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원 시인의 TISTORY

이 곳은 시인의 집! 문학과 예술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듣고 말합니다

금동원의 우연의 그림 앞에서

나의 산문 27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삼다일보 승인 2024.08.20 18:14  금동원 시인    올해 한여름 날씨가 심상치 않다. 이런 무더위는 난생처음 느껴보는 듯 살인적이다. 장마가 끝난 후 찾아드는 후덥지근하고 찌는 듯한 무더위는 늘 속수무책이다. 그러나 올해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기후 온난화로 인한 자연 생태계의 환경 변화가 불길한 예언처럼 적중해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실제 아열대 기후로 점점 바뀌어 가고 있는 게 아닌가 우려의 마음이 들기도 한다.‘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이 있다. 불가항력으로 어쩌지 못할 때 주어진 상황을 차라리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라는 뜻이 숨어있다. 어떤 위험성을 내포한 난감한 문제나 재해와 맞닥뜨렸을 때는 당연히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보는 게 지혜로울 수 있는 예외도 있..

나의 산문 2024.08.20

좋은 추억만 가지고 가세

좋은 추억만 가지고 가세 뉴제주일보 승인 2024.06.11 17:37  금동원 시인   얼마 전에 평소에 존경하던 선생님이 돌아가셨다. 큰아이의 주례를 해주신 분이시라 더욱 마음에 가족 같은 각별함이 있는 사이였다. 오래전부터 지병을 앓고 계셨지만, 가끔 얼굴을 뵐 기회가 있을 때면 늘 건강하고 온화한 모습으로 환하게 웃으시곤 했다. 급작스레 나빠진 건강으로 결국 입원을 하시게 되었고 면회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자녀에게서 연락이 왔다. 아버님이 얼굴을 한번 보고 싶어 하신다는 것이었다, 안타까움과 반가운 마음으로 면회를 하였다. 많이 수척해지신 모습이지만 우리 부부를 맞이해주시는 특유의 온화한 미소와 의연한 모습은 여유가 있는 그대로셨다. 애틋하고 안쓰러운 마음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가득 차올랐다...

나의 산문 2024.06.12

더덕 닭강정

더덕 닭강정 뉴제주일보 승인 2024.03.26 18:35 금동원 시인 오랜만에 속초를 다녀왔다. 예전에는 미시령 굽이굽이 가파른 길을 곡예 하듯 올라가 한계령 휴게소에서 아득한 풍광도 즐기고 울산바위의 웅장한 자태도 감상하면서 드라이브의 즐거움을 누리기도 했다. 이제 미시령은 옛길이 되었고 서울에서 출발하면 인제 양양 고속도로 구간이 거의 직선 터널로 이어져 있다. 길고 짧은 수십 개 터널을 달리다 보면 어느새 강원도에 도착한다. 제주와는 다른 빛깔과 깊이의 동해는 새롭고 신선한 감동을 준다. 그렇게 바다를 끼고 달려 도착한 속초는 늘 매력적이다. 요즘은 지역마다 독특한 특산품이나 산지 음식으로 그 지역의 특색과 정체성을 드러내며 관광객들을 맞이한다. 다양한 SNS 사이트와 매체 등을 통해 소개되고 홍..

나의 산문 2024.03.27

메세나(Mecenat)

메세나(Mecenat) 뉴제주일보 승인 2024.01.16 18:48 금동원 시인 예술은 아름답고 위대하지만 고달프고 힘겹다. 시대가 바뀌어 환경과 조건들이 많이 좋아지고 예술가에 대한 대우 역시 특별해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당대를 주름잡으며 천재적 재능을 발휘하고 물질적인 풍요와 명성, 인기와 부를 누리며 살 수 있는 소수의 특별한 예술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많은 예술가는 가난과 긴 무명의 외로움을 겪는다. 어느 시대이고 예술가들은 고독과 혹독한 삶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시간을 보낸다, 예술을 한다는 것이 세속적 명성을 얻고 가난에서 벗어나려는 목적일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스스로 선택한 예술가로 사는 삶은 운명적으로 고독하고 외롭고 절실할 수밖에 없다. 작년 연말 제주에서는 ‘제주 메세나’ 동행..

나의 산문 2024.01.17

목욕의 힘

목욕의 힘 뉴제주일보 승인 2023.11.14 19:00 금동원 시인 목욕의 효능은 누구나 알고 있다. 가볍게는 청결함과 육체적 피로를 풀고 따뜻하거나 혹은 차가운 물 속에 몸을 담그면 살아있음에 대한 자존감이 되살아난다. 질병에 대한 치료적 목적이라면 고혈압, 순환장애, 류머티즘과 각종 성인병의 치료에도 많은 도움을 준다. 정서적 안정과 평화롭고 건강한 마음의 힐링을 주기도 한다. 오래전 유명한 모 대기업 회장의 새벽 목욕 일화는 유명하다. 이른 아침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목욕을 한 후 출근하여 업무를 시작했다고 한다, 욕탕에 몸을 담그고 마음을 새롭게 다지면 창조적인 에너지 창출과 업무능률의 재생산, 새로운 아이디어를 불러들이는데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생활 습관이라는 것이다. 당연히 전 직원의 새벽..

