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원 시인의 TISTORY

이 곳은 시인의 집! 문학과 예술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듣고 말합니다

금동원의 우연의 그림 앞에서

나의 취미 85

새로운 취미생활

'캘리그라피(calligraphy)'의 어학사전은 글씨나 글자를 아름답게 쓰는 기술이라고 정의한다. 좁게는 서예를 이르고 넓게는 활자 이외의 모든 서체를 말한다. 붓글씨(서예)는 한 동안 취미로 즐겼던 것이라 낯설지 않은 작업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부단한 연습을 통해 나만의 색깔과 나만의 분위기의 글씨체를 만들어낸다는 희열, 글씨 자체가 가지는 아름다움과 미적인 조화까지 이루어진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서예를 즐기시던 아버지 곁에서 먹을 가는 시중을 들었던 어린 시절의 추억도 아련하다. 천천히 나만의 속도로 조건없이 즐겨보자.

나의 취미 2023.01.10

2021 가을을 보내며

한 여름 무더위에 쩔쩔매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미 가을은 무르익음이 넘쳐 떨어진 낙엽은 쓸쓸하고 스산하다. 시간은 너무 빠르게 흘러가버려 실감이 나지 않는다. 곧 첫눈이 내릴 것이다. 올해 마지막 달항아리 시유를 마치며 한 계절을 보내고 다가올 겨울을 차분한 마음으로 기다려본다. (......)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해 삶을 사랑하고 하루하루 시를 쓰는 마음으로 아름다운 날들이게 하소서 가을날 무르익은 풍요와 사랑으로 함께 가는 길 언제나 모든 이의 작은 소망이 흘러가는 강물처럼 이루어지게 하소서 -금동원의 「가을 기도」 중에서

나의 취미 2021.11.14

연습 문제가 필요한 시간

흙은 살아있는 생물체처럼 움직인다. 흙의 질감과 종류에 따라 다르고, 날씨와 온도 계절적인 이유로 그때그때 마다 다른 감정이 생긴다. 그래서 늘 감각을 놓치지 않으려고 흙을 주무르고 물레를 돌리고 굽을 깍는다. 어느 정도의 테크닉과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은 있지만, 흙과 꾸준히 놀아주지 않으면 내가 먼저 알 수 있다. 연습문제를 계속 풀어봐야 정답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처럼 흙과 놀고 있는 시간은 언제나 그렇다. 마음을 들여다보고 비워내는 시간이면서 마음을 다잡아 새롭게 쌓아 올리는 시간이기도 하다.

나의 취미 2021.09.09

끝은 없고 늘 시작만 있는

처음보다 점점 더 어렵게 느껴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안 보이던 게 보이고, 몰랐던 걸 알게 되고, 마음먹어도 마음만큼 되지 않는 답답함과 한계, 해도 해도, 보듬어도 보듬어도, 제자리걸음 같은 막막함이 다시 흙덩이를 반죽하게 한다. 끝은 없고 늘 시작만 있는, 그러나 조금씩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믿는 희망과 자신을 격려하는 기쁨이 있다. 언제나 무한 반복 속에서 무한한 다름을 배우고, 그 모든 것이 또 같은 것임을 알아가는 중이다. 여덟 번째다.

나의 취미 2021.08.10

이름을 새긴다는 것

누군가의 이름을 사물 어딘가에 새긴다는 것은 자신의 이름을 갖는 것만큼 설레는 일이다. 자신이 만든 작품에 자신의 도장을 찍거나, 이름을 쓰거나, 그림을 그려서 남기는 모든 표식들이 그렇듯,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며 새겨놓는 정표 역시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다. 오랫동안 기억하고 추억하고 간직하려는 그리움이자 언제나 함께 하고픈 둘만의 시간여행이기도 하다.

나의 취미 2021.06.28

사서 하는 고생의 맛!

'고생을 사서한다' 라는 말이 있다. 안해도 되는 일을 귀찮게 만들어 몸도 마음도 고달프게 하는 경우이지만, 자기가 좋아서 하는 고생, 그 놀이를 즐기는 경우도 있다. 솔직히 고생이 재미있을 리 있겠는가. 무엇이건 저질러 놓은 생고생(?)은 몸도 마음도 번거롭고 피곤하고 힘이 든다. 그래도 그 고생을 사서 한다. 고생만큼의 희열과 성취감이 있기 때문이다. 재미와 도전이 있기 때문이다. 한 발씩 내디디며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얻고 깨닫는 삶의 성찰과 완성의 기쁨이 크다. 아마 앞으로도 쭈욱~~ 시를 쓰는 마음처럼 '사서 하는 생고생'의 이 맛과 새로운 도전의 길은 계속 될 것이다.

나의 취미 2021.05.19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

시작에는 언제나 설렘과 기대감이 함께 한다. 쉽지 않은 작업일수록 더욱 그렇다. 흙을 반죽하여 작품을 완성하는 데는 비워내기, 혹은 내려놓기 같은 마음공부가 먼저일지도 모른다. 반죽과 성형, 건조와 초벌, 시유와 재벌까지 기다리고 인내하는 긴 시간 동안 어쩌면 성공보다는 실패의 확률을 기다려야 했는지도 모른다. 숙련되지 않고 실력이 부족할수록 당연한 결과들이다. 그럼에도 언제나 결과에는 아쉬움이 생긴다. 그만큼 새로운 도전의 기회가 또 주어진다. 달항아리도 인연 따라 내게 오는 것인가 보다. 이번에도 절반의 실패와 절반의 성공이다.

나의 취미 2021.05.05

우리는 아직도 기다림뿐이다.

작년 이맘때 당연하게 이루어질 바람으로 쓴 글이 떠오른다. 올봄은 코로나 19의 공포와 불안함에서 벗어나 새봄을 즐기고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었다. 대부분 사람이 그렇게 믿고 기다렸을 새봄이다. 그러나 우리는 다시 돌아온 봄도 봄꽃도 마음 편하게 즐길 형편이 못 된다. 여의도 윤중로 벚꽃도 온라인으로 사전 예약을 한 소수의 사람만이 들어갈 수 있게 제한한다고 한다.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목련, 벚꽃, 등…. 꽃들은 어느새 화사하게 피어 빛나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도 기다림뿐이다. 초벌을 마치고 유백 시유와 재벌을 기다리고 있는 두 개 백자 달항아리의 온전한 완성을 기원하며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나의 취미 2021.03.26

희망으로 기다리는 새해

2020년이 시작될 때 그 누구도 이런 식으로 한 해를 보내게 되리라 예상하지 못했다. 누군가는 잃어버린(사라져버린) 일 년이라고 하고 어떤 이는 매일 마스크와 싸우며 보낸 날들이라 하기도 한다. 다행히도 백신의 실체가 현실이 되었다. 그러나 COVID- 19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백신 접종과 더불어 예전의 평범한 일상으로 되돌아갈 수 있기를 소망하지만 불가능하다. 세상 자체가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포스트 코로나'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우리는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많은 것을 반성하고 성찰하고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면서 살아야 할 것이다. 그래도 희망으로 기다리는 새해이고 싶다. 미완성의 성형 상태로 자가격리(?) 되어 만날 수 없는 달항아리 작업도 완성하고 싶다. ..

나의 취미 2020.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