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 1 황지우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어머님 문부터 열어본다 어렸을 적에도 눈뜨자마자 엄마 코에 귀를 대보고 안도하곤 했었지만, 살았는지 죽었는지 아침마다 살며시 열어보는 문: 이 조마조마한 문지방에서 사랑은 도대체 어디까지 필사적일까? 당신은 똥싼 옷을 서랍장에 숨겨놓고 자신에서 아직 떠나지 않고 있는 생을 부끄러워하고 계셨다. 나를 이 세상에 밀어놓은 당신의 밑을 샤워기로 뿌려 씻긴 다음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벗겨드리니까 웬 꼬마 계집아이가 콧물을 흘리며 얌전하게 보료 위에 앉아 계신다. 그 가벼움에 대해선 우리 말하지 말자. -시집『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1998, 문학과 지성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