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을 닦다 김향숙 질문을 손에 쥐고 한참 만지작거린다 이쪽저쪽 섞어가며 갸우뚱거려도 중심이 서지 않는다 눈알을 좌우로 굴려도 자꾸만 넘어지려 한다 질의는 섣부르고 답변은 성급하다 어눌한 부위에서 넘어질 뻔했고 약삭빠른 부위에서는 기어이 넘어졌다 그때마다 일어선 것은 태도가 아니라 마음 다시 질문을 펴보기 위해서였다 돌멩이에 질문을 하면 퐁당 소리를 들려주거나 동그란 파문을 보여 준다 제약 없는 질문의 경우 제한 시간의 독촉이 있다 정답과 오답을 옮겨다니는 설문과 달리 대답의 한 짝은 왼발 오른발처럼 어색하고도 익숙했다 안경알을 닦듯 닦다 보면 초침을 끌고 다니는 질문의 일생이 보였다 의문만 모아 파는 책의 뒷편에는 대답만 모아놓은 별책 부록이 달려 있어 정답을 알게 되는 일은 질문을 통해 대답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