나의 산문 2023.11.16

디지털 노마드

디지털 노마드 뉴제주일보 승인 2023.08.22 19:21 금동원 시인 얼마 전 몽골에 다녀왔다. 칭기즈칸 신공항은 현대식으로 지어진 큰 규모의 깔끔한 공항이었다. 수도 울란바토르 역시 초원의 유목민과 게르를 상상하고 온 여행객에게는 눈이 번쩍 뜨이는 놀라움을 준다. 우리나라의 신도시개발처럼 고층의 고급아파트와 건물들이 숲을 이루기 시작했다. 서구적이고 세련된 분위기의 문화적 공간들이 만들어져 이국인의 눈으로도 상업 자본화되어가는 현장을 실감할 수 있었다. 몽골은 평균 고도가 1500m 높이의 고산지대로 9월부터 추워지기 시작하면서 겨울에는 영하 40도 이상의 얼어붙은 동토의 땅으로 변한다. 그러나 7월과 8월은 건조한 기후 덕분에 계절적으로 한국의 초가을처럼 쾌적하다. 파랗게 맑은 하늘과 구름, 눈부..

나의 산문 2023.08.22

어떤 인연

어떤 인연 뉴제주일보 승인 2023.06.20 18:48 금동원 시인 법정 스님의 말씀 중에 “함부로 인연을 맺지 말라”라는 매우 단호하면서 심오한 뜻을 지닌 짧은 격언이 있다. 인간관계의 신중함과 어려움을 내포하는 뜻깊은 가르침이다. 한 번 맺은 인연을 잘 가꾸어 오랜 시간 서로에게 진실하고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 존중과 믿음으로 인생에 아름답고 선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것, 그것만큼 보람 있고 의미 있는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다시는 회복될 수 없는 상처와 실망으로 신뢰에 깊은 상처를 남기는 경우도 많다. 얼마 전 미국 시카고에 다녀오는 일정 중에 대학교 친구를 만났다. 학교를 졸업하고 결혼과 동시에 시카고에 이민을 온 친구다. 한국과 미국을 서로 오고 가지 않으면 평생 만날 기회가 없다..

나의 산문 2023.06.20

나의 산티아고

나의 산티아고 뉴제주일보 승인 2023.04.25 19:24 금동원 시인 2015년 개봉했던 영화 ‘나의 산티아고’가 문득 떠오른다. 쉴 틈 없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영화 속 주인공 하페는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는 인기 코미디언이다.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쥐었지만, 과로로 쓰러지면서 큰 수술을 받게 된다. 수술 후 갖게 된 긴 휴가는 낯설기만 하고 무력감에 시달리던 그는 한 번도 홀로 가본 적이 없는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장장 800km, 42일간의 여정! 그는 산티아고로 출발한다. 처음 그는 진정한 순례길에 나서지 못한다. 폭우와 불편한 잠자리, 고통스러운 긴 여정이 늘어가면서 이 길을 왜 걷고 있는지 내게 이 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한 채 걷고 또 걷기만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힘겹고 지치고,..

나의 산문 2023.04.25

간헐적 단식

뉴제주일보 승인 2023.02.21 19:00 금동원 시인 다이어트가 몸매관리를 위한 젊은 여성의 전유물이 아닌지는 오래되었다. 남녀노소 모두에게 건강 관리 차원에서 중요한 한 방법이 되었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의식주 중에서도 먹는 것의 중요성이 커진다. 많이 먹고 잘 먹던 데서 더 나아가 이제는 어떤 방법으로 무엇을 왜 먹느냐로 발전했다. 항상 질병에 시달렸던 니체는 ‘짜라투스트라는 말했다’에서 “신체는 커다란 이성이며, 하나의 의미를 지닌 다양성이고 진정한 나”라고 말했다. 철학적으로 확대해석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몸을 사랑하고 그 방법을 구체적으로 배우고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를 포함한다. 과잉과 무절제의 시대에 넘쳐나는 먹거리와 불어나는 체중, 건강에 대한 현대인의 심각한 고민의 관심사로 떠오른 것이..

나의 산문 2023.02.21

곶자왈

곶자왈 뉴제주일보 승인 2022.12.20 19:00 금동원 시인 싸하게 맑은 공기가 코끝을 스친다. 가슴 깊숙이 들이마신 상록수림 특유의 싱그럽고 깨끗한 숲의 향기에 마음은 편안하고 차분해진다. 숨 쉬는 자연이 주는 명상의 시간이다. 온갖 잡념도 세상 속의 시끄러움도 모두 사라진 평화롭고 경건한 고요가 내딛는 발걸음 속에 스민다. 평소 자주 찾는 애월지역의 곶자왈 ‘금산공원’을 다녀왔다. 코스가 짧은 편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하듯 자연 그대로를 감상할 수 있다. 걷다 보면 마을의 풍요와 무사 안녕을 바라며 표제를 지내는 납읍리의 포제청(제주 무형문화재 6호)도 남아있다. 곶자왈은 제주도의 자랑이다. 숲을 뜻하는 ‘곶’과 가시덤불을 뜻하는 ‘자왈’을 합친 제주도 토속어다. 화산이 분출할 때 점성이 높은..

나의 산문 2022.12.20

초심의 시간

초심의 시간 뉴제주일보 승인 2022.10.11 19:00 금동원 시인 외출 준비를 하는데 어지럼증과 식은땀으로 온몸에 힘이 빠지며 혼절 직전의 이상증세가 일어났다. 당황스러웠지만 평소 저혈압으로 가끔 겪는 증세와 흡사하여 외출을 포기하고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보통은 금방 괜찮아지는 편인데 그날은 이상하게 머리가 아프고 열도 계속 오르며 쉽게 회복이 되지 않았다, 설상가상 복통까지 와 화장실을 들락거리자 갑자기 온몸이 경직되면서 두려움과 공포가 몰려왔다. 뭐지? 코로나? 순간 머리가 하얗게 되면서 수많은 생각이 스쳐 갔다. 최근 며칠 동안 동선을 최소화했기에 접촉할 만한 대상도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증상을 온몸으로 느끼며 그동안 얼마나 코로나에 대한 강박증과 공포 속에 살고 있었는지 새삼스럽게 실감이..

나의 산문 2022.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