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 서정주 이 고요 속에 눈물만 가지고 앉았던 이는 이 고요 다 보지 못하였네. 이 고요 속에 이슥한 삼경의 시름 지니고 누었던 이도 이 고요 다 보지는 못하였네. 눈물, 이슥한 삼경의 시름, 그것들은 고요의 그늘에 깔리는 한낱 혼곤한 꿈일 뿐, 이 꿈에서 아조 깨어난 이가 비로소 만길 물 깊이의 벼락의 향기의 꽃새벽의 옹달샘 속 금동아줄을 타고 올라 오면서 임 마중 가는 만세 만세를 침묵으로 부르네. -『미당 시전집』, (1994, 민음사)