게 흘러가버려 실감이 나지 않는다. 곧 첫눈이 내릴 것이다. 올해 마지막 달항아리 시유를 마치며 한 계절을 보내고 다가올 겨울을 차분한 마음으로 기다려본다. (......)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해 삶을 사랑하고 하루하루 시를 쓰는 마음으로 아름다운 날들이게 하소서 가을날 무르익은 풍요와 사랑으로 함께 가는 길 언제나 모든 이의 작은 소망이 흘러가는 강물처럼 이루어지게 하소서 -금동원의 「가을 기도」 중에서

나의 취미 2021.11.14

불타는 꽃 / 금동원

불타는 꽃 외 1편 금동원 꽃이 불타고 있다 트랙터로 갈아엎어도 끝없이 피어오르는 꽃 땅 빛으로 솟아오른 화려한 상승 저 스스로 몸을 태우는 불에 탄 향기는 꽃향기인가 핏물이 흘러 가슴을 적시고 바싹 마른 꽃대에 배어 나오는 비애 생명을 다한 것이 아니라 헌신의 기쁨을 깨닫는 것이 아니라 태워지는 슬픈 꽃 꽃이 사라져가는 계절이다 화장터로 변한 꽃밭에서 짧은 일생을 보내고 공급도 없고 가격도 없어 거베라*가 불태워진다 코로나가 꽃을 태운다 *축하용 화환을 만드는데 많이 쓰인다 - 2021 《서정시학 가을호》,(통권 91호)

나의 詩 2021.10.14

끝은 없고 늘 시작만 있는

처음보다 점점 더 어렵게 느껴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안 보이던 게 보이고, 몰랐던 걸 알게 되고, 마음먹어도 마음만큼 되지 않는 답답함과 한계, 해도 해도, 보듬어도 보듬어도, 제자리걸음 같은 막막함이 다시 흙덩이를 반죽하게 한다. 끝은 없고 늘 시작만 있는, 그러나 조금씩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믿는 희망과 자신을 격려하는 기쁨이 있다. 언제나 무한 반복 속에서 무한한 다름을 배우고, 그 모든 것이 또 같은 것임을 알아가는 중이다. 여덟 번째다.

나의 취미 2021.08.10

그 모습 그대로 단 하나다

달항아리는 반드시 넘어야 할 고개(嶺)의 다른 이름이다. 그것은 새출발이기도 하지만 언제나 마지막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작업할 때마다 내 의도대로 만들어지지 않으니 마음을 비우는 건 당연한 일이다. 원했던 대로 완성될 리가 없다. 그래서 도전은 늘 새롭고 또 늘 실패다. 영원한 것은 없다고 하지만 세상에 단 하나 뿐이라는 것만은 진실이다. 언제나 다시 시작할 뿐이다.

나의 취미 2020.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